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3D 폐포 배양 기술로 코로나19 감염 기전 규명”

[과학자의 연구실] KAIST 주영석 교수

2021.09.07 09:00 BRIC

KAIST 주영석 교수 ⓒBRIC

Q. 선정된 연구성과의 내용과 의의는 무엇인가요?

COVID-19의 팬데믹이 전세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는 암과 DNA 돌연변이를 연구하는 유전체학자이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의과학자로서 무엇인가 팬데믹을 막는데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하여야 하겠다는 자각으로 본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2020년 3월 WHO에서 팬데믹이 선언되자 저희 과의 (KAIST 의과학대학원) 선배 교수님이시며, 현재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을 이끌고 계신 고규영 단장님께서 과학자로서의 사회적 기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되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에 우리 실험실에서 가지고 있는 기술을 어떻게든 바이러스 연구에 응용하고자 고심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연구가 하나의 연구 결과로 정리하게 되어 의미있게 생각합니다. 연구를 빠르게 진행하고 출판하느라 저희가 생산한 데이터를 미처 다 해석하지도 못한 부분도 있으나 시의적절하게 진행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희 실험실은 유전체 기술 이외에, 영국 Cambridge Stem Cell Institute의 이주현 박사님과의 공동연구로 인간의 폐포의 즐기세포인 alveolar type 2 (AT2) 세포를 실험실에서 feeder-cell 없이 장기간 3차원으로 배양하는 첨단 오가노이드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의 김영태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인간의 폐포로부터 수립한 오가노이드를 다수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본래 이것은 폐암의 발병기전을 연구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COVID-19의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 가 호흡기 바이러스이고 이것은 ‘폐렴’을 일으키니, 당연히 폐포 오가노이드에 잘 감염이 될 것이고, 따라서 이를 이용하면 인간 유래의 생리적인 감염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직관으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잠시 암 연구를 멈추고, 이전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감염병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들어간 셈이다 보니 처음 부딪치고 배우는 것이 매우 많았습니다. 기존의 바이러스 감염모델들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우리의 모델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였는데, 저희 과에서 면역학을 연구하고 계신 이흥규, 신의철, 박수형 교수님들의 조언들이 연구를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SARS-CoV-2 감염 연구를 위해서는 BSL-3 (Biosafety Level-3) 실험실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도 새롭게 깨달은 일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연구를 막 시작한 2020년 3월 당시에는 KAIST에 BSL-3 시설이 없었습니다 (2021년 현재에는 신규 구축중입니다). 따라서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BSL-3 시설을 갖춘 외부 기관의 공동연구자를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BSL-3의 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이고 저희의 연구가 새로운 protocol을 시도하는 것이다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복지부의 박정환 사무관님, 질병관리청의 김성순 센터장님, 최병선 과장님, 정영일 과장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와 주셔서 감염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질병관리청 BSL-3 시설에서 본 연구를 위해 필요한 장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의 한용만 (전) 학장님께서 많은 행정적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선생님들께 지면을 통해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 연구는 인간의 폐포 오가노이드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후, 그 경과를 바이러스학의 기법, 면역형광 이미징, 전자현미경 이미징, RNA-seq 및 single-cell RNA-seq 등 기법으로 추적관찰한 것입니다. 연구의 가장 첫 단계는 폐포 오가노이드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것이었으며,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정립된 프로토콜이 없었습니다.

기술적 어려움을 뚫고 감염 모델을 구축해 낸 것은 맨 앞에서 겁 없이 연구를 진행한 저희 실험실의 육정환 박사(현 서울대학교 병원)와 김태우 박사학생의 업적이라고 하겠습니다. 2020년 5월의 어느 날 저녁 11시 쯤 걸려온 바이러스 감염이 된 것 같다는 육정환 박사의 전화를 기억합니다. 정밀 면역형광 이미징 및 전자현미경 이미징은 각각 질병관리청 김제형 박사님, IBS 홍선표 박사님, 그리고 KAIST 의과학센터의 허용석 박사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본 연구를 통하여 알게 된 많은 사실이 있지만, 중요한 점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인간의 폐포 오가노이드를 구축할 수 있고, 이를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
(2) SARS-CoV-2 는 인간의 AT2 세포에 감염된 후 24시간이면 최대의 titer 에 도달한다.
(3) 감염된 지 이틀 째, AT2 세포들은 내재적인 방어기전 (ISG; interferon stimulated genes)을 작동시킨다.
(4) 감염된 지 약 60시간이 지나면 감염으로 인해 죽어가는 AT2 세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폐포 오가노이드를 감염연구에 이용하면 몇 가지 기대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사람의 정상 폐세포로 호흡기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점은 무엇보다 큰 장점입니다. 바이러스들은 tropism이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이나 암세포주를 이용할 경우 감염이 되지 않거나 비생리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동물 모델은 개체를 다룬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으나, 이들 반응은 사람과 동일하지 않고 다루기도 힘듭니다. 폐포 오가노이드는 이들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또 다른 하나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다른 호흡기바이러스의 팬데믹이 온다고 하더라도, 폐포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빠르게 그 바이러스와 감염 특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여러 사람에서 확보한 폐포 오가노이드를 이용하여 감염 실험을 수행하면 사람마다 다른 감염 감수성을 연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면역세포와의 공배양 기술이 구축되면 바이러스-AT2(host cell)-면역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본 연구의 원래 계획은 최종적으로 SARS-CoV-2 치료제를 screening 해 내는 것이 었습니다. 자원 및 시간의 한계로 이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추후 연구를 통해 이들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Ⅰ. 본 연구의 graphical summary ⓒBRIC

