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좋아 천체사진작가 됐어요”

그리니치 천체사진전 본선 진출한 권오철

“굶지만 않으면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천체사진작가 권오철 씨(92학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그만두고 어느 날 사진작가를 시작했다. 그렇게 사진작가의 생활은 시작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국 그리니치천문대에서 주최하는 천체사진전 본선에 진출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사진작가를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권오철 작가는 “안정적인 생활을 해보고 나니, 그것이 별거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가능했던 일이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의 반대는 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물론 반대는 심했지만, 10년쯤 지나니까 누그러졌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인들의 반응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굳이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권오철 작가의 이런 쿨한 생각은 그의 블로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관련링크 http://blog.kwonochul.com/)

2014년 7월 14일 미국항공우주국이 Astronomy Picture of the Day로 선정한 사진 ⓒ 권오철

2014년 7월 14일 미국항공우주국이 Astronomy Picture of the Day로 선정한 사진 ⓒ 권오철

권 작가의 천체사진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2014년 7월 14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그의 사진을 Astronomy Picture of the Day로 선정했으며, 이미 이에 앞서 2010년부터 매년 선정되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도 그의 사진을 게재하고 있는데, 2012년에는 독도에서 찍은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매년 그리니치 천문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천체사진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권 씨의 사진이 본선에 진출했다. 세계에서 쟁쟁한 천체 사진작가들이 참가한다. 이런 대회의 본선에 진출한 소감을 묻자 “연례행사와 같다. 크게 감흥이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남다른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아 질문했다고 하자 그는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대회 자체를 인지한 게 작년이라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상금이 많아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대회 출품을 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권오철 작가는 “사진의 분야가 참 많은데, 사진에도 호불호가 있다. 천체사진은 불호가 없다. 누구나 좋아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누군가는 전쟁 사진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누군가는 피를 보며 싫어한다. 하지만 신비로운 오로라 사진은 누구나 좋아한다. 권 씨는 바로 이러한 점을 천체사진만의 매력으로 꼽았다.

권오철씨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경이로운 순간을 '오로라 서브스톰'으로 꼽았다. 사진은 2011년 2월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찍은 오로라 서브스톰.

권오철씨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경이로운 순간을 ‘오로라 서브스톰’으로 꼽았다. 사진은 2011년 2월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찍은 오로라 서브스톰. ⓒ 권오철

권오철 작가는 별 때문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공과대학을 다니던 시절 교내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많은 분야 중 천체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이렇게 답했다.

“사진을 먼저 배웠다면 무엇을 찍어볼까 생각했겠지만, 별을 찍고 싶어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천체사진만 찍게 되었다.” 좋아하는 별을 찍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어디였을까. 권오철 작가는 캐나다의 옐로나이프(Yellowknife)를 꼽았다. 옐로나이프 뿐만 아니라 아이슬란드나 호주도 이야기 했는데, 그가  꼽은 모든 장소의 공통점은 바로 ‘별이 잘 보이는 곳’이다.

다양한 천체현상을 찍은 그에게 가장 촬영하고 싶은 현상은 무엇일까. 권오철씨는 ‘오로라 서브스톰’을 꼽았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자연에서의 가장 경이로운 순간이 바로 오로라 서브스톰”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개기일식보다 더 임팩트가 크다고 말했다.

가장 경이로운 순간이기에 처음에는 눈으로 보느라 사진을 잘 못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번 보다 보니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고. 오는 9월에도 그는 오로라 서브스톰을 보기 위해 캐나다로 다시 떠난다.

권오철씨는 별이 잘 보이는 날씨, 그리고 별이 잘 보이는 장소까지 간다면 천체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의제 / ScienceTimes

권오철씨는 별이 잘 보이는 날씨, 그리고 별이 잘 보이는 장소까지 간다면 천체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의제 / ScienceTimes

천체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팁에 대해 묻자 권오철 씨는 두 가지 조건만 만족되면 누구나 잘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별이 잘 보이는 맑은 날씨와 별이 잘 보이는 장소, 그 두 가지가 사진을 찍는데 9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권오철 작가는 사진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들려주었다. 울릉도에서 독도를 찍은 사진이 있는데, 울릉도와 독도 그리고 해가 일직선이 되었을 때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수학을 이용했는데, 이 사진이 교육방송에서 교육 자료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진은 9월 13일까지 독도체험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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