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산업 지능화·데이터화’로 기술고도화·공정혁신 앞당겨야”

[과학과 기술 인터뷰대담]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대 담> 손서영 KBS 기자(과학과기술 편집위원)
          류준영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과학과기술 편집위원)
          오승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기획관리본부장

“눈 깜빡하니 벌써 반년이 흘렀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터진 앞뒤로 원장직을 맡게 된 신임 기관장들의 소회는 대부분 이렇게 열린다. 올해로 태어난 지 서른 살, 어엿한 어른이 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의 수장을 맡은 이낙규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취임하자마자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코로나19 대응 등 국가적 롤(Role·역할), 사회적 롤, 기관 내부의 롤 등을 고려한 숙제가 6개월 내 압축적으로 물려왔죠. 지금은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취임사 때 발표한 공약을 살펴보고 있습니다”라고 전한 이 원장. 그는 “10개 지역거점을 갖고 있고 50여개의 특화센터들이 전국 각지에 포진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구심점 삼아 지역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가 제게 가장 큰 과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생기원은 종합연구원 성격을 지닌다. 이를테면 항공우주연구원, 화학연구원, 기계연구원 등은 간판만 봐도 분야가 딱 떨어진다. 하지만 생기원은 제조업 전반을 다루다 보니 스펙트럼이 넓다. 산업계 종합기술연구소인 셈이다. 이 때문에 분야가 광범위해 연구방향도 제각각이었다는 게 이 원장의 진단이다. 연구의 일관성과 통일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판단한 이 원장은 내부 조직을 뿌리·청정·융복합 등 3대 기술 분야로 나눠 중점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가 그 원년이다. “3대 분야를 핵심 연구영역으로 잡고, 인력도 400명가량 투입할 겁니다. 전체 30% 이상이죠. 인천 송도가 뿌리기술연구소, 안산이 융합기술연구소, 천안이 청정기술-연구소 그리고 나머지 7개 각 광역단위에 있는 지역본부들이 3개 중점영역을 지원함과 동시에 지역 특화산업들을 중점 지원·협력하는 체계를 갖출 겁니다.”

한편 출연금 비중 제고를 통한 수입구조 포트폴리오 개선부터 기술이전 및 상용화 성과 확산까지 신임 원장의 숙명과 같은 크고 작은 과제가 그의 눈앞에 산적해 있다.

국산화 및 ‘리쇼어링’(reshoring, 해외 진출 기업 국내복귀) 관련 정책을 논할 땐 애국심이 묻어나오지만, 실제 그의 밑그림을 보면 글로벌을 지향한다. 코로나 팬더믹(대유행)으로 무너진 국제 질서 속에서 기회를 엿보는 이 원장만의 혜안이 정책 곳곳에 엿보인다.

먼저 시대와 호흡하며 대응한다. 이 원장은 취임 전 ‘AI 추진단’을 만들어 산업지능화를 새롭게 모색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10년 후에 일이 지금으로 앞당겨졌다. “정부에서 한국판 뉴딜, 디지털 뉴딜 등의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저희도 바빠지기 시작했죠. 제 구상을 압축해 더 빨리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술고도화, 공정혁신을 앞당길 방법은 무엇인가. 그 해법은 바로 산업지능화다. 현장은 늙어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는 작금의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실상을 직시할 때, 그리고 중국의 견제와 신흥개발국의 추격을 고려할 때 그의 답은 ‘산업의 데이터화’로 귀결됐다.

“인간은 이름을,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듯 기업은 사라져도 데이터는 남아요. 지식재산권(IP)처럼 남겨진 제조데이터와 공정노하우가 다시 서비스화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구조가 창출되지 않을까요. 이젠 의미 있는 데이터를 한데 모아 활용해야겠다, 이것이 산업 지능화의 출발점입니다.”

이 원장은 변화와 혁신의 가치 등을 살펴본 뒤 미래에 투자한다. “ ‘디지털 뉴딜’은 왜 하는가, 현재 제조업에 이득이 정말 돌아가나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겁니다. 구글과 같은 IT서비스 기업이 공장자동화를 바로 이룰 순 없습니다. 공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제조데이터 중 현장에서 필요한 데이터만을 목적에 맞게 뽑아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현장 인력에게 AI·빅데이터 소프트웨어를 교육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겁니다.”

