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5년에 발간된 ‘노르웨이의 자연사’란 저서는 한 동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작은 섬만큼 거대해서 가라앉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을 빨아들일 수 있을 만한 큰 소용돌이가 친다.’ 고대 그리스 신화 이후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 전설적인 동물은 바로 대왕오징어다.
약 150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이 동물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원들이 지어낸 상상 속의 바다 괴물이라고만 여겼던 것. 하지만 향유고래의 위장에서 발견되는 거대 오징어의 잔해와 고래 피부에 새겨진 수많은 빨판 자국으로 인해 이 동물의 존재는 점차 그럴듯해지기 시작했다.
1873년 어부들이 사투를 벌이며 획득한 대왕오징어의 다리. ©Public Domain
이 거대 오징어를 과학계에 정식으로 소개한 이는 덴마크의 동물학자 야페투스 스테른스트루프(Japetus Steenstrupp)였다. 그는 1857년에 향유고래의 위에서 발견한 오징어의 잔해를 연구한 뒤 라틴어로 대왕오징어를 뜻하는 ‘Archituthis Dux’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대왕오징어가 사진으로 처음 찍힌 건 1873년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였다. 로기 베이라는 곳에서 고기를 잡던 3명의 어부가 배를 침몰시키려고 하는 거대한 오징어와 사투를 벌이다 약 6m에 이르는 오징어 다리를 획득한 것이다.
이후 수많은 과학자와 탐험가들이 살아 있는 대왕오징어의 촬영에 도전했다. 한 예로 1997년 미국의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향유고래에 비디오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까지 동원했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2004년 살아 있는 모습 최초로 촬영돼
살아 있는 대왕오징어의 모습이 최초로 찍힌 것은 2004년 9월 30일 일본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약 1000㎞ 떨어진 치치지마섬 앞바다에서였다. 일본 국립과학관의 쓰네미 쿠보데라 연구원 등이 카메라와 미끼가 달린 갈고리를 수심 900m에 넣어 여러 차례 촬영을 시도한 끝에 미끼를 감싸는 대왕오징어 한 마리를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또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에디스 위더는 2012년에 쓰네미 쿠보데라와 함께 자연 서식지에서 처음으로 대왕오징어를 촬영한 데 이어 2019년에는 미국 해역에서 최초로 살아 있는 대왕오징어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에디스 위더 박사팀은 그들이 살아 있는 대왕오징어를 반복해서 촬영한 비결을 최근에 털어놓았다. 세계적인 논문 정보 사이트 ‘사이언스 다이렉트(Science Direct)’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그 비밀은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왕오징어의 눈에 숨어 있었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에디스 위더 박사팀이 ‘사이언스 다이렉트’의 논문에서 공개한 대왕오징어 촬영 이미지들. ©sciencedirect.com
대왕오징어의 눈은 지름이 약 30㎝로 농구공만하다. 이처럼 눈이 큰 이유는 어두운 심해에서도 천적인 향유고래의 접근을 재빨리 알아차리기 위해서다. 대왕오징어는 머리 아래에 붙은 10개의 다리 중 유난히 긴 2개의 촉완을 이용해 사냥하는데, 이처럼 거대한 촉완도 힘이 약해서 향유고래를 잡지는 못한다. 그 때문에 향유고래를 먼저 발견해서 도망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
논문에 의하면, 위더 박사팀은 시력이 매우 뛰어난 대왕오징어의 눈을 속이기 위해 대부분의 수중 카메라가 사용하는 밝은 흰색 조명 대신 희미한 붉은색 조명을 사용했다. 대부분의 오징어는 빨간빛을 볼 수 없다.
밝은 흰색 조명 대신 희미한 붉은색 조명 사용
하지만 빨간 조명만으로 이들을 촬영할 수는 없다. 카메라에 잡힐 만큼 가까이 유인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법 역시 대왕오징어의 거대한 눈에 있었다.
대왕오징어는 밝은 흰색 조명에는 겁을 먹어 도망가지만, 어두운 심해에서 먹잇감을 찾기 위해서는 빛을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심해 생물들은 대부분 생물 발광이라고 하는 자체 빛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위더 박사팀은 심해 해파리의 생물 발광을 모방해 e-젤리라는 미끼를 만들어 대왕오징어를 카메라 가까이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붉은색 조명과 e-젤리를 사용해 대왕오징어뿐만 아니라 카리브해에서도 1m가 넘는 다른 여러 종류의 오징어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유전학적 연구에 의하면 대왕오징어는 약 73만년 동안 바다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살고 어떻게 짝짓기 상대를 찾으며 어디서 알을 낳는지 등등 이들의 생태학적 정보는 알려진 게 아무것도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6,600만년 전에 멸종된 공룡에 대한 정보보다 더 없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따뜻해지는 바닷물과 해양산성화 및 해양오염처럼 증가하는 위협 속에서 이 거대한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위더 박사팀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면 이 수수께끼 같은 종의 미래도 불확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46072)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44억년 전 초기 지구에서 생명체 재료가 되는 탄화수소, 알데히드, 알코올 등 유기 분자들이 철이 풍부한 운석이나 화산재 입자들이 촉진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안정적이고 부작용이 적으면서 수술 후 전이·재발을 막을 새로운 형태의 암 치료 백신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연구재단은 울산대 진준오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에서 얻은 표면 단백질을 항원으로 이용한 지질 나노입자(AiLNP)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복통, 설사, 직장 출혈, 철 결핍 빈혈(iron deficiency anemia) 등 4가지 징후 또는 증상이 50세 이전에 나타나는 조기 발생(early-onset) 대장암의 경고 신호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학 섬유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에 경각심을 갖고 생분해가 가능한 옷을 찾는 착한 소비가 생기고 있지만 생분해를 내세우며 개발된 섬유도 실제 환경에서는 제대로 썩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인 화성 탐사를 앞두고 이것이 실제 가능한지 관심이 높은 가운데 쥐 머리에 초음파를 쏴 동면 상태를 안전하게 반복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WUSL) 홍 천 교수팀은 26일 과학저널 '네이처 신진대사'(Nature Metabolism)에서 초음파 펄스를 생쥐와 쥐의 뇌 특정 부위에 쏴 동면 상태를 안전하게 가역적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방법은 머리 위에 초음파 방출기를 장착하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초음파를 쏴 뇌의 신경 세포를 일시적으로 활성화해 체온을 낮추고 신진대사를 늦출 수 있다며 향후 의학이나 장거리 우주 비행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보놀 성분을 함유한 사과와 블랙베리 등을 섭취하는 것이 노인의 '노쇠' 발현 가능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쇠(frailty)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이 필연적으로 떨어지는 노화(aging)와는 구분되는 것으로, 일상에 지장을 줄 만큼 나이에 비해 신체기능이 심각하게 약해져 낙상과 골절 등을 초래할 위험이 높고 장애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계열 임상 연구소인 '힌다·아서 마커스 노화연구소' 등에 따르면 플라보노이드의 하위그룹인 '플라보놀' 섭취와 노쇠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했다.
북극해 식물플랑크톤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예상치보다 최대 3배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극지연구소가 24일 밝혔다. 포항공과대학교 국종성 교수 연구팀, 극지연구소 양은진 박사,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임형규 박사 등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탐사를 포함한 다양한 북극해 현장 탐사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활용해 북극해 식물플랑크톤의 농도 예측기법을 개발했다. 이를 적용한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2100년 식물플랑크톤의 농도는 기존 IPCC 5차, 6차 보고서의 예측과 비교할 때 감소 폭이 최대 3배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