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비싼 백금 대신 니켈로 수소 생산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유성종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a–d) NiS 나노입자와 (e–h) Ni3S2 나노입자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단결정 황화니켈 화합물 나노입자 합성조건이 1 step 공정이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매우 저렴해 저비용 고효율 촉매라 할 수 있다. ⓒ KIST

(a–d) NiS 나노입자와 (e–h) Ni3S2 나노입자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단결정 황화니켈 화합물 나노입자 합성조건이 1 step 공정이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매우 저렴해 저비용 고효율 촉매라 할 수 있다. ⓒ KIST

친환경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요즘, 일명 ‘수소경제의 도래’ 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서 수소 생산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소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백금촉매는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상업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곤 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고가의 백금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저가형 수소발생 촉매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유성종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팀이 백금보다 100배 저렴한 황화니켈을 이용,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나노스케일(Nanoscale)’에 3월 28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된 바 있다.

유성종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 KIST

유성종 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 KIST

백금보다 100배 싼, 황화니켈

“수소에너지는 채굴량에 한계가 없고 지역 편재성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 친화적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이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수소에너지 제조와 수송, 및 저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 중 수소 스테이션 등 수소를 바로 발생시켜 공급하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지만 수소 발생을 위한 물의 전기분해법은 에너지 이용 효율이 낮고 전극을 소형화해야 하는 등의 해결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또한 수소 발생용 전극 재료로는 백금이 가장 우수하지만 비용이 높기 때문에 백금을 대체하는 대체 재료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고요. 이런 가운데 저희 팀은 고가의 백금 촉매를 대체 할 수 있는 황화니켈 촉매 원천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유성종 KIST 박사팀이 국내 수소생산 상용화에 청신호를 켰다. 유성종 박사와 성영은 서울대 교수, 이현주 카이스트 교수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백금을 대체하는 촉매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높은 성능과 내구성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나노 크기 구조의 단결정 황화니켈을 사용해 이와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그동안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백금 촉매를 사용하는 게 일반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백금 촉매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기존 연구는 철과 코발트, 니켈 등 3족 전이금속 연구를 진행했지만 결국 백금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많이 떨어져 결국 큰 효용을 거두지 못했다.

“저희 연구진은 3족 전이금속인 철, 코발트, 니켈 중 성능이 가장 좋은 니켈기반 화합물에 주목했습니다. 계산과학에 기반을 둔 설계를 통해 수많은 니켈 화합물 중 황화니켈이 수소발생을 위한 촉매 중 활성도가 우수하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기존 연구와 차별점을 이야기 한다면 아마도 계산과학과 실험을 통해 체계적으로 촉매를 스크리닝 함으로써 시간과 노력, 비용을 최소로 줄인 연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황화니켈을 이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촉매를 스크리닝 함으로써 황화 니켈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이를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단결정으로 합성하면 나노 크기가 마이크로 크기로 커져버렸고, 나노 크기로 시도하면 단결정이 무너지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유성종 박사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나노 크기의 단결정을 합성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이를 위해 고온 고압의 반응기를 사용했다”며 “그 결과 적절한 합성 조건을 찾을 수 있었다. 다공성 평판 전극에 비해 단위 촉매 부피당 표면적이 500배 큰 나노 크기의 황화니켈단결정을 합성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단결정 황화니켈 나노 입자들은 표면에서의 니켈 금속과 황 사이의 강한 전자 상호 작용에 의해 니켈금속의 전자 구조를 변형 시켰고 수소 발생 반응에 유리한 촉매 활성점을 극대화시켰다. 이는 유무기 복합체 사이의 전하 전달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힌 것을 의미한다.

“개발된 황화니켈 화합물 나노 입자는 전기화학적 활성을 극대화 할 수 있어 그 동안 물 분해 반응에 많이 사용되던 순수 니켈 촉매 활성보다 두 배를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백금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에너지 패러다임, 그 변화의 시대에 대응하려면

그렇다면 왜 꼭 황화니켈이어야만 했을까. 유성종 박사는 “무엇보다 황화니켈 화합물은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니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니켈 금속은 가격이 킬로그램(㎏)당 14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단결정 황화니켈 화합물 합성조건 역시 1 스텝(step) 공정이기 때문에 백금을 사용한 기존 공정에 비해 제조비용이 약 100배 이상 저렴하다. 때문에 촉매로 개발했을 때 낮은 비용과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성종 박사팀은 높은 효율을 갖는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했다. 이처럼 그가 이번 연구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변화하는 에너지 패러다임 시대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에너지 경제 구도 자체가 화석에너지로부터 수소 경제로 전환하는 범지구적인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변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변화와 대응에 뒤처지게 된다면 지난 세기에 이어 앞으로도 에너지 측면에서 선진국에 종속된 구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수소․연료전지로 대표되는 신에너지 기술이 향후 전력산업과 수송, 이동전원, 군사 우주용에 폭넓게 사용되리라고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수소․연료전지 분야를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소에너지는 물에서 제조할 수 있어 가채량이 무한정하며 지역 편재성이 없고 환경 친화적이에요. 때문에 에너지 안보와 환경 부담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죠. 현재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수소(96%)는 경제성의 이유로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에서 제조되고 있지만 수소제조 과정에서 부산 되는 CO2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있죠. 물의 전기분해로 생성되는 수소의 제조비용이 화석연료에서 제조되는 경우보다 세 배 정도 비쌉니다. 이에 본 연구진은 어떻게 하면 성능이 높으면서 값싼 촉매를 개발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더 나아가 제조비용이 저렴한 수소생산장치를 만들겠다는 동기가 된 셈입니다.”

성능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촉매를 개발하는 일은 지난한 과정이기도 했다. 유 박사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던 비결에 대해 “연구자 사이의 신뢰”라고 귀띔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3년 동안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수행된 사례입니다. 물리, 재료, 화학, 화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를 하다 보니 소통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서로의 연구결과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을 때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가 연구초창기 때 필요했어요. 이에 대한 신뢰로, 결국 모든 어려움을 헤쳐자갈 수 있던 것 같아요.(웃음)”

연구가 좋은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아직 가야할 길은 더 남은 상태다. 이를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서는 유성종 박사팀이 개발한 촉매로 수소를 생산하는 랩 스케일(Lab Scale) 시스템 구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상업화 전 단계 수준인 파일럿(Pilot) 스케일로의 촉매 생산 설비 검토가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단계다.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단결정 황화니켈 화합물 나노 입자는 전기화학적 활성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 동안 물 분해 반응에 사용되던 백금 촉매의 활성을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연료전지 및 다른 많은 전기화학 반응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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