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연구단지가 위치한 대전 유성구에는 매주 금요일 7시에만 나타나는 학교가 있다. 담임 선생님은 안 계시지만 반장과 학습부장, 선도부장, 오락부장까지 있고, 학생 수도 100명이 넘는다(등록자 기준). 일주일에 딱 한 번 세 시간짜리 수업이 진행되는데 20여 명의 학생들이 제 발로 학교를 찾아온다. 게다가 매 교시를 거듭할수록 학생 수가 늘어나기까지 한다. 이 교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불금’은 다른 어떤 때보다 ‘열공’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어떤 학교이길래 선생님도 없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그것도 세 시간이나 연달아 공부를 할까? 이 교실은 대덕연구단지 내의 유일한, 어쩌면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을 ‘거꾸로 교실’이다. 이 거꾸로 교실의 이름은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대전’이다.
빅 히스토리란 빅뱅부터 현대사회까지 이어지는 137억 년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다루는, 과학과 인문학이 결합된 융합학문을 가리킨다. 문명의 기원을 넘어 지구, 우주의 탄생까지 이르는 ‘가장 큰 규모의 역사’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접근 방식이다.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대전은 독서 모임이자 평생학습공동체인 ‘백북스(www.100books.com)’에서 만난 청년들 중 과학을 좋아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이 마음을 모아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들이 과학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모두 과학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연구원, 대학원생도 물론 있지만, 과학과 관계없는 일을 하는 직장인, 기획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대전에 모인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는 과학의 도시 대전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과학자들이 사는 도시에서 그들과 과학에 대해 거침없는 토론 정도는 할 수 있기를 원한다.”
1년에 책 한 권의 지식을 ‘길고 넓게’ 쌓자는 생각으로 ‘빅 히스토리’ 접근
과학에 대한 흥미는 기본이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과학 지식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모인 것이다. 물론 몇 십 년 동안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과 ‘거침없는 토론’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당찬 포부는 넓고 얕은 지식이 아니라 “과학의 도시 대전 시민으로서 지적 대화를 위한 길고 넓은 과학지식”을 가지겠다는 목표를 잘 보여준다.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대전에서는 일 년에 걸쳐 책 한 권의 지식을 ‘길고 넓게’ 쌓자는 생각으로 ‘빅 히스토리’에 접근한다. 수업에 사용되는 교재는 ‘고등학교 과학’(김희준 외, 상상 아카데미)과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이다. 수업 시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함께 보며 공부한다. 이들은 “어렵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지식부터 닦아 나가자”고 말한다.
수업은 크게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우주와 생명 그 심오함으로의 여행’, 두 번째는 ‘과학과 문명으로의 초대’이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다시 세 개의 대주제로 나뉘며, 그 첫 번째 주제인 ‘우주의 기원과 진화’는 8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10교시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9월부터는 ‘태양계와 지구’라는 새로운 주제로 다시 1교시가 시작된다.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대전의 공부는 수업시간에만 이뤄지지 않는다. 수업 일주일 전, 질문이 미리 공지되고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관련 자료를 공유한다. 수업이 있는 금요일은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좀 더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수업 시간에 나눴던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한다.
“질문을 한 바가지 쏟아내고,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을 경험하는 방식이 공부를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 수가 없네요. 공부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 몸은 녹초가 되었는데도 책을 들춰보느라 새벽 네 시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나를 돌아보고, 내 사고 과정의 구멍을 찾아가는 값진 시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덕분에 공부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는 1인입니다”
학생들은 절대 혼자 공부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에 마련된 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알아낸 것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고 서로 궁금한 점에 대해 대답 해주며 오류를 바로잡아 나간다. 일주일 내내 풀리지 않은 의문에 대해 얘기하고, 공부를 하며 느끼는 즐거움과 감동을 나누느라 학생들의 목소리는 끊기지 않는다. 이들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놀기 위해, 놀듯이 공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금요일의 수업이 이들에겐 “불금의 우주 한 잔”이다.
수업에는 원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관심사나 소속도 전혀 상관 없다. 함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누구든 환영이다. 지속적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 1회 참석도 가능하다. 수업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groups/BigHistoryProjectDaejeon)에 이벤트로 공지되며 누구나 신청하고 참여할 수 있다.
과학이 어려운지 쉬운지 또 아무나 할 순 없는 것인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받아들이는 사람들 각각의 마음에 따라 과학은 그 모습을 바꾼다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대전의 학생들은 누구도 과학이 쉽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과학이 분명 재미있는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 대전의 학생들은 “거꾸로 교실 수업에 참여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고, 반성하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에 대해 사실 얼마나 무지한지” 깨닫게 된다고 고백한다. 거꾸로 학습법뿐 아니라 모든 공부의 시작은 “별 것 아닌 질문, 당연한데 막상 생각해보면 답이 안 나오는 질문들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라는 걸 이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4018)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지능형 '전자피부' 개발에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조성호 전산학부 교수와 서울대 고승환 기계공학부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Zhenan Bao)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전기·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29일 게재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국내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과 수학자 허준이의 필즈상 수상 등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과총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 해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과학기술 등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우리나라 첫 달 궤도선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 성공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이 지구를 넘어 달에 닿았다"고 28일 밝혔다. 오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 8월 5일 지구를 출발한 다누리는 145일간의 항행 끝에 달에 도착했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일곱 번째 달 탐사 국가로서 우주탐사 역사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고 우주산업 육성에 나선다. 또 민관이 협력해 국가전략 기술을 본격 육성하고, 양자나 첨단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의 생태계 조성에 힘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러한 내용의 2023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한국재료연구원(이하 재료연)은 국민투표를 거쳐 올해의 우수 연구성과 '탑3'를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료연은 기관의 대표 연구성과를 조명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국민투표 방식을 통해 우수 연구성과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미역, 다시마 등과 같은 갈조류(brown algae)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는 숲처럼 많이 흡수하고 주변 생물이 분해하기 까다로운 점액 형태로 방출해 온실가스를 장기 격리하는 지구온난화 시대의 '원더 식물'로 제시됐다. 독일 막스플랑크협회에 따르면 산하 '해양미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갈조류의 배설물을 분석해 탄소 순환 과정에서 많은 양의 CO₂를 장기간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내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러시아 패배부터 현재와 같은 전황 지속까지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BBC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영국, 미국, 이스라엘의 전문가 5명의 전망을 전했다. 마이클 클라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전 소장 겸 엑시터대 전략연구소(SSI) 부소장은 이번 봄 러시아의 공격이 관건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