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들의 천국…건강한 창업 생태계

영국의회 죽음의 계곡 보고서 (하)

1980년대 피터 딘(Peter Dean) 박사가 리버풀 대학에서 근무할 당시 ‘혁신(Innovation)’이란 말은 매우 생소한 단어였다. 연구 대신 발명이나 특허를 내서 사업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딘 교수는 달랐다. 특별히 구성된 연구그룹을 통해 스테로이드 호르몬(steroid hormones), 스쿠알렌 사이클래스(squalene cyclases) 등을 사업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30여 년간 많은 것을 경험했다.

과거 대학교수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딘 박사는 영국 하원이 작성한 보고서 ‘죽음의 계곡을 위한 가교(Bridging the Valley of Death)’를 통해 아직도 영국의 많은 대학들이 기술사업화와는 거리가 있는 아카데믹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는 특허전문 인력 넘쳐날 정도

연구결과에 있어 여러 가지 변수를 모두 감안해야 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 연구결과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기술사업화를 서둘러야 할 때가 빈번하게 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 영국 벤처캐피털협회(BVCA) 홈페이지. BVCA는 최근 영국 사회의 벤처 육성 분위기와 맞물려 국가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http://www.bvca.co.uk/home


특허 행정절차 역시 ‘죽음의 계곡’의 원인이 되고 있다. 딘 박사는 아직도 많은 연구자들이 특허획득 과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누가 이 업무를 도와줘야 하는데 영국 내에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에는 뛰어난 능력의 특허 전문가들이 넘쳐날 정도다. 딘 박사는 영국 정부가 나서서 특허전문가들을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연구결과를 제품화해 마케팅으로 이어갈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이다. 디자이너, 마케팅전문가, 심지어 로비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맨파워가 요구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벤처기업 입장에서 이 모든 일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딘 박사는 국가 내에 ‘죽음의 계곡’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된다면 수많은 분야에서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강한 창업생태계가 최우선 과제

영국 하원 보고서에서 먼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자금이다. 벤처기업들이 사업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정책을 추진해달라는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연구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을 시장 상황 중심으로 바꾸기보다 양측이 서로 융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벤처기업을 위한 실험생산 시스템, 제품 테스트 장비 등의 시설지원 역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정부, 민간 차원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장비 확충을 위한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더욱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교육 분야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특히 대학은 기술사업화 플랜에 있어 꽃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 기술창업이 활성화되지 않는 원인으로 신뢰 부족을 꼽았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연구자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 당국의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은 건강한 창업 생태계다. 지식(knowledge), 자금(finance), 서비스(service), 인력(people) 등 네 분야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이 창출되는 창업 생태계를 말한다.

맨체스터대학 루크 조지아(Luke Georghiou) 교수가 작성한 생태계 모델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부와 대학, 대기업, 투자사는 물론 사회 전체가 나서 중소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영국 과학기술을 사업화해 나가자는 것.

지원이 가능한 산업 분야 역시 기초 기술에서부터 제품 생산 프로세스, 디자인, 마케팅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시장창출 가능성이 있다면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과학기술을 산업화해 국가 경제를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죽음의 계곡’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번 영국 하원 보고서는 최근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려는 영국 전체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 벤처기업 지원방안이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 주변국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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