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紙 선정 2022년 최고의 과학성과

우주를 보는 금색 눈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선정

▲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첫 번째 이미지. 지구에서 약 46억 광년 떨어져 있는 SMACS 0723 은하단을 촬영한 것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정밀하게 은하단의 구조를 보여준다. Ⓒ NASA; ESA; CSA; STSCI

과학저널의 양대 산맥인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는 매년 연말이 되면 전 세계 과학계가 주목한 연구성과 및 인물을 선정해오고 있다. 네이처는 ‘2022년 올해의 인물’, 사이언스는 ‘2022년 올해의 중요 과학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 10개를 꼽았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네이처紙 선정 2022년 올해의 10대 인물”)

네이처가 올해의 인물 중 첫 번째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하 제임스웹) 운영 프로젝트 과학자인 제인 릭비 박사를 꼽은 데 이어, 사이언스 역시 올해 최고의 과학성과 중 첫 번째로 제임스웹의 비행을 꼽았다.

 

우주를 관찰하는 금빛 거울, 제임스웹

▲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창조의 기둥.’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제임스 웹, ‘창조의 기둥’을 자세히 관측하다”) Ⓒ NASA; ESA; CSA; STSCI

지난 7월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생중계를 통해 제임스웹이 포착한 첫 번째 이미지를 공개했다. 제임스웹은 지금까지 진행된 가장 복잡한 과학 임무다. 지구에서의 건설만 20년이 넘게 걸렸고, 여러 번 좌절도 겪었다. 큰 너비 때문에 우주선에 싣는 것부터가 과제였다. 망원경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열을 낮춰 기기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도 난제였다. 344개의 중요한 단계가 있었고, 그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임무를 망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25일 우주로 떠난 제임스웹은 150㎞의 우주를 여행한 끝에, 황금색 거울 꽃을 우주에 펼쳤다. 사이언스는 제임스웹의 활동을 올해 최고의 과학성과를 꼽았다. 제임스웹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주경이 지름이 2.7배, 면적은 6배 더 크다. 주경이 크다는 것은 우주에서 오는 빛을 더 잘 모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덕분에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0배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허블로는 희미하게 포착됐던 천체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제임스웹은 단 12시간 만에 허블로 포착한 것보다 5,000만 년 더 오래된 은하를 관찰했다. 

제임스웹은 계속해서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전 세계 수천 명의 천문학자들이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임스웹은 예상보다 훨씬 더 적은 연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2040년대까지 관측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살아남는 다년생 벼 개발

▲ 한 번 심는 것만으로 수년간 쌀을 수확할 수 있는 다년생 벼 품종 개발 성과가 2022년 사이언스가 선정한 10대 과학성과 중 하나로 선정됐다. Ⓒ GettyImagesBank

쌀, 밀, 옥수수와 같은 세계 주요 식량 작물은 한해살이 풀이라 매년 새로 심어야 한다.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 토양 침식과 같은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과학자들은 여러 해에 걸쳐 생존하며 곡물을 내놓는 다년생 곡물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생산성까지 확보하는 데는 실패해왔다. 올해 11월 중국 윈난대 연구진은 생산성이 우수한 다년생 쌀 품종 개발 소식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보고했다.

다년생 쌀 23(PR23)이라고 명명한 이 품종은 생산성이 좋은 아시아 쌀 품종과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다년생 야생 쌀을 교배하여 만들어졌다. 교배 후 수율과 품질을 개선하는 연구만 20년 이상 걸렸다. 마침내 윈난대 연구진은 2018년 중국 농민들에게 PR23을 보급했고, 수년에 걸친 대규모 실험 결과를 지난 11월 공개한 것이다.

PR23의 재배를 통해 각 재성장 주기에서 노동력은 58.1%, 투입 비용은 49.2%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노동력 투입 일수로 환산하면 최대 77일을 절약할 수 있다. 농사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동력을 절감하면서, 일반 쌀과 같은 양의 곡물을 수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5년째가 되자 수확량이 감소하여 다년생 벼를 다시 심어야 했다. 윈난대의 기술적 지원과 중국 정보의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어 현재 1만5,000헥타르 이상의 면적의 땅에서 PR23을 재배하고 있다.

