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각국 쇄빙선이 몰려드는 까닭

북극해 선점 위한 과학기술 경쟁 치열

지난달 러시아 원자력쇄빙선 회사 로사톰플롯(Rosatomflot)은 길이 170미터에 폭 34미터의 거대한 신규 선박 건조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 계약이 주목 받은 이유는 계약서대로 선박이 건조될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원자력 쇄빙선이 되기 때문이다.

로사톰플롯 측에 의하면 선박은 8.5~10.8미터 사이로 물속에 잠기더라도 운항이 가능하며, 4미터 두께 이상의 얼음에서도 항해할 수 있다. 또 러시아에서 북극해에 도달하는 중간에 위치한 야트막한 시베리안 강에서도 항해가 가능하며, 북극 빙하지역에서 7만 톤 이상의 탱크를 견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신형 쇄빙선에는 60MWe 용량의 소형 가압경수로인 ‘RITM-200’ 2기가 설치되는데, 이 원자로는 우라늄 농축을 20% 이상으로 운영하여 연료 재장전 없이 7년 동안 운전이 가능하다.

현재 원자력 쇄빙선을 건설하는 유일한 국가인 러시아는 이 신형 원자력 쇄빙선을 건조하기 위해 11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가며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큰 원자력 쇄빙선을 만드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 북극해 지역에서 해빙 및 해양생물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 쇄빙선 아라온호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6월 이후 북극의 해빙 면적은 급격히 감소하여 동기간 역대 최소를 기록하고 있다. 8월 넷째 주를 기준으로 현재 해빙면적은 4.319×10⁶㎢로서, 작년에 비해 80만3천120㎢, 2007년에 비해 59만8천120㎢(약 한반도 2.5배) 줄어들었으며, 2007년 9월의 역대 최소면적보다 4만2천500㎢가 적어 역대 최소 면적 기록을 갱신했다.

이처럼 북극의 빙하는 계속 녹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1년 내내 쇄빙선을 요구하는 항로가 있다. 때문에 러시아가 북극의 광범위한 지역을 따라서 미국 및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다른 국가의 국경과 관련돼 배타적 경제적 권리를 주장하는 데 필요한 국경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선 그처럼 강력한 성능의 쇄빙선이 필수적이다.

주요 해상운송로로 등장한 자원의 보고

북극해가 녹으면서 그동안 탐험대와 과학조사단만 드나들던 북극이 개발 위주의 치열한 과학기술 경연장으로 바뀌고 있다.

북극해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바닷길이 열려 기존 항로보다 시간과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게 돼 주요해상운송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지질연구소에 의하면 북극해에는 전 세계 미개발 석유 및 천연가스의 25%가 부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권 지역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매장량은 약 400GtC(giga ton CO2)로 추정되며, 알래스카 북극지역 매장량만 1억 이상의 가구에 10년 이상 난방이 가능한 양이다. 미국 에너지성은 2011년 세계에서 가장 경제성과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북극 영구동토층을 꼽았다.

더구나 남극은 남극조약에 의해 2048년까지 개발이 동결된 반면, 북극해는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 진행 중으로, 북극해 EEZ 내 자원탐사 참여, 해양플랜트 및 조선산업 발전, 북동항로 개척 등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각국이 자원의 보고 ‘북극’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1993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구입한 길이 167미터, 만재배수량 2만1천 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쇄빙선인 ‘쉐룽(雪龍)호’에 북극 탐사팀을 태워 지난달 최초로 북극을 횡단하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중국 측은 지구온난화 및 북극 극지 환경 조사를 위한 항해라고 주장했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가는 없다.

중국은 북극해의 탐사를 위해 2014년까지 자체 기술로 8천 톤급의 새로운 쇄빙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또한 북극해와의 직접적인 연고가 없어 북극이사회 임시 옵서버국인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 등 고위 인사들이 북극지역 국가들을 잇달아 방문해 정식 옵서버 지위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북극이사회란 북극권 국가들인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 8개국이 지난 1996년 북극 개발 및 환경 보호를 명목으로 설립한 국제기구이다. 역외 국가인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우리나라 등도 북극이사회 임시 옵서버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우에는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북극권을 자원개발의 중점지역에 포함하는 5개년계획을 지난 6월에 마련했으며, 북극의 온난화 진행과 해빙 상황 등을 조사하기 위한 대규모 답사단을 파견해 4년간 답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신규 북극해 순시함 건조를 위해 930만 달러 규모의 설계 용역을 발주하는 등 순시함 수 척을 새로 건조해 북극에 초계함대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라온호, 북극해 국제공동연구에 참가

북극해를 향한 우리나라의 행보도 최근 부쩍 분주해졌다. 지난 5월, 국토해양부는 2008년부터 준비해온 캐나다와의 EEZ 내 공동연구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하여 캐나다, 미국과 함께 북극 보퍼트해의 캐나다 EEZ 내에서 환경 및 에너지 등 전 지구적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한 대형 국제 공동연구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됐다.

이 연구에서는 아라온호가 내년에 해저심부시추 지점을 선정하고, 선정된 지역에서의 시추를 통해 영구동토층 및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분포와 메탄가스 방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지난 7일에는 국토해양부 주최로 북극해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제1차 북극해 전략수립을 위한 정책포럼’이 개최됐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연구소, 원양산업협회 등 국내 해양․극지 관계기관에서 약 150여 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이 포럼에서는 주요 국가들의 북극해 정책, 우리나라의 북극해 정책 추진 기본방안, 북극해 진출을 위한 과학기술 진흥 방안, 북극권 수산자원 개발 방안 등에 대한 분야별 발표와 북극해 진출 전략에 대한 전문가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 9일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와 총 4건의 자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그린란드를 공식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린란드 쿠피스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맺어진 이 MOU로, 우리나라도 지질조사 및 탐사 등의 공동연구로 본격적인 북극해 자원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 공식방문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노르웨이를 방문해 북극 협력 및 자원 개발, 조선·해양 분야 등에 대해 다양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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