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보병 전투 훈련도 과학기술로 진화 중

[밀리터리 과학상식] MILES, 부상 없이 실감나는 훈련 가능

MILES 장비를 사용한 한국군의 훈련 모습. 총구 끝에 달린 레이저 송신 모듈과, 헬멧에 달린 레이저 수신 모듈(검은 동그라미 모양)이 보인다. Ⓒ대한민국 국군

군대의 훈련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객관적으로 알아내고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아군이 발사한 무기가 실전에서 적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힐 것인가, 또한 반대로 적이 발사한 무기가 아군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힐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는 실전을 통하지 않고서는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그걸 알아내자고 실탄으로 무장한 아군 훈련 부대끼리 서로 공격하는 건 더더욱 난센스다.

때문에 훈련 기획자들은 옛날부터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 왔다. 도상 연습(워 게임 등)이나 실제 연습에서는 수학적 계산을 통해 병기 발사 시 피해 규모를 산정, 이를 훈련에 적용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오산의 위험성이 늘 있었다.

MILES(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 다중 통합 레이저 교전 체계. 보통 <마일즈>로 발음한다.)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더욱 실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하기 위해 개발된 훈련 장비 체계다. 그 역사는 지난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육군 공학 개발 프로그램에 따라 제록스 전자 광학 시스템즈사가 처음 개발한 MILES는 소총에서부터 미사일에 이르는 11가지 무기체계의 효과를 야외에서 레이저로 구현할 수 있는 전술 훈련 체계였다.

MILES는 실제 병기의 총구에 장착되는 레이저(적외선) 송신 모듈, 그리고 병사 및 차량에 설치되는 레이저 수신 모듈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 병기에서 공포탄 등을 사용해 발사 조작을 하면, 레이저 송신 모듈에서 사전에 입력된 특성대로 레이저가 발사된다. 그리고 이 레이저가 상대편 병사 및 차량에 설치된 레이저 수신 모듈에 도달하면 피탄 판정을 내게 된다.

진화를 계속해 온 MILES 장비

이러한 MILES 장비는 40여 년의 역사 속에서 꾸준히 진화해 왔다. 초기의 MILES 장비는 피탄을 당할 경우 경보음만이 날뿐, 병사의 무기 발사를 막는 어떤 장치도 없었다. 따라서 피탄 당한 병사들이 판정을 무시하고 계속 모의 전투를 진행하는 일이 빈번했다. 게다가 전투 데이터, 즉 병기 발사자의 신원과 위치, 발사 병기 종류, 피격당한 표적의 신원과 위치, 표적의 명중 부위와 예상되는 피해 등의 자료를 획득할 수 없었다. 이런 것이야말로 훈련을 통한 전술 개발에 필수적인 정보였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개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1980년대에 개발된 어드밴스드 MILES에서는 훈련 참여자의 신원 확인 기능과 득점 집계 기능을 처음으로 부여했다. 훈련 참여자가 발사하는 레이저 자체에 발사한 사람의 신원 정보가 입력되어 날아가고, 이것이 표적의 수신기에 명중되면 그 신원 정보 또한 수신기에 입력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전투 데이터는 훈련 종료 시까지 저장되어 다운로드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 버전에서부터 통제관용 레이저 권총도 등장했다. 이 권총을 쓰지 않으면 사망한 병력들을 부활시킬 수 없었다. 초기 MILES 장비에서 전사 판정을 당한 병사는 총기에 있던 열쇠를 제거해야 사망 경보음을 멈출 수 있었는데, 이 열쇠를 다시 꽃아 넣고 전투를 계속하는 반칙 행위를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

또한 전투기와 공격 헬리콥터의 공대지 병기의 사용 효과도 재현되었다.

1991년에 등장한 다음 버전인 MILES 2, 그리고 1992년부터 이에 부속된 SAWE(simulated area weapons effects: 지역 제압 병기 효과 시뮬레이터)에서는 포격과 화생방 공격의 피해 효과 재현도 가능해졌다. GPS와 무선 주파수 통신을 통해 훈련 참가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고, 가상의 착탄 지점으로부터 정해진 살상 반경 내에 있는 인원을 파악, 이들에게 사망 또는 부상 판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가장 최신 버전인 I-MILES CVTESS(Instrumentable 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 combat vehicle tactical engagement simulation system: 계기화 다중통합 레이저 교전체계 차량 전술 교전 시뮬레이션 체계)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차량간 교전까지도 재현했다.

한국군의 전투력 강화에도 기여

물론 MILES 장비라고 실전의 모든 것을 다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다. 실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데 MILES의 레이저는 직선으로만 나간다. 그리고 수신기가 이물질로 가려지면 피탄 판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보다 더 실감 나는 훈련을 진행할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현재 약 40개 국에서 이 MILES 또는 그와 비슷한 훈련체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중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우리 육군의 KCTC(Korea Combat Traning Center: 과학화 전투 훈련단)는 MILES 장비는 물론, 전문화된 관찰 통제관, 전문대항군, 전투훈련 분석실 등을 갖추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도모하고 있다. 관찰 통제관이 훈련부대의 훈련을 관찰 평가 및 통제하며, 전문대항군은 적 장비와 전술을 철저히 구현해 훈련 효과를 높인다. 그리고 전투훈련 분석실에서는 훈련 데이터를 네트워크를 통해 체계적으로 수집해 빅데이터화하고, 이를 분석 및 연구해 실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다. KCTC 훈련은 피 흘리지 않으면서도 지극히 실감 나는 전투 훈련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한 나라 군대의 최말단이라 할 수 있는 보병의 전투 훈련조차도 이렇듯 첨단과학의 숨결이 스며들고 있다.

여담이지만 MILES는 민간에도 좋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흔히 말하는 <레이저 서바이벌 게임>이 바로 이 MILES의 민간용 버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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