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피는 봄이 마냥 즐겁지 않은 사람들이 꽤 많다. 심한 일교차와 미세먼지, 꽃가루가 날아다니는 봄철에 비염 환자들의 코막힘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GettyImages
요즘 같은 환절기만 되면 코가 간질거리고, 답답해 고통받는 비염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나왔다. 약물로 염증을 줄이는 기존 치료방식과 달리, 비강(코 안) 혈관 자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새로운 치료방식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비강 혈관의 3차원 정밀지도를 완성한 덕분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코를 통해 감염되는 질환들도 치료 개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결과는 지난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심혈관 연구(Nature Cardiovascular Research)’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코는 후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인 동시에 외부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다. 외부 공기를 데우고, 습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비강의 점막은 외부 병원균과 이물질을 막아주는 최초의 면역 장벽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코는 과학·의학 연구에서 조연 격이었다. 심장, 뇌 등의 장기는 관련 질환들이 많아 미세혈관이나 림프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 코가 주목받은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덕분이다. 비강 섬모상피세포가 코로나19 감염의 시발점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멸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비강으로 투여해 비강 면역을 형성,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인구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강 면역 형성에는 면역세포 못지않게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비강은 계곡처럼 굽이치는 복잡한 구조 때문에 미세혈관의 구조를 파악하긴 어려웠다. 또한, 비강투여 백신 등 신약의 효과를 검증하려면 동물실험이 필요한데, 주로 사용되는 실험 쥐의 경우 그 크기가 작아 더 난이도가 높아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공간분포 등 3차원 구조가 밝혀진 적은 없었다.
▲ 생쥐 비강 내 혈관 및 림프관의 3차원 구조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생쥐와 인간 비강 내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3차원 미세지도를 완성했다. 연구진은 특정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형광물질로 표지한 후, 단백질과 반응시켜 색으로 위치를 관찰할 수 있는 ‘면역형광염색법’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코에는 일반적인 모세혈관 외에 정맥혈이 순환하는 정맥동이 넓은 범위에 걸쳐 분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정맥동은 다른 장기에서는 보기 어려운 형태의 혈관이다. 또한 뾰족한 형태의 말단을 가진 비전형적인 림프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수한 분포를 보였다. 일반적인 림프관의 말단은 둥근 형태다.
제1저자인 홍선표 IBS 혈관 연구단 연구위원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균에 대항하기 위해 비강은 특화된 혈관 구조 및 분포를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맥동에는 면역세포 이동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이 특이적으로 발현되었으며, 비전형적 림프관에는 다른 장기의 림프관보다 많은 수의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이동함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알레르기 비염, 코로나19, 노화 등 질병을 일으킨 모델 동물에서 비강 내 혈관 변화를 관찰했다. 비염이 생기면 정맥동 혈관이 위축되고, 코로나19에 의해서는 염증화가 일어났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정맥동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생쥐 비강 내 혈관의 3차원 구조 ⓒ기초과학연구원(IBS)
코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은 비염이다. 그간 비염 치료는 염증 치료제를 이용해 염증 세포들을 억제하는 식으로 진행되어왔는데, 치료 효과가 높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밝힌 것처럼 비염이 발생하면 비강 내 혈관이 위축되는데, 이 때문에 혈관이 방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염증 발생이 혈관의 기능 자체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혈관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혈관 개선제와 비염 치료 약물을 같이 투여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편, 비강에 뿌리는 스프레이 백신 등의 치료 효능을 검증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됐다는 의미도 있다. 호흡기를 통한 백신 투여의 효과는 이미 검증됐지만, 백신이 어떻게 상피세포를 통과하여 어느 림프관을 통해, 어느 림프절로 이동해서 면역 세포를 활성화 시키는지 등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3차원 지도가 완성된 만큼 면역 세포의 활동을 추적할 수 있어 백신의 효능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미지의 감염병 즉, ‘질병X(Disease X)’에 대한 우려와 호흡기 감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감염병 예방과 치료법 연구에 필수적인 혈관과 림프관의 작용을 세포 수준에서 이해하게 된 만큼, 향후 비강 면역 개선 및 비강 내 약물 투여 연구에 큰 진전을 이룰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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