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북해 대구의 크기가 작아진 이유는?

[금요 포커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산소 줄고 신진대사 빨라져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산책을 하다 보면 제일 먼저 시려오는 신체 부위가 손가락이다. 손가락은 총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넓으니 체온 손실이 그만큼 많아서 장갑을 껴도 추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법칙은 전 세계 각지에 분포하는 인류나 동물의 체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남아처럼 따뜻한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는 러시아나 북유럽처럼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체형이 훨씬 크다. 또한 같은 여우라도 사막여우보다 북극여우의 몸집이 훨씬 크며, 북극곰은 동남아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말레이곰이나 온대 지역의 반달곰보다 3배 이상 크다.

북해와 스코틀랜드 서부 해역의 주요 어종인 대구의 신체 크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Hans-Petter Fjeld(Wikimedia Commons)

이처럼 같거나 유사한 종이라도 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일수록 몸집이 더 커지는 현상을 ‘베르그만의 법칙’이라고 한다. 항온동물은 몸의 크기가 커지면 총면적은 늘어나지만 표면적은 줄어들므로 몸통과 체중이 클수록 체온 유지에 유리하고, 더운 지방에 사는 항온동물은 작을수록 유리하다는 학설이다.

여기에 더해서 알렌은 추운 지역에 사는 항온동물은 따뜻한 지역에 사는 개체에 비해 귀, 코, 팔, 다리와 같은 몸의 말단 부위가 더 작다는 ‘알렌의 법칙’을 주장했다. 실제로 토끼나 여우 같은 동물은 극지방으로 갈수록 코와 귀, 꼬리 등의 신체 돌출 부위가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북해와 스코틀랜드 서부 해역의 주요 어종인 대구의 신체 크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그에 의하면, 성체 대구는 크기가 작아지고 있는 반면 어린 대구는 성장 속도가 빨라져 몸집이 커졌다.

어린 대구는 성장 속도 빨라져

즉, 대구의 새끼들은 빨리 자라서 조금만 지나도 몸집이 커지는 데 비해 다 자란 성체 대구의 몸집은 예전보다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구의 신체 크기 변화의 원인은 바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 실험에 의하면 냉혈동물은 따뜻한 온도에서 더 빨리 성장하지만 성체의 체구는 더 작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온도-크기 법칙(Temperature‐Size Rule)’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여러 동식물 및 박테리아에서 관찰되었다. 그러나 물고기 관련 연구는 거의 없었다.

영국 애버딘 대학의 연구진은 국제해양탐사협의회에서 제공한 데이터를 통해 북해와 스코틀랜드 서부 해역에 서식하는 대구류 4종을 조사한 결과, 지난 40년간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신체 크기 변화의 패턴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해수 온도 상승에 따라 대구의 신체 크기가 변화하고 있음을 표시한 그래프. ⓒIdongesit Ikpewe(Journal of Applied Ecology)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북해의 경우 해수 온도 상승이 급격히 진행된 반면 스코틀랜드 서부는 완만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양쪽 지역 모두에서 대구의 신체 크기 변화가 관찰되었다는 것은 해수 온도가 조금만 상승해도 물고기의 체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구 성체의 크기가 작아진 이유는 산소 때문이다. 한 종의 물고기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 몸집 크기는 산소 같은 한정된 자원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따뜻해진 물은 산소를 적게 함유하는 대신 신진대사율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는 산소를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해양 생태계 전반에 영향 미칠 수 있어

때문에 해수의 온도가 높아지면 물고기는 신진대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더 이상 얻을 수 없는 크기에 더 빨리 도달하게 되어 성체의 신체 크기가 작아진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생태학회가 발행하는 ‘저널 오브 어플라이드 이콜로지(Journal of Applied Ec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대구 성체의 몸집이 줄어들면 북해에서 가장 중요한 어종인 대구의 생산량도 줄어들어 관련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구는 작은 어류를 잡아먹는 포식자다. 즉, 먹이사슬의 상단에 위치해 있는 이 어류의 신체 크기가 변하게 되면 해양 생태계 전체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주변 지역의 서식하는 대구류에 한정되지만,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어류 및 어종의 변화는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캐나다 맥길대학 등의 국제 공동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해수 온도 상승으로 200종 이상의 어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결과로 해수 온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많은 어종들이 대구처럼 성체의 신체 크기를 줄이거나 아니면 더 추운 지역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 수산업계도 지구온난화에 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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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한얼 2021년 4월 7일9:05 오후

    수온이 상승하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물고기도 스스로 환경에 적응해 몸집이 작아진다니 신기합니다. 지구환경이 많이 변했네요. 동식물도 인간만큼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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