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를 과학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뇌과학은 처음이라] 뇌과학과 자연주의적 오류의 위험성

옛날부터 인류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과거에는 철학이 그 역할을 다했었고,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그 노력은 형이하학적 접근으로 전환되고 있다.

처음 유전자가 발견되고 유전학자들은 유전자를 통해 사람들의 성격과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유전자로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이해하기에는 꽤나 거리가 멀었고, 현재는 뇌과학을 통해 사람의 행동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범죄와 관련된 행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보면 과학적 사실이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옹호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사람의 행동을 뇌과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노력으로 얻은 결과들은 인간의 행동을 꽤 자명하게 설명했고,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여왔다.

특히 범죄와 관련된 행동이 뇌과학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뉴욕대의 앤더슨 교수는 섹스와 폭력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섹스를 담당하는 뇌의 회로와 폭력을 담당하는 뇌의 회로는 해부학적으로 붙어 있고, 서로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서로를 억제하는 이 회로가 망가졌다면, 더 나아가 서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회로가 형성되어 있다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성범죄자의 폭력적인 행동이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관련기사- 사이언스타임즈 ‘섹스와 폭력 사이’>

범죄와 관련된 행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보면 과학적 사실이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옹호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자연주의적 오류란 ‘사실에 대한 명제를 근거로 도덕적 가치 판단에 대한 명제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들어 어떤 행동에 정당성과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자연주의적 오류이다.

예를 들면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기 때문에 그들을 감형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도 이 예시에 포함된다.

그리고 한때 뜨거운 이슈였던 호주제 폐지 문제에서도, 생물학적으로 모계 추적은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통해 가능한데 부계 추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게 아니라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게 맞는다는 주장 또한 ‘사실에 대한 명제를 근거로 도덕적 가치 판단에 대한 명제를 이끌어내는’, 자연주의적 오류의 예시이다.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 왜 위험하고, 왜 이를 경계해야 하는지는 다음의 예시에서 느낄 수 있다.

진화론은 모든 동물의 삶의 목적을 그들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함이라고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까지 설명한다. 진화론에서는 남자를 포함한 모든 수컷은 자식을 잘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어린 암컷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가 대부분 젊은 여성인 것도 이런 메커니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때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면 ‘성범죄자들의 행동은 그들의 본능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명제로 이어진다. 하지만 성범죄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정당화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람들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뇌과학적 사실을 만날 때 자연주의적 오류에  빠지기 쉽다. 어떤 인과관계와 메커니즘으로 그들의 행동이 나오게 된 것인지 알면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해가 된다’, ‘좋다’의 범주에서 ‘옳다’의 범주로까지 생각이 뻗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명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선이어야 하고, ‘이해가 된다’는 항상  ‘옳다’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항상 떠올려야 한다.

폭력적인 성범죄자의 행동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나오게 된 것인지 이해는 되어도 그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고, 술을 마시고 한 어떤 행동이 판단력이 흐려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이해가 된다고 한들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사는 것은 좋은 일이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마음이 닿는 대로 살아가는 것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정한 규칙의 테두리 안에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왜 인간인지 다시 한번 떠올려보자. 마냥 본능에 이끌려 살지 않고, 우리가 정한 규칙을 지키며 사는 것이 동물과 우리 인간이 다른 점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범죄를 저지르고는 ‘내 뇌는 그렇게 생겨서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말은,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을 넘어, 우리 인간이 왜 동물들과는 다른 존재인지 망각하는 무기력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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