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불의 역사와 산불의 조건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167) - 산불의 과학(1)

자연적인 재난이든 인공적인 재난이든 지구촌은 늘 온갖 재난과 재해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올해에는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이 전 세계에 창궐하면서 막대한 피해와 깊은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 거의 해마다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여 커다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안겨주는 재난이 또 있으니, 바로 ‘대형 산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봄철에 동해안에서 일어나는 산불은 간혹 엄청난 피해를 주곤 한다. 지난 2000년 4월에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몇 개의 시군에 걸쳐서 2만 3000ha 이상의 산림을 불태우고 십여 명의 인명피해와 850여 명의 이재민을 냈으며, 전체 피해액 규모도 무려 천억 원에 이르렀다.

2005년 4월에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가 불타면서 중요한 문화재들이 소실되기도 하였고, 최근 몇 년 내로도 거의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동해안 등지에서 큰 산불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2018년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 ⓒ 위키미디어

해외 여러 곳에서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피해 규모가 큰 산불이 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007년 그리스 전역에서는 대규모의 다발적 산불이 발생하여 80여 명이 사망하였고, 2009년과 2018년에도 비슷한 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역시 거의 해마다 대형 산불이 일어나는 곳으로 꼽히며, 몇 달 이상씩 지속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2019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남반구의 호주에서 계속된 산불로 인하여 인공위성에서도 보일 정도로 호주 전역이 화염과 연기에 휩싸였을 뿐 아니라, 연무가 다른 대륙에까지 날아갈 정도여서 지구촌 전체에 큰 충격과 고민을 안겨준 바 있다.

최근 빈도와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보이는 산불은 기후변화, 즉 심각한 지구온난화 현상과 큰 관련이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대형 산불의 결과 너른 숲이 소실되고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므로,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는 악순환에 빠지는 셈이다.

그러나 한편 지구 생태계의 차원에서 보면, 산불은 오랫동안 대규모의 파괴와 함께 새로운 환경을 생성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즉 인류가 출현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에서 크고 작은 산불은 늘 일어났고, 그때마다 생태계 전체가 잿더미 위에서 다시 살아남아 번성하도록 환경에 적응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산불, 즉 불이 일어나는 연소 현상은 화학적으로 볼 때 에너지를 방출하는 급속한 산화 반응으로서, 이런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열과 연료, 그리고 산소라는 세 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46억 년 전에 지구가 탄생한 직후에는 이러한 ‘불의 3요소’ 중에서 연료도 산소도 없었기 때문에 불 또는 산불이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불을 일으키는 중요한 한 요소인 산소는 약 37억 년 전 지구상에 남세균(藍細菌), 즉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라는 미생물이 출현하면서 비로소 생성되기 시작하였다. 즉 시아노박테리아가 광합성을 최초로 시작하면서 유기물을 합성하고 남은 부산물인 산소를 대기 중에 방출하였고, 따라서 원시 지구의 대기 구성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광합성으로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약 10억 년이 지난 후에 이른바 산소 대폭발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이라는 극적인 변화를 통하여 지구의 대기에는 산소가 풍부해지게 되었다.

불을 위한 연료를 제공한 최초의 관다발식물의 모습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그러나 불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연료’는 그보다 훨씬 뒤인 약 4억 4000만 년 전에야 출현하였다. 즉 산소 대폭발 이후 지구에는 산소를 소비하는 호기성 생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종들이 진화하고 번성할 수 있게 되었고, 육상에서는 최초로 관다발식물이 출현하여 불에 탈 수 있는 연료를 제공하게 된 셈이다. 따라서 데본기 이후 나무와 숲이 우거지면서 최초의 화재가 발생하였을 것이고, 뒤를 이은 석탄기 때에는 거대 양치식물들이 번성하면서 대기 중 산소의 농도가 약 30% 이상으로 증가하여 자연발화에 의한 산불이 빈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에도 번개 등에 의해 산불이 자연발화하기도 하지만, 산불의 대다수는 인간에 의해 발생한다. 즉 실화이건 고의적인 방화이건, 인간이 내는 산불이 전체의 85% 정도라고 한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처음으로 불을 피우는 법을 알아낸 것은 약 40만 년 전이다. 그 후 인류는 불을 통하여 철기를 비롯한 각종 도구를 만들고, 추위를 견디기 위한 연료와 동력으로 다양하게 불을 활용하면서 급속히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인류는 개간 등을 위한 산림의 방화, 또는 실수에 의한 산불 등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나무 숲의 산불 발생 1년 후(왼쪽)와 2년 후(오른쪽)의 모습 ⓒ 위키미디어

그러나 산불, 특히 자연적인 발화에 의한 산불은 반드시 생태계의 파괴만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며, 지구 환경과 산불의 관계 및 그 작동 원리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복잡하다. 식물 등의 생태계와 산불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메커니즘, 그리고 산불의 새로운 모습과 위협 등 ‘산불의 과학’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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