이 원장은 결단하면 일단 밀어붙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유연 연구조직이 그 대표적 사례다. “예를 들어 ‘수소경제’하면 울산과 부산 쪽에 관련 연구자들이 많은데 이들 인력만으로는 수소차 개발에 한계가 있습니다. 예컨대 필터 분야 연구자들은 안산에, 미세먼지 저감 촉매 분야는 천안에 몰려 있어요. 이처럼 수소 발생·저장·이용·신뢰성 개발 등 세부 연구분야는 모두 쪼개져 있는데 이를 한곳에 모아 추진할 수 있는 유연조직을 갖추려 합니다. 부서장에겐 성과평가와 인사권, 예산투입의 권한을 부여하고 강화할 겁니다. 그러면 지역본부별 한 가지 주제로 서로 경쟁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울러, 이 원장은 ‘과학과 기술’과의 인터뷰에서 뒷이야기 하나를 털어놨다. 4월 안정적 총선에는 생기원의 숨은 지원이 있었다. 생기원은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멜트브라운(MB) 필터 공급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때, 안산 융합기술연구소에 구축된 파일럿플랜트 설비를 양산용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이 설비를 통해 보급형 마스크 15만 장 제작 분량의 필터를 제작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공, 국민들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류준영 2월 취임 후 소·부·장 및 코로나19 대응, 기관현황 파악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취임 소회와 생기원의 향후 중점 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이낙규 생기원이 지난해 설립 3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해 제조혁신을 향한 미래 30년을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임기 동안 생기원을 중소·중견기업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하는 ‘제조혁신 전문기관’으로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목표에 부합한 질적 우수성과 창출, 중소·중견기업 R&D(연구·개발) 파트너로서의 신뢰 확보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창의적 연구환경 조성과 고강도 경영혁신을 중점 추진할 방침입니다.

구체적 방안으로 ‘엑셀런스(Excellence) KITECH’, ‘트러스트(Trust) KITECH’, ‘다이내믹(Dynamic) KITECH’, ‘프라이드(Pride) KITECH’ 등 4대 전략을 수립·시행할 겁니다. 우선 ‘엑셀런스 KITECH’은 핵심 제조기술을 확보해 국가 전략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소·부·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뿌리산업기술 육성전략 ▲다른 출연연과 차별화된 핵심 연구 분야 선정·육성 ▲국민 체감형 생활연구 참여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트러스트 KITECH’은 중소·중견기업의 제조기술 혁신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생기원에 기업 지원조직의 종합 지원체제를 강화해 산업계 연계형 사업성과 창출을 유도하는 한편, 연구자 매칭을 통해 기술 개발부터 수출 확대,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의 경영혁신까지 지원해 중소·중견기업의 신뢰를 확보하겠습니다. ‘다이내믹 KITECH’은 조직·예산·평가체계 개편 전략입니다. 기본조직, 유연조직으로 이원화해 조직의 탄력성을 높이고, 기관 주요 사업과 PBS(연구과제중심제도) 사업 비율을 조정해 경영 건전성을 높이며, 공정한 성과-보상체계를 확립해 연구 몰입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프라이드 KITECH’은 직원의 입사에서 퇴사까지 단계별 교육·훈련 프로그램 운영, 연구원 창업 독려 등 열정과 공감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생기원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높이겠습니다.

손서영 중소 · 중견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국내 제조업 발전을 위해 내부 연구조직을 뿌리산업기술, 청정생산시스템기술, 융·복합생산기술 등 3대 R&D 분야로 나누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낙규 국내 제조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뿌리산업기술, 청정생산시스템기술, 융복합생산기술을 3대 중점연구 분야로 선정하고, 수요 지향적 R&D 및 실용화, 미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우리 산업의 체력을 강화하겠습니다.