그림 Ⅱ. 본 연구에서 수립한 인간의 폐포 오가노이드의 단면 면역형광염색 이미지. (Scale bar=50um) ⓒBRIC

그림 Ⅲ. 본 연구에서 수립한 인간의 폐포 오가노이드 SARS-CoV-2 감염모델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감염된지 2일 후의 사진으로, AT2 세포의 cytopathies를 관찰할 수 있다.(Vc, pathologic large vacuoles; 붉은 화살표, viral particles; 흰 화살표, viral aggregates; 노랑 화살표, virus containing vesicles; 붉은 삼각형, doule membrane vesicles 등) (Scale bar=1um) ⓒBRIC

Q. 해당 연구분야의 최신 연구의 흐름은 어떤가요?

사람의 정상줄기세포를 ex vivo에서 3차원으로 배양하는 오가노이드 기술은 의생명과학분야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다양한 조직 및 장기에서 오가노이드를 수립하는 기술이 빠르게 확립되고 있고, 이들은 줄기세포의 정상 dynamics뿐만 아니라 감염병, 대사, 암 등 다양한 질병연구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초고속 유전체 서열분석기술 (genome sequencing) 및 유전자 가위 (genome editing) 기술과 융합되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실험을 가능케 하고 있습니다.

Q. 함께 진행한 연구진을 소개 부탁합니다.

본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저희 KAIST를 포함해 총 다섯 기관의 연구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인간의 폐포 오가노이드 수립 기술을 최초로 확립한 영국 Cambridge Stem Cell Institute의 이주현 박사님, 감염병 연구를 가능케 해 주신 질병관리청 정영일/최병선 과장님, 본 연구를 함께 기획하고 세포의 이미징을 진행해 주신 IBS 고규영 단장님, 그리고 사람의 폐포 오가노이드를 확립할 수 있도록 조직을 공여해 주시고 오가노이드 구축 실험을 함께 해 주신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님 및 팀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해 주신 육정환, 김태우, 홍선표, 허용석, 김제형 선생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수술을 하면서도 오가노이드 구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주신 서울대병원 나권중 교수님, 전사체 데이터 해석에 도움을 준 이기종 박사학생, 통계에 대한 조언 및 분석을 해 주신 김수연 박사님, 정확한 핵형 분석을 해 주신 충남의대 김선영 교수님, 전자현미경 실험에 조언을 주신 저희 과의 김호민 교수님 등 감사 드릴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Q. 현재 해당 연구분야의 한계는 무엇인지, 향후 연구방향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감염병 연구는 ‘다양성’의 연구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 생기고 있고, 사람마다 이에 대한 반응도 다양합니다. 병원에서 보이는 많은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는 불명인 경우가 많으며, 아직 연구되지 못한 새로운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본 연구는 ‘인간의 폐포 오가노이드로 바이러스 감염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입니다.

이제는 이를 확장하여 대규모로 진행함으로써 감염의 ‘다양성’을 하나씩 수집해 나갈 때입니다. 이는 감염병 제어에 필수적인 지식을 확립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예산, 인력, 및 시스템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평소 연구주제에 대한 선택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연구의 아이디어를 얻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본 연구에서는 여러 과학자들과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였습니다. 평소에 제가 연구하던 암이나 돌연변이 분야는 아니었지만, 꼭 필요한 연구라고 생각이 되어 진행하였습니다. 평소에는 제 실험실에서 나오는 결과를 검토하면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검토하는 편입니다. 저희 실험실은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입니다. 어떻게 이런 데이터가 나올 수 있을지 세포의 관점에서 면밀히 데이터를 살펴 보다가 연구의 실마리가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과학자로서 연구활동 중 아쉬운 점이나 우리의 연구환경 개선에 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제가 작년에도 서면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서 그 때 말씀올린 내용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본 연구와는 크게 관련 없으나, 유전체 학자로서 평소 느끼는 점입니다.

국제적으로 유전체 연구는 점점 더 거대화되고 있습니다. 유전체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유전체, 컴퓨터, 통계학 등 다양한 연관 분야의 전문 인력이 소통하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대용량의 컴퓨팅 파워, 저장공간도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여건은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개인 연구자의 노력만으로 확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사회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미국의 Broad Institute, 영국의 Wellcome Sanger Institute, 싱가포르의 Genome Institute of Singapore와 같은 전문적 의학 유전체 연구를 위한 연구소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전체 연구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고 드문드문 좋은 결과도 나오고 있지만, 개별 연구실에서의 작은 성공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체 분야가 의학을 진일보시키는 데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 위에 유전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Q. 같은 분야를 연구하려는 학생/후학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의생명과학분야에서 매우 흥미로운 혁신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위에서 언급드린 것처럼 오가노이드, 유전자 편집 및 유전체 시퀀싱 등의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그 동안 “unknowable” 영역에 있었던 난제들이 “knowable” 한 영역으로 속속들이 이동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마치 20세기 초반 물리학 분야에서 나타난 혁신들에 비견할 만한 혁신이 의생명과학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의생명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행운 아닐까요?

저도 아직 갈 길이 멀고 성숙한 과학자는 아니어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만약 연구를 좋아하시는 학생들이라면 겁 없이 연구에 도전하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운이 좋다면 큰 발견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지식이 폭발적으로 확장되는 분야에 함께 하면서 큰 보람과 자부심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Q. 그 외 추가하고 싶은 말씀 또는 바람이 있다면?

저희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시고 묵묵히 지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 특히 KAIST 의과학대학원 및 의과학연구센터의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어서 제 인생의 큰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도움을 주신 서경배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및 Human Frontier Science Program (HFSP)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계속 연구에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BRIC에서 발행하는 ‘BRIC이 만난 사람들’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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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자 2021.09.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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