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항공

[항공우주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항공산업에서도 빅데이터가 중요하게 활용되는 시대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일상에서도 쓰이는 시절이 되었다. 빅데이터는 그 이름 때문에 무조건 대단히 큰 데이터라는 선입견이 강하지만, 사실 빅데이터의 본질은 저장된 모든 것을 분석 대상으로 하여 특정한 방향으로의 질문에 관한 답을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 테라바이트 수준이 아니라 단지 메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라 하더라도 어떤 방향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기존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현상을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빅데이터다.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이 일본 스모 시합의 11년간 경기 결과 64,000건을 모두 분석하여 승부 조작 가능성을 밝혀낸 것이 빅데이터의 본질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다. 64,000건의 경기 결과 자료는, 데이터 크기만 보자면 요즘 시대에 결코 “빅데이터”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지만, 특정한 방향의 질문 설정과 그 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어떤 기법을 적용했냐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속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어떤 방향으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얻어내기 위한 분석 방법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부분은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아직은 기계 즉, 인공지능의 영역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 추세를 보면 조만간 인공지능이 점점 더 사람의 영역을 차지하겠지만, “적절한 질문”을 과연 기계가 만들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따라서, 인공지능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학습시키는 것도 새로운 직업이나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을 것 https://pixabay.com/ko/

항공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개념이 이미 쓰이고 있다. 최신 여객기의 한 종류인 보잉 787의 경우 기체와 엔진에 장착된 수많은 센서로부터 한 번 비행에 평균 500GB 크기의 자료가 얻어진다고 한다. 항공기 또는 엔진 제작사들은 이러한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가공하여 특정한 결과를 얻어내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항공 운항사의 운영 경비와 정비 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운항 안전성을 높여주는 대가로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제작사 자체적으로는 설계와 생산 단계에서 이미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더 낮은 항력의 기체, 더 좋은 효율의 엔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기계 영역에 있던 항공 산업이 점점 더 정보 기술에 의존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한 증거다. UAM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로부터 얻어질 빅데이터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주체는 기체, 추진, 운항사 등 다양하겠지만, 그로부터 어떠한 답을 얻어내고 또 이를 어떤 가치 창출로 이끌어갈 것이냐는 오롯이 그 개념을 만들고 실현해내는 사람들의 몫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아쉽게도 이를 더 구체적으로 말하거나 개발할 능력이 없지만, 그래도 이러한 분야에 아주 다양한 스타트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UAM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로부터 얻어질 빅데이터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주문형 콘텐츠 서비스 기업으로 유명한 넷플릭스에 관한 유머를 본 적이 있다. 2시간 남짓 영화 한 편을 고르기 위해 2시간 넘게 검색만 하고 있다는 것. 필자도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해서 이러한 서비스 중 하나를 쓰고 있는데, 역시 비슷한 경우를 겪고 있다. 내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고르는데 의외로 많은 검색 시간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프로그램 자체가 ‘당신 취향을 보니 이런 걸 좋아하던데요’라고 제시해주기는 하는데, 절반 이상은 다소 엉뚱한 주제 심지어 오히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주제의 영화를 제시할 때도 자주 있다. 소위 인공지능이나 알고리듬이라 불리는 기술이 아직은 그리 소비자 입맛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 증거다.

앞으로 점점 더 무지막지한 크기의 빅데이터가 쏟아져 나올 항공 분야에서는 다시 강조하자면, ‘적절한 질문’을 그 방향에 맞게 정확하게 만들어 내는 기술 또는 혜안이 대단히 중요하다. 일단 질문이 만들어졌다면 사람으로서는 파악이 확실히 불가능한 크기의 자료 덩어리에서 어떤 기법으로 답을 찾아낼 것인가가 그다음으로 중요하다. 필자의 경험 분야를 넘어서는 영역이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빅데이터로부터 답을 찾아내는 기술의 기반은 단연코 수학일 것으로 생각한다. (단, 기술의 기반이 수학이라는 것이지 반드시 수학 전공자만이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님을 강조한다.)

빅데이터를 앞에 두고, 질문을 만들어내는 사람과 그 답을 찾아가는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협력한다면 매우 매력있는 항공 분야 스타트업이 우리나라에도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첨단 수학이 아니라 전통적인 기계공학을 전공한 필자의 다소 두리뭉실한 추천이자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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