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병명에 지명을 안 쓰는 이유(1)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83)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더 오래갈지 종잡을 수가 없다. 중국의 일이라며, 아시아의 문제라며 강 건너 불구경을 하던 구미(歐美) 국가들에게도 코로나19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바이러스의 정확한 이름은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2형(SARS-CoV-2)’이다. 처음에는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라 불렀다가 나중에 사스와 관련된 코로나바이러스로 판명된 후 이름이 새로 정해졌다.

‘novel(신종)’ 이란 수식어는 밝혀진 병원체가 신종 병원체가 아니고 기존에 이미 알려진 병원체로 새로운 감염병의 원인이 된 경우에 잠정적으로 붙인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불과했지만 2003년에는 사스(SARS)를 대유행 시켰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심각한 병을 일으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에도 ‘신종(novel)’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불렸다가 나중에 이름은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라는 이름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이번 코로나19의 원인은 그 두 번째 형태인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2형(SARS-CoV-2)’이 병원체다.

SARS-CoV-2가 일으키는 감염병의 정식 명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다. 이 병명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이 2019년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우려가 담겨있다. COVID-20, COVID-21, COVID-22 혹은 SARS-CoV-3, SARS-CoV-4, SARS-CoV-5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는 2020년에도 이어지면서 2020년 3월 11일부터는 공식적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되었다. 그 시작(공식적으로)은 101일 전인 2019년 12월 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했다.

초기에는 ‘우한 폐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성 폐렴(NCIP: novel coronavirus-infected pneumonia)’ 등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나 집단, 심지어는 의사들 중에서도 코로나19를 ‘우한 폐렴’이라 지칭하는 이들이 있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왜냐하면 WHO는 2015년부터 새로운 질병의 이름을 정할 때 지명(地名)을 쓰지 않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새로 발견한 것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 즉, 명명권(命名權)은 전적으로 발견자의 몫이다. 대항해시대에 새로 발견한 땅도 그러했고, 과학 대발견의 시대에도 여전히 명명권은 발견자가 누릴 수 있는 신성불가침의 권리였다. 의학에도 유효해서 질병, 병원체, 시술법, 의료 기구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진찰법이나 자세까지도 발견자나 고안자의 이름이 붙었다.

20세기 들어 검은 대륙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열대 우림은 물론이고 아시아의 오지까지 의학 탐험가들의 손길이 미치자 많은 병과 병원체들이 발견된다. 처음에는 발견자의 이름을 붙인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병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자 언젠가부터는 ‘병이 처음 발견된 곳+증상’의 형식으로 병명을 정한 경우가 생겨났다.

1931년 케냐의 리프트 계곡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리프트밸리열(Rift Valley fever)’, 1937년 우간다 북부 웨스트나일 지역에서 확인된 ‘웨스트나일열(West Nile Fever)’,  1957년 인도의 키아사너 숲에서 첫 발병 환자가 발견된 ‘키아사너 삼림열(Kyasanur forest disease), 1963년  볼리비아에서 처음 발병한 ‘볼리비아출혈열(Bolivian hemorrhagic fever)’,  1967년 독일 헤센 주 마르부르크시에서 발견된 ‘마르부르크병(Marburg virus disease)’, 1969년 나이지리아의 라싸에서 발견된 ‘라싸열(Lassa fever)’, 1980년 핀란드의 푸말라 시에서 확인된 ‘푸말라열(Puumala fever)’, 1998년  말레이지아의 숭가이 니파에서 발병한 ‘니파바이러스 감염증(Nipah virus infection) 등이다.

이런 대발견의 시대에 우리도 일조한 것이 있다. 6.25전쟁 중인 1951년에 중부전선에서 미군이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형출혈열(Korean Hemorrhagic Fever)이다.

이 출혈열은 전쟁 동안 3200명의 유엔군 장병들을 공격해 대략 5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악명 높은 출혈열이었다. 휴전 후에도 주한 미군에서 환자가 속출하여 골칫거리가 되면서 국가 위상을 여지없이 훼손시켰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억울했다. 이 골치 아픈 출혈열이 우리나라에만 발병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만주, 시베리아 등의 동북아시아에 넓게 퍼져 있던 풍토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신증후 출혈열 (hemorrhagic fever with renal syndrome, HFRS)로 불리고 있다.

이런 사례로 가장 속상한 나라 중 하나는 스페인이 단연 으뜸이다. ‘스페인 독감(Spanish flu)’이란 누명 때문이다. 지금도 독감 유행철만 되면 어김없이 언론에 회자되는 스페인 독감은 명실상부한 사상 최악의 독감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당연히 스페인에서 시작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에 발생해 전 세계를 돌면서 수 천만 명의 목숨을 빼앗은 이 독감은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나라들은 참전국들이었고 보도 통제를 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만 해도 병영의 장병들 사이에 독감이 돌아 전력의 30~40%가 독감에 감염된 상태였다. 이 사실을 보도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자유롭게 독감 유행 소식을 보도했다. 그러자 다른 나라들이 기다렸다는 듯 ‘스페인 독감’이 유행한다고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1917년 12월에 미군 병영에는 독감이 창궐하고 있었다. © 위키백과 자료.

스페인 독감 이전에 이미 스페인은 ‘스페인병’의 종주국으로 오명을 뒤집어쓴 적도 있었다. 16세기 유럽에서는 신종 ‘성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스페인 식민지였던 네덜란드인들은 이것을 ‘스페인병’이라 명명했다. 같은 병을 러시아에서는 ‘폴란드병’, 터키에서는 ‘기독교도(프랭크)병’이라 지칭했다.

한편 이 병이 처음 시작된 이탈리아에서는 ‘프랑스병’이라 불렀다. 이에 질세라 프랑스인들은 ‘이탈리아병’으로 부르며 맞대응했다. 미루어 짐작하듯 몹쓸병의 이름에 가장 미운 나라, 민족의 이름을 붙여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행히도 이 성병은 ‘매독(syphilis)’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어 민족 간의 불필요한 감정적 충돌은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듯 좋은 일이라 할 수 없는 병명에 나라나 지역 이름이 붙여진다면 당사국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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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2)

  • LightEach 2020년 3월 24일10:39 오후

    지명을 안붙인다는 얘기는 우한폐렴 처음 터진 시점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발원지가 있는 국가라고 부르기도 싫은 곳과 거기 서식하는 지저분한 유사 인종들의 하는 짓이 너무나 어이가 없고 괘씸해서 도저히 코로나 또는 코비드19라고 불러 줄 수가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바이러스가 나오면 그때는 학명으로 불러 줄 용의가 있습니다만 안그래도 유사 인간 같은 것들이 더더욱 인간이길 포기하는 짓거리들을 해대니 이건 글쓰신 분께서도 우한폐렴 또는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부르시는게 마땅해 보입니다.

    • 서범석 2020년 3월 25일11:22 오전

      이런 사실을 알고도 그러는지 xt선일보는 아직도 오늘 기사에도 “우한 폐렴”이라고 고집부리는 게 너무나 악의적이네요 볼때마다 짜증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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