기획·칼럼

상어가 해조 숲을 만든다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해조류를 먹는 물고기를 쫒아버려

상어가 바다 속에 숲을 만든다니, 어찌된 까닭인지 살펴보자. 상어는 해양생태계 먹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상위 포식자다. 만약 상어가 해조류를 먹는 물고기를 많이 잡아먹는다면, 물고기 숫자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먹던 해조류가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영양단계 생물이 아래에 놓인 생물에게 영향을 미쳐 생태계가 조절되는 것을 하향조절(top-down control)이라 한다.

반대로 영양단계 아래에 있는 생물이 상위 단계 생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상향조절(bottom-up control)이라 한다. 비료 성분이 많으면 식물이 잘 자라고, 식물이 많아지면 초식동물이 늘어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생태학에서는 트로픽 캐스케이드(trophic cascad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트로픽은 영양(營養)을 뜻한다. 영양은 생물이 살기 위해 필요로 하는 물질이나 먹이를 섭취하는 것이다. 캐스케이드(cascade)는 폭포를 말한다. 몇 개의 물웅덩이를 거쳐 흘러내리는 다단계 폭포처럼 여러 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는 생물 사이에 먹고 먹히는 여러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산호초의 제왕, 상어

산호초에는 등지느러미 끝이 하얀 상어가 산다. 영어 이름은 화이트팁리프상어(white-tip reef shark)이며, 말 그대로 산호초에 사는 지느러미 끝이 하얀 상어란 뜻이다. 흉상어목 흉상어과에 들어가며, 하얀 지느러미를 가졌다하여 흰 백(白), 지느러미 기(鰭) 자를 써서 백기흉상어라고도 한다. 이 상어는 밀물이 되어 바닷물 높이가 높아지면 산호초 해안 석호 주변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먹잇감 물고기들은 상어를 피한다. 생물 사이의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산호초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비겔로우해양과학연구소(Bigelow Laboratory for Ocean Sciences)의 연구 결과를 2017년 11월 27일자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하였다. 시나리오는 해조류를 먹는 물고기들이 상어를 피하니, 해조류가 무성하게 자라 산호초 해안에 해조류(바닷말) 숲이 만들어지더라는 것이다.

산호초로 둘러싸인 석호. ⓒ 김웅서

산호초로 둘러싸인 석호. ⓒ 김웅서

이러한 관찰은 트로픽 캐스케이드를 통해 상어가 산호초 생태계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다. 비겔로우해양과학연구소 연구팀은 피지 연안을 따라 발달한 산호초 생태계를 조사하였다. 이곳에는 여느 열대 태평양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섬 주변을 산호초가 자라 만들어진 수심이 얕은 석호가 둘러싸고 있다. 환경 모니터링과 실험을 통해서 연구팀은 상어가 해조류를 먹는 물고기들의 섭식 행동을 바꾸어 놓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효과는 하향조절을 통해 해조류 식생을 변화시킨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

최상위 포식자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론상으로는 간단해 보여도 실제 현장에서 증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상어처럼 먼 거리를 이동하고, 먹이를 간헐적으로 잡아먹고, 다양한 먹이를 먹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포식자를 연구할 때는 대상을 좁혀서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구팀은 물고기 먹는 상어-해조류 먹는 물고기-가장 흔한 해조류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연구팀은 산호초의 조간대 환경을 집중적으로 조사하였다. 조간대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물에 잠기기도 하고 물 밖으로 드러나기도 하는 곳을 말한다.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는 만조 때는 근처의 깊은 곳에 있던 상어와 같은 포식자의 접근이 가능해진다. 상어는 이때를 이용해 먹이가 많은 석호로 와서 섭식활동을 한다. 반면 바닷물 수위가 낮아지는 간조 때는 산호초의 일부가 물 밖으로 드러나 울타리 역할을 해서 포식자의 접근을 막아준다.

해조류를 먹는 물고기들은 간조 때 석호가 고립되면 활발하게 섭식활동을 하였다. 주변에 눈치 볼 포식자가 없으니 안심하고 식사를 즐기는 것이다. 이런 곳에는 해조류가 적었다. 그러나 만조 때 포식자 상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이들 물고기가 피하므로 해조류가 번성하였다. 미세조류와 공생하는 산호는 햇빛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해조류와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 해조류가 무성하게 자라 햇빛을 막아버리면 산호와 공생하는 미세조류가 광합성을 잘 하지 못해 산호가 영양실조에 걸릴 확률이 높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가 된다고 했던가. 해조류와 경쟁을 해야 하는 산호 입장에서는 상어가 나타나 해조류를 먹는 물고기를 쫓아주는 것이 영 달갑지 않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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