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백신 이야기] (6)백신의 기본 ‘약독화 백신’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백신’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고, 잘못된 정보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백신 이야기’를 총 15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백신을 맞는 까닭은 어디까지나 후천성 면역, 이른바 능동면역을 얻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병원체를 약하게 만들어 우리 몸에 넣고, 선천성 면역이 이 병원체를 물리치길 기대하는 방법이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방법, 이른바 ‘생백신’이다. 이 방식의 백신을 두고 흔히 ‘낡은 방법이니 요즘엔 그런 방법으로 백신을 개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각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이른바 생백신은 현대에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질병의 종류에 따라선 가장 효과가 있어 지금도 백신 개발과정에서 가장 먼저 검토하는 방식이다.
묽게 만들면 효과가 있는 이유
약독화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 백신을 코 점막을 통해 주입하고 있는 모습. 일부 약독화 백신은 코로 주입하기도 한다. ⓒCDC
백신은 질병에 대응해 능동면역을 얻는 생물학 제제다. 즉 근본적으로 생백신 형태가 기본이며, 거기에서 변형이 일어나 다양한 백신이 생겨난다. 최근엔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 면역을 얻고 있지만, 잘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는 병원체의 일부 성분을 이용하는 형태다. 즉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가장 확실한 기억을 남긴다는 측면에선, 위험만 피할 수 있다면 감염을 일으키는 진짜 병원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이 경우 병에 걸렸다 자연히 낫는다면 가장 확실하겠지만 치명적인 질병의 경우 이런 방법을 선택하긴 어렵다. 반대로 치명적이지 않은 질병을 일부러 능동면역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자연상태에서 치명적 질병에 대한 능동면역은 사실 ‘살아남은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차선책으로 생각하는 방법이 병원체의 독성을 ‘약화’하는 것이다. 독성을 약화하는 방법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어떤 것일까. 병원체를 단순히 묽게 만들면 된다. 인체는 대다수의 병원체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선천성 면역으로 저항할 수 있다. 감염이 되려면 식품이나 공기 등 매개체 속에 일정 농도 이상의 병원체가 섞여 있어야 한다. 일단 몸에 들어온 병원체도 마찬가지다. 몸속에서 자리를 잡고 증식을 시작하면 체액 속 농도가 올라가는데,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서기 전에는 선천성 면역과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묽게 만든 병원체에 대해 선천성 면역이 승리하면 별다른 증상 없이 후천성 면역을 확보하게 된다. 경험과 실험을 통해 환자의 체중이나 체액의 양, 건강상태 등을 계산해 정확한 양을 확보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면역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만으로 충분하지 않은데, 일단 살아있는 병원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 환자의 선천성 면역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혹은 체력 등이 떨어지는 경우 결국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식중독균의 일종인 살모넬라의 경우 보통 1ml(밀리리터) 당 10²∼10³ 이상의 농도가 돼야 감염된다. 하지만 민감하거나 면역이 약한 사람의 경우 이보다 훨씬 묽은 농도에서도 감염이 일어난다. 병원체를 묽게 만드는 방법으로는 완전히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여담이지만 살모넬라의 경우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있긴 하지만 목숨까지 위험한 경우는 거의 없어 보통은 백신을 맞지 않는다. 한 번 감염이 되어 나은 사람은 고도의 면역을 얻게 돼 재차 감염되는 일은 거의 없다.
안전성 확보의 필수조건 ‘약독화’ 기술
달걀은 백신을 만들 때 바이러스를 배양하기 위해 자주 쓰인다. ⓒGettyImages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약독화’ 기술이다. 위험할 정도의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백신으로 사용할 병원체의 특성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에 들어 생백신과 약독화 백신이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며 보통 약독화 생백신, 약독화 백신 등으로 불린다.
약독화라는 말은 결국 감염위험을 약하게 낮춘다는 뜻이다. 살아있는 병원체의 감염성을 도대체 어떻게 약화시키는 걸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계대배양’이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고열을 일으키는 어떤 바이러스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 바이러스를 사람 이외의 다른 동물에게 계속해서 적용해 보면 대부분은 감염을 일으키지 못한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바이러스 중 극히 일부는 변이를 일으켜 다른 동물을 감염시키고 살아남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의 특징을 대부분 갖고 있지만, 이제는 다른 숙주에 적응했으므로 더 이상 사람에게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말은 간단해 보이지만 변이가 손쉽게 일어나지도 않음으로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 이렇게 확보한 것을 모균주, 영어로는 마스터 주(master strain)라고 하는데, 모균주를 다시 배양해 수를 늘린 다음 백신으로 사용하게 된다. 최초의 백신으로 알려진 천연두 백신도 사실 원리면에서 완전히 같다고 볼 수 있다. 천연두의 아종으로 소가 걸리는 ‘우두’를 이용했는데, 이는 우연히 발견한 계대배양 약독화 사례를 백신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배양을 할 땐 계란(유정란)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으며, 최근은 별도의 배양세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이 밖에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가진 자체 유전자를 유전공학을 이용해 교정해 감염능력을 없앤 다음, 배양과정을 거쳐 백신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첨단의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전통적인 생백신의 약점을 극복한 경우다. 보통 바이러스 질환을 이 방법으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전자 재배열 바이러스 백신’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감백신이다. 독감백신은 주로 불활성화 백신, 이른바 사백신이 대부분이지만 약독화 생백신을 사용하는 종류도 있다. 이 경우는 사람의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만 증식할 수 있도록 형질을 바꾼 바이러스를 만들어 이용한다. 면역반응만 유도할 뿐 체온을 견디지 못해 증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사멸하게 된다. 독감 약독화 백신은 보통 주사제보다는 코점막에 뿌리는 형태로 사용하는 일이 많다. 이 밖에는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세포로 침입하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제거하거나 변형하는 방법, 또 세포 속으로 들어간 바이러스의 유전자 복제효율을 감소시키는 방법도 있다.
약독화된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사용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많다. 면역반응이 신속하며, 대부분의 경우 2차 접종이 필요 없을 만큼 확실한 면역을 얻을 수 있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일생 면역효과를 얻는 경우도 많다. 전반적인 면역이 고루 높아져 다양한 질병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지는 부수적 장점도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병원체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2차 변이에 의해 독성을 회복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기 때문이다. 선천성 면역이나 체력 등이 현저히 떨어진 경우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변이가 자주 일어나는 일부 바이러스 질환의 경우 이 방법으로 백신을 개발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로 코로나19 백신을 약독화 방식으로 개발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유통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살아있는 병원체라서 백신의 냉장보관 시스템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독화 백신은 백신의 기본적인 형태이며 매우 전통적 방법이지만, 여전히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강력한 백신 개발방법이다. 자연 감염과 메커니즘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면역효과가 강력하고, 또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최대의 장점이 있다. 더구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약독화 백신의 최대 단점인 불안전성을 점차 크게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약독화 백신, 이른바 ‘생백신’은 앞으로도 질병과 싸워나갈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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