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를 통해 바라본 시대상

장 바티스트 시메몽 샤르뎅 ‘빨래하는 여자’

비누는 청결을 유지시켜주는 생활용품으로 카르복시산의 음이온과 나트륨 이온 혹은 칼륨 이온으로 구성돼 있으며 나트륨염은 물과 잘 섞이는 친수성과 기름과 잘 섞이는 친유성을 띠고 있다. 비누는 이러한 성분으로 인해 물에 잘 녹으면서 때도 잘 빠지는 것이다.

비누의 기원은 동물성 지방과 물 그리고 식물을 태운 재에서부터 시작됐다. 유럽에서 비누가 보급된 것은 11세기경으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제조되기 시작했지만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어 유럽의 평범한 가정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가였다. 현재와 같이 때가 잘 빠지고 사용이 간편한 비누는 18세기 초에 완성됐다.

샤르뎅의 ‘빨래하는 여자’는 비누를 통해 18세기의 프랑스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앞치마를 두른 여인이 선 채로 나무통에 담겨 있는 빨래를 치대고 있고 어린아이는 낮은 의자에 앉아 비눗방울을 불고 있다. 화면 왼쪽의 반쯤 열려 있는 문 밖에서는 여인이 빨래를 널고 있고 실내에서는 고양이가 앞발을 모으고 졸고 있다.

▲ <빨래하는 여자>-1733년, 캔버스에 유채, 42*37,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어린아이가 불고 있는 비눗방울을 통해 작품 속 집안이 부르주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비누는 상류층과 부르주아의 전유물이었다.

18세기 프랑스 서민들은 빨래를 하기 위해 벽난로나 아궁이에 남은 나뭇재를 세탁세제로 사용했는데, 빨랫감 위에 나뭇재를 층층이 뿌려 더운 물에 오래 담가두어야 했다. 또한 파리에는 상수도 시설이 없어 빨래를 하기 위해서는 물장수에게 물 배달을 시키거나 공동우물 또는 센 강에서 물을 길어와야만 했다.

따라서 서민들은 센 강에서 빨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강도 높은 노동을 필요로 하는 빨래는 서민들에게 연중행사였다.

이 작품에서 나무통 하단의 둥근 형태의 꼭지는 통에 담긴 물을 버릴 때 사용하는 것으로 나무통의 용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빨래를 치대는 여인과 빨래를 널고 있는 여인은 하녀임을 알 수 있다.

빨래통에 담겨 있는 흰색의 빨랫감과 문밖에서 하녀가 널고 있는 흰색의 옷은 주인이 부르주아라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센 강에는 세탁을 해주는 전문 세탁부가 2천명 정도 있었지만, 강물에 은 석회석이 많이 포함돼 있어 빨래를 한 후 빨랫감이 누런색을 많이 띠었다. 깨끗하게 세탁된 흰색의 옷을 좋아했던 부르주아들은 센 강에 있는 세탁부에게 빨래를 맡기기보다는 하녀를 고용해 빨래를 해결했다. 또한 부르주아들은 나뭇재보다 비용은 비싸지만 시간이 절약되고 간편했던 세탁비누를 사용했다.

하녀가 빨래를 하고 있는 곳은 다용도실이다. 당시 대부분의 가정집에는 안뜰이 보이는 곳에 부엌, 식품 저장실, 창고, 세탁실 등으로 쓸 수 있는 다용도실이 있었다. 앞발을 모으고 졸고 있는 고양이는 열심히 일하는 하녀와 대비되면서 나태한 부르주아를 암시한다.

장 바티스트 시메몽 샤르댕(1699~1779)은 이 작품에서 어린아이의 뒤집어 쓴 모자와 헝클어진 머리카락, 무릎이 드러난 파란 양발, 팔꿈치를 기운 겉옷, 낡은 신발로 가난을 나타내고 있으며 빨래통 아래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빨래를 하고 있는 하녀의 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가 앉아 있는 낮은 의자는 일하는 동안에도 아이를 돌봐야 하는 하녀의 암담한 현실을 의미한다. 당시 아이가 있는 하녀는 끼니와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월급도 없이 남의 집안일을 했다. 하지만 정신없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아이는 개구쟁이를 나타내며 빈부 격차에 상관없이 노는 것에 열중하고 있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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