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주는 신기한 경험들

아홉 개의 빛, 아홉 개의 감성展

‘빛’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 디뮤지엄(서울 용산) 개관 특별전인 ‘스파티얼 일루미네이션’ (Spatial Illumination – 9 Lights in 9 Rooms)이 그것이다. 5월 8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회에서는  빛이 주는 환영을 감상할 수 있다. 총 9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방에서 각각의 빛의 새로운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디뮤지엄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을 비추는 ‘빛’이 ‘라이트 아트’라는 예술의 한 장르로서,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색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빛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움으로써 시각적, 미학적으로 ‘보는 빛’을 넘어 온몸으로 ‘경험하는 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형화된 빛의 모습, 인지하기 어려운 빛의 시각화 공간

첫 번째 방에서 만나는 작품은 세리스 윈 에반스의 ‘네온 폼(Neon Form)’이다. 이 작품에는  ‘애프터 노 투 앤드 쓰리(afther Noh Ⅱ and Ⅲ)’라는 부제가 있다. ‘노(Noh)’는 일본의 전통극으로 일종의 가면극이다. 작가는 ‘노(Noh)’에서 배우들의 동선을 밑그림으로 그린 다음 네온 조명을 사용해 조형물로 완성했다. 역동성을 하얀 빛의 선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방에서는 움직이는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인공조명과 함께 스스로 움직이는 식물로 인해 공간을 초현실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Flynn Talbot의 Primary ⓒ 디뮤지엄

Flynn Talbot의 Primary ⓒ 디뮤지엄

다음 방은 암흑의 공간이다. 빛의 조각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플린 탈봇의 ‘프라이머리(Primary)’이다. 벽에 뾰족뾰족한 조각이 있다. 마치 가로로 놓인 고드름이 군집이 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 조각에 빛의 3원색인 RGB(빨강, 초록, 파랑)의 광원이 비춰진다. 그런데 이 조각에 빛이 쪼개지기도 하고 섞이기도 하면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빨강이라고 해도 밝은 빨강에서 검붉은 빨강까지 다채로운 빛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가장 임팩트가 있을 때는 세 개 조명이 동시에 비출 때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일부러 뾰족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빛이 쪼개지면 어떤 색깔이 나오는지 계산해서 조형물을 만들었는데, 어떤 도구나 컴퓨터 조작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빛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라인 패이드(Line Fade)’는 빛으로 지어진 공간이다. 세 번째 공간에서 만나는 어읜 레들 작품으로 마치 아주 큰 새장을 연상케 한다. 바닥에서는 빨간색이 위로 올라가고 천장에서는 파란색이 아래로 내려온다.  광섬유를 사용해 LED조명이 정확히 이 공간 안에만 머물도록 하고 있다. 빛이 퍼지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빛만으로 구축한 건축적 공간의 환상을 경험할 수 있다.

Carlos Cruz-Diez의Chromosaturation ⓒ 디뮤지엄

Carlos Cruz-Diez의Chromosaturation ⓒ 디뮤지엄

네 번째 공간에서 만나는 작품은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의 ‘크로모스트레이션(Chromostration)’이다. 이 작품명은 사전에 없는 단어로 작가가 만든 말이다. 빛이 가득한 방이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관람객들은 색깔로 푹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벽이 하얀색이거나 옅은 분홍색 등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반대 편 벽으로 이동하고 나서 뒤를 돌아보면 처음 들어선 공간의 벽 색깔이 붉은 자줏빛 등으로 보인다. 어떤 색깔 안에 있느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렀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 보인다.

이 공간도 빛의 3원색만 사용했지만 관람객은 다양한 색깔을 시각적으로 느낀다. 원래 인간이 인지하는 색은 빛의 3원색뿐이다.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는 것은 뇌에서 색깔을 섞기 때문이다. 이런 신체적 경험을 이 방에서 하게 된다.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을 때 때로는 갑자기 뿌연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이 역시 뇌에서 빛을 섞는 과정이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이다.

빛의 주는 상상체험,  환상 공간

다섯 번째 공간부터는 2층에 마련되어 있다. 계단을 오르면서부터 빛의 조각을 감상할 수 있다. 천장에 뿌려진 빛들이 마치 숲속을 걷고 있다는 착각을 갖게 한다. 스튜디오 로소의 ‘미러 브랜치 대림(Mirror Branch Daelim)’은 관람객 느낌 그대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숲속에 햇빛이 비추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뭇가지 형태의 구조물에 매달린 수천 개의 디스크들이 반사하며 만들어낸 빛과 그림자가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Tundra의  My Whale ⓒ 디뮤지엄

Tundra의 My Whale ⓒ 디뮤지엄

여섯 번째 공간으로 들어설 때는 눈을 감고 빛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들어가는 것이 좋다. 어두운 공간에 들어서면 방이 아니라 아주 깊은 동굴로 들어온 느낌이다. 천장에서는 수백 개의 육각형 타일로 이루어진 아치형 천장에 빛을 투사하여 다양한 빛의 패턴들이 춤을 춘다 웅장한 음악 소리에 압도되기도 한다. 툰드라의 ‘마이 훼일(My Whale)’이다. 제목 그대로 이 공간은 고래와 연관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고래의 머릿속이다. 관람객이 보는 패턴은 고래의 머리세포이다. 하얀 육각형 종이 조각 위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패턴을 쏘아 만들어낸 작품이다.

‘마이 훼일(My Whale)’이 엄청난 음악 소리에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면 일곱 번째 공간에서 만나는 폴 콕세지의 ‘보우라스크(Bourrasque)’는 휴식을 느끼게 하는 편안한 작품이다.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빛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에서는 사무실을 연상케 한다. 열린 창문을 통해 바람이 불면서 높게 쌓인 서류들이  천장으로 휘날리는 모습을 닮았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빛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과 사무실의 빡빡함 보다 종이를 통해 바람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Dennis Parren의 "Don't look into the light"

Dennis Parren의
“Don’t look into the light” ⓒ 디뮤지엄

데니스 패런의 ‘돈트 룩 인투 더 라이트(Don’t look into the light)’은 상상을 자극하고 일상의 현상을 뭉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프린터 뚜껑을 열어보면 쉽게 발견하는 글자인 시엠와이케이(CMYK)라는 인쇄기본색깔을 이용했다. 먼저 하얀 공간에 들어서면 이 인쇄기본색깔을 가진 조명이 빛을 흩뿌린다. 그리고 관람객이 들어서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데, 빨간색과 초록색이 섞이면 노란색 그림자가,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이면 분홍색 그림자 등이 나온다. 섞이지 않고 그대로 내려오기도 한다. 관람객이 다양한 그림자 색을 보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색에 대한 또 다른 느낌을 받는 공간이자,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프린터 색깔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하고 공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마지막 작품은 오리비에 라시의 ‘어니언 스킨(OnionSkin)’이다. 선과 기하학적 형태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겹치고 해체된다. 마치 앙파 껍질 같다. 다층의 시각적 조합 때문에 2차원의 그래픽이 부피와 깊이를 가진 3차원의 공간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마치 새로운 공간 이동을 하는 착각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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