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북극해 생물 살리는 얼음조류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바다 깊은 곳 동물도 조류에 의존

북극해 얼음 속이나 표면에 사는 미세조류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북극 먹이망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얼음조류라고 부르는 이 작은 단세포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스스로 만들어 생태계를 부양한다. 육지에서 녹색식물이 하는 역할을 북극해에서 하는 것이다.

바다에 떠있는 얼음 주변에 사는 작은 동물은 당연히 얼음 표면에 붙은 조류를 먹고 산다. 그러나 이들뿐 아니라 바다 아주 깊은 곳에 사는 동물도 얼음조류가 만든 유기물에 상당부분 의존해 살아간다. 독일 알프레드베게너연구소 과학자들이 얻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지난 7월 12일 ‘사이언스 데일리’에 실렸다.

북극해 얼음.  ⓒ 김웅서

북극해 얼음. ⓒ 김웅서

 얼음조류는 북극해 에너지원

여름이 되면 얼음이 빠르게 녹아 얼음조류의 서식지가 줄어든다. 얼음조류가 줄어들면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얼음조류가 극지 바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므로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으리란 것은 자명하다.

물에 잠긴 얼음 하부에 사는 대부분 동물은 얼음조류를 먹이로 한다. 얼음 표면에 먹이인 미세조류가 많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초원에 사는 초식동물이 풀을 뜯어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물속 깊은 곳에 사는 동물까지도 얼음조류에 의존한다니 놀랍다.

연구팀은 북극해 얼음에 붙어사는 미세조류를 먹는 요각류, 단각류, 부유성 연체동물인 클리오네 같은 동물플랑크톤을 조사하였다. 요각류는 바다에 사는 가장 흔한 동물플랑크톤 종류로 크기는 보통 1~2㎜로 아주 작다. 이들은 얼음조류를 먹고 자신은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이렇게 물고기, 물범, 북극곰 등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에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동물플랑크톤이 얼음조류로부터 얼마나 많은 유기물을 섭취하는지 지방산을 이용해 조사하였다. 동물플랑크톤이 얼음조류를 먹으면, 얼음조류가 가진 지방산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 동물플랑크톤 몸속에 남는다. 동물은 필수지방산을 스스로 만들 수 없고, 먹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동물플랑크톤 몸속에 이런 지방산이 있다면, 어떤 먹이로부터 왔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탄소에는 무게가 다른 12C, 13C, 14C 등 세 종류가 있는데, 얼음조류는 물에 떠서 사는 식물플랑크톤보다 무거운 탄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하면 얼음조류에서 온 지방산인지, 식물플랑크톤에서 온 지방산인지 구별할 수 있다.

육식동물도 얼음조류에 의존해

조사 결과 얼음 부근에 사는 동물은 먹는 유기물의 60~90%를 얼음조류로부터 얻었다. 깊은 곳에 사는 동물 경우 20~50%가 얼음조류에서 유래하였다. 많게는 절반 가까이가 얼음조류로부터 왔다.

데미스토(Themisto libellula)라는 육식성 단각류 예를 들어보자. 수층에 사는 데미스토는 얼음 아래서 먹이를 사냥한다고 알려진 바 없다. 그런데도 탄소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섭취한 유기물의 최대 45%는 얼음조류에서 왔다. 데미스토가 직접 얼음조류를 먹지는 않지만, 얼음조류를 먹는 다른 동물플랑크톤을 잡아먹은 결과다. 동물플랑크톤인 요각류도 최대 50%까지 얼음조류가 만든 유기물에서 왔다. 요각류는 바닷물에 떠있는 식물플랑크톤을 주로 걸러 먹는데, 이렇게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은 뜻밖이다.

북극해는 겨울동안 빛이 없는 암흑세계이다. 봄이 되어 햇빛이 얼음을 투과하면 얼음 밑에 달라붙어 있던 얼음조류가 자라기 시작한다. 물론 빛이 없는 겨울에는 얼음조류가 자라지 못한다. 연구팀은 여름에 조사를 하였는데, 다른 계절에는 어떨까 궁금하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녹고 있다. 북극해에 사는 동물은 얼음조류에 의존하는데 얼음이 녹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얼음이 줄어들면 서식지를 잃은 얼음조류도 줄어든다. 그러면 이들에게 의존하던 동물도 줄어든다. 그물처럼 얽혀있는 먹이사슬 붕괴로 북극해 전체 생태계가 영향을 받을 것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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