 

창의력을 갖춘 인공지능(AI)

▲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인공지능을 사용해 제작한 작품 ‘Théâtre D’opéra Spatial’은 미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22 Jason Allen

2022년은 여러 인공지능이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한 해였다. 예술적 표현과 과학적 발견을 포함하여 한때 인간 고유의 것으로 간주했던 영역에 진출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텍스트-이미지 모델’이다. 게임 디자이너인 제이슨 앨런은 텍스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Théâtre D’opéra Spatial’이라는 예술 작품을 그려냈다. 이 작품은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미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두를 모았다.

사이언스는 이 밖에도 과학, 수학, 프로그래밍 등의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는 AI의 활약을 올해의 과학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아미노산 서열을 분석하여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한 AI, 인간 수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한 연산을 푸는 지름길을 찾아낸 AI 등이다. 사이언스는 “실리콘(AI)의 위업이 진정한 창의성으로 간주하는지 여부에 대한 철학적 논쟁과 함께 일각에서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우려한다”며 “그러나 과거의 다른 발명품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은 AI를 활용하여 창의성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대형 박테리아 발견

▲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nifica)의 긴 실모양의 세포는 박테리아의 전통적인 정의에 도전한다. ⒸTOMÁŠ TYML

기존 박테리아보다 5,000배 큰 초대형 박테리아를 발견한 것도 올해의 주요 과학성과로 꼽혔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지난 2월 맹그로브 숲의 시든 잎의 표면에서 초대형 박테리아인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Thiomargarita magifica)’를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박테리아는 대부분 길이가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인데, 이 박테리아는 길이가 1㎝에 이른다. 사람으로 치면 에베레스트 산만큼 큰 인간을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다.

대부분 박테리아의 DNA는 세포핵에 있지 않고 액체 성분의 세포질을 자유롭게 떠다닌다. 물로 채워진 주머니를 생각하면 쉽다. 이 때문에 박테리아의 크기는 제한적이다. 크기가 커지면 에너지를 곳곳에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는 페펭(pepin)이라고 부르는 작은 주머니에 1,200만 염기로 구성된 DNA를 담고 있다. 

이 구조는 진핵생물과 원핵생물로 생명체를 나누던 전통적인 구분을 뒤흔들 혁명적 발견으로 평가받았다. 진핵생물은 식물이나 동물처럼 여러 개의 막으로 구획된 복잡한 세포를 가진 유기체다. 원핵생물은 소기관이 없는 박테리아나 단세포 유기체가 포함된다. 사이언스는 “티오마르가리타 마그니피카는 아마도 수십억 년 전에 진화한 진핵생물과 원핵생물의 중간 단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승인 임박

▲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기도가 좁은 영유아나 면역이 저하된 고령자에게서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GettyImagesBank

급성호흡기감염병을 일으키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감기와 같은 경미한 증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영유아나 면역이 약한 고령자가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50여 년 전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됐지만, 실험 참가자의 80%가 입원하고, 2명의 어린이가 사망하는 등 임상 실패로 인해 연구가 멈췄다. 후에 원인이 밝혀졌다.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킨 백신의 경우 약한 항체반응만 유도하여 감염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도를 손상시켰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화이자는 올해 RSV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각국 규제 기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GSK는 전 세계 17개국에서 약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60세 이상 성인 82.6%에게서 높은 효능을 얻었다. 화이자도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69.4%의 효능을 보였다. 또한, 임신 후기 산모에게 투여할 경우 태아에게 항체가 전달되어 생후 6개월까지 유아를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발성 경화증 원인 규명

▲ 엡스테인-바 바이러스(파란색)가 다발성 경화증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STEVE GSCHMEISSNER/SCIENCE SOURCE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체계가 건강한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전 세계 약 280만 명의 환자가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지만, 그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었다. 지난 1월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사이언스’에 다발성 경화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분석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지난 20년간 미군에 입대한 신병 1,000만 명의 의료기록과 혈액 일부를 분석했다. 801명의 군인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엡스테인-바 바이러스(EBV)에 대한 양성 반응을 보였다. EBV에 감염되면 다발성 경화증 발병 확률이 무려 32배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EBV는 어린 시절 감염된 후 백혈구에 잠복한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모두 이 바이러스의 항체를 가지고 있지만, 건강한 성인의 95% 역시 항체를 가지고 있어 그간 이 바이러스를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려웠다.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쥐 며칠 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신경 손상을 일으키는 메커니즘까지 규명하여 ‘네이처’에 발표했다. 사이언스는 “EBV를 표적으로 삼는 다발성경화증 치료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임상 중인 EBV 백신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전 세계 어린이에게 투여하여 소아마비처럼 사실상 질환을 전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획기적 기후 법안 통과