뿌리산업기술은 원료를 소재로, 소재를 부품으로 제조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 공정기술입니다. 대표적으로 주조, 금형, 열처리, 표면처리, 소성가공, 용접 등 6대 기술을 꼽습니다. 뿌리산업진흥법에 따라 6대 분야를 10년간 연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산업부가 뿌리기술을 14대 분야로 확장했죠. 첨단뿌리기술진흥법 개편을 통해 우리나라 뿌리기술이 더 세부적으로 발전·진화하는 과정을 생기원 뿌리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지원하게될 겁니다. 청정생산시스템기술은 생산공정에 자원 절감, 에너지 효율화, 공정 최적화를 더함으로써 선진화된 생산시스템을 보급하는 기술입니다. 석유로 만드는 기존 PET 소재를 나무, 옥수수 등 바이오매스 유래 물질로 대체하고, 고효율로 제조할 수 있는 친환경 신촉매기술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융복합생산기술은 기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로봇, IT(정보기술) 융합, 스마트 섬유 등 미래 유망 분야를 연구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겁니다. 관련한 대표적 연구성과로 건설, 극지, 재난 현장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유압식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HyPER)’를 들 수 있습니다. 착용 시 무게를 3분의 1만 느끼면서 시간당 6km 속도로 이동 가능합니다.

오승원 제조혁신 전문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하셨는데 기존 어떤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십니까.

이낙규 일단, 기관 고유 임무 및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수입구조 포트폴리오 개선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일단 다른 출연연 대비 낮은 출연금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기관 주요 사업에 들어가는 생기원의 출연금은 전체의 30% 수준입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벌어서 하는 구조입니다.

연구자들은 잔여 재원 70%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사업을 제안하고 경쟁해야 하는데 상당히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생기원의 경우 전국 각지 산업공단과 연계해 단기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1년짜리 과제도 많습니다. 1년이든, 3년이든, 끝나면 다시 또 새로운 과제를 시작해야 합니다. 기관 역할 상 기초원천 연구는 대부분 정부 출연금으로 수행하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출연금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또 ‘생기원형 유연조직’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3개 연구소 및 7개 지역본부 소속 연구자 중 관련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중·소 규모의 유연 연구조직을 운영해 사회문제 해결형 R&D 과제를 발굴·추진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기관 연구역량 결집을 위한 인사혁신, 대내외 소통 강화를 위한 조직문화 조성 등을 추진해 연구 몰입도를 제고하겠습니다. 인사 혁신을 위한 3C(Clean, Creative, Comfortable) 프로그램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관련 세부운영계획 수립·추진하겠습니다. 3C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제도, 창의적 사고를 창출하는 교육제도, 구성원이 편안한 행복지향형 보상제도를 말합니다.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은 기술고도화, 공정혁신을 앞당길 방안으로 산업지능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손서영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시작으로 올해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기존 글로벌 분업시스템과 가치사슬에 대한 우려가 존재합니다. 이 상황에서 소·부·장 등 기술 국산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커지고 있는데요. 생기원에서도 기술 국산화와 대·중소기업 간 상생 구조를 마련하는 ‘고투게더(Go-Together)’ 사업을 추진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낙규 중요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 전문가 인력풀을 구성하고 원천기술개발, 실용화기술개발, 기업지원 사업 추진을 통해 기술 국산화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기계금속, 화학·에너지, 바이오 분야 핵심품목의 국산화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또 약 4,000여 개 생기원 파트너 기업을 대상으로 애로기술개발사업, 기업지원 전용 콜센터, 개방형 실험실 운영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밀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파트너기업이란 생기원과 협력 관계가 탄탄한 기업들로 구성된 일종의 가족회사 개념입니다.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이들 기업들에 R&D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국내 제조업을 선도할 강소기업을 다수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대-중소기업 협력 산업 생태계 조성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적으로 ‘Go Together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Go Together 사업’이란 대기업과 생기원이 공동으로 사업을 마련해 1·2·3차 협력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GS칼텍스, 르노삼성자동차, 현대모비스 등과 협력 중입니다.

대표사례로, GS칼텍스와 함께 밸브 제조 전문업체 ‘조광ILI㈜’를 지원하여 석유화학플랜트 원유정제설비에 사용되는 고신뢰성 고온·고압용 안전밸브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아울러 산업용 탱크 믹서의 경우, GS칼텍스에서 전량 수입 제품을 사용해 왔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하도’와 신제품 개발을 진행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류준영 위험성이 높아진 글로벌 벨류체인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리스크를 분산시키고자 현장에서는 리쇼어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있어 선결적 요소가 될 ‘생산성 향상’, ‘제조비용 효율화’에 있어 제조혁신을 선도하는 생기원이 가진 지원계획 또는 지원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낙규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에는 공급선 다변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한편, 스마트제조 도입을 통해 자국 내 조달망 확대와 생산기반 확충 등 공급사슬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 시행 중인 정부의 유턴기업 대상 시설·운영자금 지원에 더해, 유턴기업의 성공적 정착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대상 업종·품목별 고유 특성을 반영한 제조혁신 R&D 지원 및 국내·외 시장수요 확대 방안이 필요합니다.

