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의 이름에서 유래한 ‘석유’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35)

언젠가 모임에서 누군가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때마침 누군가가 구급약으로 ‘바셀린’ 연고를 가져와 발라주었다. 그때 연고를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성분이 석유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석유는 어떻게 바셀린의 원료가 되었을까?

바셀린 연고는 ‘순수 석유 젤리’다. ⓒ 박지욱

바셀린 연고는 ‘순수 석유 젤리’다. ⓒ 박지욱

석유를 자동차 연료로만 알고 있는 현대인들에겐 생소한 일이겠지만 석유는 오랫동안 약이었다. 가래를 삭이거나 기생충을 없애거나 땀을 내게 하는 목적으로 쓴 의약(醫藥).

지금으로부터 160년 전인 1859년에 미국의 유전(油田)에서 일하던 화학자 치즈브로(Robert Augustus Chesebrough)는 유정(油井)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사소한 상처를 입으면 그 자리에 시추 기구에 묻은 기름 찌꺼기를 바르는 것을 보았다.

끈적이는 기름 찌꺼기가 피도 멎게 하고 상처의 회복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항생제 연고도 없던 시절에 이 기름 찌꺼기는 아주 유용한 연고제였다.

치즈브로는 이를 신기하게 여겨 이것을 약으로 만들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에 얼마나 열심이었던지, 새로 만든 연고를 담을 빈 용기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에는 하는 수없이 아내가 꽃을 담아둔 ‘꽃병’을 비워 새로 만든 연고를 담아두었다. 이것이 나중에 상품으로 개발되면서 이름에 ‘꽃병(vase)’이 들어간 ‘바셀린’이 되었다. 바셀린 연고는 오늘날에도 화상이나 상처에 사용하는, 석유 젤리(petroleum jelly)로 만든 피부 보습제를 부르는 일반 명칭이 되었다.

바세린의 주성분인 석유 즉 ‘페트롤리움(petroleum)’이라는 이름은 성서에 나오는 인물 베드로와 연관이 있다. 예수의 12제자 중 수제자인 베드로의 본명은 ‘시몬’이었다. 예수는 그에게 케파스(Cephas)’라는 이름을 내려주었는데 히브리어로 ‘반석(盤石)’이란 뜻이다. 그 이름은 시몬이 장차 교회의 반석이 되라는 의미였다.

케파스는 신약성서가 그리스어로 기록되면서 ‘소리’보다는 ‘뜻’을 살려 페트로스(Petros)로 바뀌어 불렸다. 페트로스가 그리스어로 바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시 로마로 건너가 라틴어로 기록되면서 라틴어로 바위를 뜻하는 페트루스(Petrus)로 변한다. 나중에 기독교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자 그 이름은 각 지역 언어에 맞게 조금씩 변형되어 사용된다.

이를테면, 이탈리아에서는 피에트로(Pietro), 스페인에서는 뻬드로(Pedro), 독일에서는 페테르(Peter), 러시아에서는 표토르(Pyotor), 영국에서는 피터(Peter), 프랑스에서는 삐에르(Pierre)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어가 아닌 그리스어의 소리에 더 가까운 베드로로 불렸다. 이 모든 이름들, 즉 나라와 언어에 따라 불리는 이름은 다 달라도 그 뜻은 한결같다. 바로 ‘반석’ 혹은 ‘바위’라는 뜻이다.

베드로는 죽어서 교회의 명실 상부한 반석이 되었다. 그는 로마에서 순교했고 그곳에 매장되었는데, 나중에 그의 무덤 위에 대성당이 지어졌다(기독교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의 이름이 붙은 성 베드로 성당(St. Peter’s Basilica)이다.

베드로는 초대 교종(교황)으로 추대되었고, 지금도 교종이 미사를 집전하는 곳은 바로 베르도의 무덤 위다. 이렇게 베드로는 그 이름 그대로 교회의 ‘기반석(基盤石)’이 된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반석 교회’들의 이름도 베드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 내부에 있는 베드로 묘소 덮개 (St. Peter's Baldachin).

성 베드로 대성당 내부에 있는 베드로 묘소 덮개 (St. Peter’s Baldachin). ⓒ 위키백과

그러고 보니, 요르단의 유명 관광지 ‘페트라(Petra)’의 뜻도 바위다. 몇몇 영화에 등장해 유명해진 이곳은 바위를 깍아 만든 암벽에 세워진 도시로, 페트라가 곧 바위란 뜻이다.

고대 도시 페트라에 있는 유명 건축물 알카즈네. ⓒ 송희용

고대 도시 페트라에 있는 유명 건축물 알카즈네. ⓒ 송희용

마지막으로 우리 몸속에서 ‘바위’가 있다. 머리를 감싸는 두개골 중 관자엽에 해당하는 측두골의 안쪽에 있다. 한눈에 척 보아도 바위처럼 보이는 이곳을 바위 혹은 추체로 번역하는데 영어로는 ‘petrous part’이다. 이곳에는 속귀(內耳)가 들어있다.

측두골 바위(추체부).그림에서 분홍색 부분이다. ⓒ 위키백과

측두골 바위(추체부).그림에서 분홍색 부분이다. ⓒ 위키백과

그 이름에 걸맞게 우리 몸의 뼈 중에서는 가장 단단한 부분이다. 덕분에 세월의 모진 풍상을 이겨내고 DNA를 보존하고 있는 수가 많다. 만약 측두골 바위가 없다면 고대인의 DNA 연구는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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