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발전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생활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이면엔 실업문제와 인간성 상실, 그리고 인간의 고립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브루투스의 심장’의 개정판이 나온 건 이런 시대적 상황과 무관한 얘기는 아닐 듯하다. 1989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2007년에 국내에서 처음 발간되었으며, 지난해 개정판이 나왔다.
작가로서는 이례적으로 전기공학과를 전공해 엔지니어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그의 소설엔 종종 과학기술적 요소들이 등장하고 그것들이 좀 더 심도 있게 다뤄진다. 이후 작품인 ‘레몬’과 ‘아름다운 흉기’에서도 그런 특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레몬’은 클론에 관한 이야기이고 ‘아름다운 흉기’는 도핑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에 대한 환멸, 감정의 배제로 이어지다
‘브루투스의 심장’은 우선 30년 전에 발간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유려하게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는 로봇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브루투스’라는 이름의 로봇은 마이크론 단위로 움직이는 긴 팔과 손가락으로 작은 새를 잡을 수도 있고 벽돌담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브루투스’의 개발자 다쿠야는 로봇의 가치를 인간보다 우위에 두고 있다.
그의 생각의 기저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해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 자리한다. 엄마를 일찍 잃고 알코올 중독에 성폭력범인 아빠와 보낸 유년 시절은 그에게 인간에 대한 환멸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미 고교 시절부터 아빠와 철저히 분리된 삶을 꿈꾸며 돈을 모으다 대학에 합격한 뒤 아버지에게서 독립한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 목표는 오직 성공뿐이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MM 중공에 로봇 개발부에 취직해 ‘브루투스’라는 이름의 로봇을 개발하게 된다. 그는 기계인 ‘브루투스’에게서 편안함을 느끼며 육친의 느낌이 있다면 ‘브루투스’를 만져본 느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기대 이상인 적도 없지만 늘 프로그램에 충실한 로봇. 인간에 대한 기대를 잠식시킨 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한 그의 로봇에 대한 신뢰는 인생 전반에 걸쳐 인간에 대한 그의 감정을 배제시킨다. 소설은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옮아가며 그들의 내면을 보여주지만 다쿠야는 본인의 시점인 곳에서조차 거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의 연애 또한 지극히 무미건조하다. 출세를 보장하는 전무 딸과의 결혼을 위해 그녀와 만남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전무의 비서인 야스코를 만나지만 거기엔 어떤 간절함도 애착도 존재하지 않는다.
로봇의 심장을 지닌 인간의 살인
그러던 중 야스코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된 그는 그 사실이 밝혀질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전무 딸과의 결혼이 무산될까 염려되었기 때문일 터. 그런 그에게 야스코의 살해를 도모하자는 뜻밖의 제안이 날아든다.
계획을 실행시키던 다쿠야에게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시신이 바뀐 것이다. 이후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시신이 바뀐 이유를 파헤치며 또 다른 사람들의 실타래처럼 엮인 이해관계를 조망한다.
그 과정의 서늘한 이야기는 타쿠야의 무감함과 이기심, 그리고 몰 인간성뿐만 아니라 사건에 얽힌 모든 사람들의 그것들을 조망한다. 마치 그들 모두 차가운 기계인 브루투스의 심장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듯.
이렇듯 로봇을 소재로 한 이 소설엔 로봇보다는 인간의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이 등장한다. 차가운 인간들의 이야기는 가끔씩 숨은 그림처럼 등장하는 로봇에 관한 짧은 이야기에 응집되며 인간성 회복이라는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소설 ‘브루트스의 심장’의 역설적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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