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세상을 모사하는 새로운 장르가 되다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12) 사진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요즘, 사진이 흔하고 쉬운 세상이다.

핸드폰에 카메라가 장착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일상의 이미지를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하여 쉽게 포착하고 보존한다. 필름의 양이 한정돼 있지 않으니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사진의 오브제가 될 수 있고, 그들을 향한 렌즈와 포착하는 셔터가 흔해졌다. 굳이 인화지에 출력하지 않아도 사진을 볼 수 있고, 휴대할 수 있으니 사진을 찍는 순간이 쉬워졌다. 또 오브제를 담는 사진술이 정교해지고, 디지털 보정 프로그램으로 합성과 변형이 편리해졌다. 따라서 누구나 카메라를 다루고, 누구나 사진사가 될 수 있으니 부르디외의 표현처럼 ‘세속적인 예술 실천’이 가능한 시대가 된 셈이다.

하지만 현대의 사진(술)이 첨단 기능으로 무장하기까지 빛을 담고, 조정하여, 카메라에 맺힌 상을 고정시키는 데 약 500여 년의 도전과 발전이 축적되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마치 사진에 담긴 개인의 삶과 그 의미만큼 결코 가볍고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의 발달로 누구나 카메라를 쉽게 다루고,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의 ‘0’, 빛으로 세상을 모사하다

사진의 역사는 중세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카메라의 원형이 발명된 시점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두운 방’이라는 뜻의 어원을 갖고 있는 이것은 어두운 상자 한 쪽 면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곳으로 빛을 통과시키면 반대쪽 벽면에 외부의 이미지가 거꾸로 투사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시연해 냈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빛을 통해 투영된 상을 (인화) 물질에 정착시키는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빛의 성질을 보여주는 장치로써 광학 연구의 일환으로 활용되었다. 따라서 당시의 사진이란 빛에 오래 노출된 금속 물질이 변화를 일으킨 흔적이었으며, 최초로 상을 정착시킨 조셉 니엡스(Josef Nicephore Niepce)는 이를 두고 ‘헬리오 그라피(Héliographie)’, 즉 태양이 그린 그림이라 명명했다.

이후에 핸리 폭스 탈보트(Henry Fox Talbot)가 최초로 음화에서 양화 방식으로, 그리고 종이에 프린트한 ‘칼로타입(Calotype-kalos)’을 성공시키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사진의 기틀과 특징을 마련하였다. 특히 칼로타입은 종이를 지지체로 사용했기 때문에 무한 복제가 가능했고, 양화 방식이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 보는 오브제가 그대로 출력되었다.

그리고 점차 카메라와 사진술이 발달함으로써 실재하는 세상을 그대로 모사하는 유일한 기술,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델라 포르타의 휴대용 카메라 옵스큐라 Ⓒwikimedia

세상을 담는 사진술의 진화

카메라는 사람의 눈이 인지할 수 있는 10.000:1 정도의 휘도에 가까운, 혹은 그 이상에 근접하는 기술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사진술 또한 사람의 시각적 한계 이상의 범위와 심미적·심리적 차원의 구현이 가능한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대체되어 저장 방식이 변했다는 이분법보다 훨씬 더 정교한 기술로의 진화다. 즉 초창기 카메라 옵스큐라와 같이 광학-화학의 기술은 컴퓨터 정보기술 영역으로 편입한 것.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사진은 빛의 세기를 전기의 신호로 변화하는 CCD 소자, 빛을 RGB의 3색으로 분해하는 장치, 데이터 저장 장치 등과 관련된 기술이 정착한 후에 등장했다. 기본적으로 이 기술들이 갖춰진 후에야 오브제를 촬영하고, 저장 장치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의 시각적 한계를 넘어선, 그리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기록되기 힘든 대상들을 촬영하는 사진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X-ray art ‘장미의 유혹’ Ⓒ정태섭

일례로 방사선 중 하나인 X-ray로 촬영한 이른바 ‘속 보이는 예술, X-ray Art’, 미디어를 매체로 현실과 가상을 조화시킨 미디어 아트 등이 새로운 사진의 장르로 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기술복제시대의 사진 기술이 기존에 회화예술의 본질적 변화를 일으키고 아우라를 소실하고 있지만, 이제 새로운 세상을 모사하는 사진 자체의 아우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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