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다고 번개 잦은 건 아니다

NASA, 전세계 번개발생지도 공개

고대인들이 가장 무서워했던 기상현상은 무엇일까? 고대신화를 보면 그 나라의 가장 힘센 신은 바로 ‘이것’의 신이며, 북튜럽의 토르는 이것을 무기로 마구 휘드른다. 그리스의 제우스도 이를 무기로 사용한다. 신들의 전쟁에서 최종무기로 등장하는 이것은 바로 ‘번개’이다.

고대인들은 번개가 신들이 일으키는 무기라고 생각했으나, 번개는 단순히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전기현상의 일종이다. 번쩍 번쩍 하는 전기의 방전현상으로,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을 말한다. 지금까지 번개는 단순히 기상현상의 하나로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번개를 독자적으로 연구하거나, 번개를 이용하여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번개의 재발견이다. 지난주 초,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구상에서 가장 번개가 많이 치는 지역을 발표했다. 어디서 번개가 많이 치고, 어디서 많이 치지 않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이다.

고대인들에게 번개는 신의 분노의 표현이었으며, 신들의 전쟁에서 최종 무기로 등장했다. 그만큼 고대인들에게 번개는 무서운 존재였고, 그로 인해 고대인들은 번개를 숭배하기도 했다. ⓒ Magica via Wikipedia

고대인들에게 번개는 신의 분노의 표현이었으며, 신들의 전쟁에서 최종 무기로 등장했다. 그만큼 고대인들에게 번개는 무서운 존재였고, 그로 인해 고대인들은 번개를 숭배하기도 했다. ⓒ Magica via Wikipedia

미국항공우주국의 열대강우관측위성인 ‘TRMM’을 이용, 1995년부터 2013년 사이 제곱킬로미터(㎢)당 번개 친 횟수를 집계하여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에서 분홍색인 부분이 번개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며, 보라색과 회색은 상대적으로 덜 발생하는 곳이다. (원문링크)

지도를 확인해보면 번개가 자주치는 지역은 주로 적도지역과 대륙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번개가 적은 편에 속한다. 적도지역은 태양의 직사광선을 받는 일이 많고, 그 때문에 상승기류가 생기기 때문에 번개가 잦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륙은 왜 그런 것일까. 일반적으로 기류 순환이 활발한 바닷가에서 훨씬 더 많은 번개가 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번개는 비구름과 더불어 불안정한 상태의 대기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대륙의 경우, 바다보다 더 빨리 태양빛과 열을 흡수해서 불안정한 대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강우는 번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발표된 지도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인도 동쪽 브라마푸트라 계곡의 경우, 5월에 엄청나게 많은 번개가 치지만 비가 쏟아지면 반대로 번개가 줄어들었다. 즉,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해서 반드시 번개가 많이 치는 것은 아니다.

지구 온도 1℃ 상승때마다 번개 발생 12% 높아져

그렇다면 이런 번개는 언제 많이 치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데이비드 롬프스(David M. Romps)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USA) 교수는 지구의 온도가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번개의 발생률은 12퍼센트(%) 높아진다고 밝혔다. (원문링크)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미국에서 번개 발생률은 12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단순히 기상현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번개로 인해 나타나는 피해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번개로 매년 100명의 사람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번개는 수 천 건의 산불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즉, 번개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되면 더 많은 산불이 일어날 수 있고 그로 인한 인명 피해 역시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번개의 발생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2000년에 두 번의 번개가 발생했다면, 2100년에는 세 번 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기온이 상승할 수록 번개가 더 많이 생기는 것에 대한 원인을 바로 밀도가 높은 구름으로 꼽았다. 구름의 양이 깊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구름이 습기를 많이 머금고 불안정한 성질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스럽게 번개가 많이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형성되는 것이다.

번개를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번개가 산을 태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생각을 바꾸어 이 에너지를 사용해보면 어떨까. 실제로 2013년부터 사우스햄톤(University of Southampton, UK) 대학 연구팀은 노키아(nokia)와 손을 잡고 번개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원문링크)

연구팀의 궁극적인 목적은 번개의 힘을 이용,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획기적인 기술의 개발이다. 만약 번개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게 된다면, 자연의 엄청난 자원을 활용하으로써 지속가능한 충전 기술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은 실험실 장비를 이용, 포획이 가능한 인공적인 번개를 만들어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실제 번개를 이용하여 충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시도되지 않았으나, 이번 실험을 통해 어느정도 현실성 있는 기술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대인에게 번개는 신의 분노의 표현으로 두려운 대상이었고, 그로 인해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 현대인들에게 번개는 지구온난화를 보여주는 한 지표이자 그와 동시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의 원천이 된다. 그야말로 ‘번개의 재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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