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은 말이 ‘블랙홀’이지만, 과연 블랙홀이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질서 있게 모아놓은 책은 많지 않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가 쓴 ‘블랙홀 강의’는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블랙홀은 빛이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중력이 작용하는 곳이다. 블랙홀은 밀도가 아주 높아서 한 번 갇히면 나올 수 없는 감옥과 같은 곳이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이 으스스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것이 블랙홀에 대한 기본 상식이다.
한편으로 블랙홀은 별이 죽은 무덤이다.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내는 별이 수명을 다 해 붕괴하면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로 변한다. ‘블랙홀 강의’는 우주과학자들이 블랙홀에 대한 이런 발견을 하기까지 걸어왔던 지난한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무슨 미지의 괴물같이 그저 신비한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운 블랙홀의 정체를 하나씩 벗겨낸다.
블랙홀이라는 이름 자체가 생긴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존 휠러(John Wheeler, 1911~2008) 박사가 1967년에 한 학회에서 ‘중력적으로 완전히 붕괴된 물체’(gravitationally completely collapsed object)라는 표현으로 발표했다.
이때 한 청중이 ‘블랙홀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듬해 그 강연 내용이 출판될 때 ‘블랙홀’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서 널리 퍼졌다.
미국의 물리학자인 존 휠러는 닐스 보어 등과 함께 양자역학을 연구했지만, 2차 대전 때는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는 다시 중력 연구 등에 몰두했다.
블랙홀만큼 신비한 퀘이사
블랙홀을 설명하면서 짝으로 등장하는 것이 퀘이사(quasar)이다. 블랙홀이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인 퀘이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은 매우 역설적이다. 물론 블랙홀 안에서 빛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블랙홀 바깥쪽에서 빛이 나온다.
퀘이사는 별이 수천억 개 이상 모인 은하보다 훨씬 더 밝다. 너무나 밝은 이 미지의 천체를 발견했을 때 천문학자들이 얼마나 흥분했을까 짐작이 된다. 가장 먼저 발견된 퀘이사인 3C 273는 별이 수천억 개 모인 은하보다 약 100배나 밝다.
가스가 블랙홀로 유입될 때 약 10%의 질량은 블랙홀 안으로 끌려 들어가지 않고, 빛의 형태가 되어서 블랙홀 밖으로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퀘이사이다. 블랙홀은 볼 수 없지만, 블랙홀을 둘러싼 퀘이사가 블랙홀의 위치를 알려주는 셈이다.
과학자들이 그 넓은 우주를 연구하는 방법론은 흥미롭다. 과학은 엄격한 실험을 바탕으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 간다. 불행히도 우주과학은 관찰은 할 수 있지만, 재현 실험은 절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빛으로 연구한다’ 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과학적인 빛’은 가시광선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이나 공항에서 사용하는 엑스선, 핵폭탄이 터질 때 방출되는 감마선, 오존층 파괴로 지표까지 뚫고 들어와 피부암을 일으키는 자외선, 캄캄한 밤에도 사람이나 자동차같이 열을 가진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적외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신호를 보내거나 휴대폰 신호를 주고받는 데 사용하는 전파 등 다양한 종류의 빛이다. 파장만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블랙홀이 빛이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중력을 발휘한다고 할 때 그 빛은 가시광선을 의미할 따름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빛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 우리들은 더욱더 폭넓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자연스럽게 빛의 중요성에 끌리게 된다.
우주를 관측하는 망원경 역시 과거에는 가시광선을 탐지해서 물체를 확인하는 광학 망원경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적외선 망원경, 엑스선 망원경, 전파 망원경 등으로 다양하게 발전했다.
과학은 물질적인 원리를 밝힌다
그렇다면 과연 우주천문학은 우주의 신비를 모두 다 밝혀줄 것인가? 저자는 인간이 우주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남김 없는 지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철없이 낭만적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과학이 우주를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기술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이 물질이 아닌 것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미지 세계 보존의 법칙’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아무리 많이 발견하고 찾아도 끝끝내 미지의 세계는 남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학의 한계를 철저하게 인식할수록 과학은 더 과학답게 된다’는 주장은 귀 기울일만하다.
저자는 ‘지구와 우주를 정복하겠다는 제국주의적 과학은 이미 폐기되어 19세기의 낭만으로 남았다’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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