▲ 미국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개발 등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GettyImagesBank

미국은 지난 8월 기후변화 대응, 법인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다. 사이언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킨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IRA를 올해의 과학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IRA는 미국이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취한 가장 큰 조치에 해당한다. 10년 동안 3,690억 달러를 투자하여 재생에너지 개발과 전기자동차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목표로 한다. 203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배출량 기준으로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IRA 시행만으로는 ‘파리 협정’에 따른 약속을 이행하기 충분하지는 않다. 이에 기후전문가들은 개별 주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예산을 늘리는 등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인의 유전자에서 발견된 흑사병의 흔적

▲ 런던 묘지에 묻힌 14세기 뼈의 고대 DNA를 분석하여 면역 유전자의 변화를 기록했다. ⒸMUSEUM OF LONDON ARCHAELOGY

700년 전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사망했다. 이 치명적인 감염병이 생존자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탐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인간의 면역 유전자는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반응으로 자주 변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흔적을 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캐나다 맥매스터대 연구진은 지난 10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흑사병(페스트)이 유행하던 시기에 인간의 면역 유전자 변이가 달라졌다는 연구를 실었다. 연구진은 런던과 덴마크에서 흑사병으로 인해 사망한 500명 이상의 사람의 뼈에서 오래된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면역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356개 중 흑사병 이후 245개의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주선으로 소행성 충돌 막는 다트 미션

▲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모습. ⒸNASA/JOHNS HOPKINS APL

소행성의 충돌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실험인 ‘다트(DART)’ 미션도 올해의 과학성과로 꼽혔다. 미국 항공우주선은 지난 9월 26일 지름 160m의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에 냉장고 크기의 무인 우주선인 다트를 충돌시켰다.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의 궤도를 인공적으로 바꿔 인류를 지키기 위한 실험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소행성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라, DART 미션”)

디모르포스는 수천 년 동안 지구에서 수백만㎞ 떨어진 다른 큰 소행성 주위를 맴돌았다. 다트 미션을 통해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는 11시간 55분에서 11시간 23분으로 단축됐다. 당초 과학자들은 공전주기 10분 단축을 예측했지만, 더 큰 성과를 얻었다.

다트 미션의 성공은 향후 인류에게 닥칠지 모르는 실제 위협에서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천문학자들은 대도시를 멸망시킬 정도로 큰 위협이 될 지구 주변 소행성 약 2만5,000개 중 40%만 감지했다. 적외선 우주 망원경이 이러한 소행성을 찾는데 도움을 주겠지만, 행성 방어를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DNA로 재구성한 고대 그린란드 생태계

▲ 동식물이 환경에 남긴 ‘환경DNA(eDNA)’를 분석한 결과 200만 년 전 그린란드의 생태계를 추정할 수 있었다. ⒸBeth Zaiken/BethZaiken.com

인류가 해독한 가장 오래된 DNA는 약 100만 년 전의 것이었다. 지난 11월 영국과 덴마크 공동 연구진은 그린란드 지층에서 채집한 토양 시료에서 최소 200만 년 된 DNA를 찾아내 해독했다. 인류가 과학으로 읽어낸 과거의 시간을 100만 년가량 앞당긴 것이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DNA로 그려낸 200만 년 전 그린란드”)

이 연구는 환경DNA를 통해 잃어버린 세계를 재건했다는 점에서 역작으로 평가받았다. DNA 해독 결과 200만 년 전 그린란드는 침염수가 울창한 숲에서 투구게, 순록, 코끼리의 조상인 마스토돈이 뛰어놀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지금까지 코끼리는 북미 등 기원지에서만 서식했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이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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