생기원에서는 리쇼어링 지원 대응 방안으로, 대상품목 발굴 및 기업 맞춤형 생산기술 지원과 공통 제조공정에 대한 첨단화 기술개발·지원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특히 자동화가 취약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으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영향이 큰 품목을 발굴해 생산비용 감소 및 최적화를 위한 기업 맞춤형 생산기술을 지원하겠습니다.

또 품목 제조에 공통적으로 필요하지만 저부가가치로 평가되는 공정에 대해서는 협업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작업 표준화, 원격모니터링 등 디지털 전환을 선도해 공정단위의 첨단화기술을 개발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기존 스마트공장 소프트웨어 보급 중심 사업에서 생산공정단위 자동화, 공정 플랫폼화 및 공정간 연계를 통한 최적 통합운영기술 개발 사업으로 전환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생기원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제조비용 효율화를 위해 제조공정의 첨단화·지능화를 지원하는 ‘제조혁신 지원사업’을 2017년부터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승원 최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인의 사회참여도 과학기술계에 중요한 사항입니다. 생기원은 지난 마스크 대란 때 마스크 업체에 부족했던 멜트브라운(MB) 필터를 공급해 물량 확보에 도움을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낙규 미세먼지, 신종 전염병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삶의 질을 저해하는 문제들이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면서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사이언스 오블리주(Science Oblige)’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생기원은 지난 2월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MB 필터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자 안산 융합기술연구소에 구축된 파일럿 설비를 양산용으로 전환해 24시간 긴급 투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급형 마스크 15만 장을 제작할 수 있는 분량의 필터를 제공해 4월 총선이 차질 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아울러 현재까지 부직포 총 234만 장을 제조해 공적 경로를 거쳐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에게 제공했습니다.

생기원은 사이언스 오블리주 책무 이행과 국민 행복 실현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국민체감형 생활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확대할 예정입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중소기업과 함께 배기가스를 물속에서 기포 형태로 전환해 먼지와 원인 물질들을 동시 제거할 수 있는 ‘마이크로 버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외 1세 미만 영아의 질식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영아용 웨어러블 에어백’, 아동이 통학 차량에 장시간 방치돼 사망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어린이 확인 방석’도 개발해 국민 안전에 기여했습니다.

손서영 코로나19로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변화가 예견되고 있습니다. 생기원에서도 이에 따른 다양한 중·장기적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이낙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이 널리 활용되면서 경제·사회구조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 이후 지속 가능한 혁신적 포용국가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생기원은 산업계 제조혁신 기술선도를 위한 생산기술개발 및 실용화 지원을 통해 제조공정 지능화, 그린 산업생태계 및 수소경제 전환 등 한국판 뉴딜정책 대표 어젠다 추진에 기여할 예정입니다.

오승원 과총에서도 나눔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산기협 소속 기업부설 연구소 등 현 중소·중견기업들은 소부장 및 코로나19 등 겹겹이 악재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원장님이 계획하시는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낙규 코로나19가 터지니까 화이트칼러는 재택근무로 전환했지만, 업무 특성상 블루칼러들은 생산 현장에 남아야만 했습니다. ‘나는 뭐냐’는 아우성입니다. 자괴감이 든다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현장 근로자도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디지털뉴딜이고 산업지능화라고.

즉, 모든 것을 데이터화시켜 원격으로 컨트롤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그러면 현장 작업관리자가 집에 와서도 일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데이터화하는데 기업들의 근심이 따른다는 겁니다. 데이터화하면 쌓아온 정보와 노하우를 뺏기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십니다. 그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당신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에 서비스 형태로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이는 곧 새로운 이윤창출창구를 의미하는 것이자 우리나라 기업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승원 ‘현장 근로자도 재택근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제조혁신’이라는 마지막 말씀에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시는 원장님의 깊은 철학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원장님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로 산업기술계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공정혁신과 기술고도화로 기업들의 필수적 조력자이자 국가 제조혁신 전문기관으로 거듭날 생산기술연구원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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