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제작의 첫걸음 ‘면역세포’ 이해하기

[전승민의 백신 이야기] (3) 백혈구와 면역세포는 같은 말일까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백신’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고, 잘못된 정보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백신 이야기’를 총 15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산소를 나르는 것은 적혈구, 병과 싸우는 것은 백혈구”라는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 보았을 것이다. 여기에 ‘혈소판’을 더해 ‘혈액의 3대 요소’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구분하면 딱히 틀린 것이 아니지만 자칫하면 착오가 생기기도 하는데, 적혈구나 백혈구, 혈소판의 역할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적혈구처럼 백혈구를 어떤 특정 세포의 이름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혈소판’을 세포의 한 종류로 생각하는 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리해서 보면 적혈구는 한 가지 세포로만 이뤄져 있다면, 백혈구는 여러 종류의 우리 몸속 세포의 총칭이다. 적혈구와 백혈구는 세포로 돼 있지만, 혈소판은 세포가 아니다. 골수 속 거대세포가 찢어지며 만들어진 혈액 속 고형성분이다. 상처가 생기면 응고되며 피를 멎게 한다.

백혈구는 실제로 면역과 관계된 경우가 많다. ‘병과 싸우는 세포’라는 말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면역기능을 ‘병과 싸우는 백혈구’ 한 가지로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다. 백혈구를 비롯해 면역에 관여하는 다양한 세포, 이른바 ‘면역세포’의 기능에 대해 좀 더 상세히 구분해서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백혈구와 면역세포의 차이점

우리 몸 속 면역세포는 대부분 ‘조혈모세포’에서 분리돼 나왔다.

백혈구를 영어로 루커사이트(leukocyte)라고 쓰는데, WBC(white blood cell)라는 영문 약자로 쓰는 일도 많다. 말 그대도 흰 혈액세포, 즉 ‘백혈구’인 셈인데, 혈액의 성분을 나눠보기 위해 ‘원심분리기’라는 기계로 돌려보면 흰색 층이 생겨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혈액 속에서 적혈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세포의 총칭이라고 불러도 큰 문제는 없다. 보는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백혈구와 면역세포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기도 하며, 이런 표현이 사실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니다. 그러나 혈액 속 ‘흰 세포’라는 뜻과 면역기능을 가진 세포의 총칭으로써 사용하는 백혈구의 단어는 그 의미가 같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문맥을 보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사람의 혈액과 본래 하나의 원천 세포에서 분화돼 만들어지며 ‘조혈모세포’라고 부르는데, 이 세포가 분화하면 크게 두 종류의 세포가 생겨난다. 하나는 ‘골수구계 전구세포’라고 부르는데, 이 세포가 다시 여러 개로 나누어져 우리 몸속을 흐르는 붉은 피, 즉 혈액의 기본 성분이 된다.

적혈구가 이때 만들어지며, 거대핵세포라는 것이 만들어진 다음, 이것이 찢어지며 혈소판이 생겨난다. 그리고 골수구계전구세포 중 일부가 ‘골수모세포’라는 것으로 바뀌는데, 이 골수모세포가 또 다시 분화해서 △호중구(중성구) △호산구 △호염기구 △단핵구라고 부르는 4가지 세포가 된다. 책이나 자료에 따라서는 골수모세포에서 분화된 이 4가지 세포만을 백혈구라고 부르고, 다른 세포들은 통틀어 그냥 면역세포라고 부르는 때도 있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세포들은 모두 ‘선천성 면역’과 관계가 더 크다. 병에 걸렸다가 회복되거나, 백신을 맞아 생겨나는 질병에 대한 강력한 대응체계를 ‘후천성 면역’이라고 부르는데, 반대로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병원체에 대한 대응능력이 ‘선천성 면역’이다. 이 기능의 핵심에 있는 것이 골수모세포로부터 다시금 태어난 이 네 종류의 세포다. 이 중 숫자가 가장 많은 것이 호중구인데, 혈액 속 전체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할 정도로 숫자가 많아서 백혈구라고 하면 사실 호중구를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흔히 우리가 ‘백혈구 수치를 검사한다’고 할 때는 이 중 가장 숫자가 많은 호중구 수치를 기준으로 할 때도 있으므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호중구는 병원체가 몸에 들어오면 선봉에 나서서 싸우는데, 감염 부위로 곧바로 이동한다. 그리고 직접 병원체를 잡아먹기도 하고, 병원체와 싸울 수 있는 물질이 분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속 조직이 손상을 입기도 하는데, 소탕이 끝난 다음엔 재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시작 신호를 보내주기도 한다. 이물질과 싸우고 나면 생겨나는 잔해(병원체의 사체 등)는 고름 형태로 배출한다. 그 이외에 호산구는 기생충이나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며, 호염기구는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호염기구는 골수모세포에서 생겨나는 또 다른 백혈구 종류인 ‘비만세포’와 연계해 염증반응을 한층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염증과 관련이 있는 만큼 호산구와 함께 알레르기 반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단핵구는 다시 한번 ‘큰포식세포’로 바뀌는데, 포식작용을 하며 우리 몸 속 여러 조직 속에서 활약한다. 이 세포가 사람의 뼛속에서 활동하면 ‘뼈파괴세포’라고 부르는데, 이물질과 죽은 조직을 제거해 뼈를 건강하게 유지하게 해 준다. 중추신경 속에서는 비슷한 역할을 하면 미세아교세포라고 부르고, 간 속에서 활약하면 쿠퍼세포라고도 한다. 여러 인체 조직을 연결해 주는 ‘결합조직’ 속에 있으면 ‘조직구’라고 불린다.

혈액의 주요 성분을 만드는 ‘골수구계 전구세포’ 이외에 또 다른 세포가 하나 더 있는데, ‘림프구계 전구세포’라고 불린다. 여기서 갈라져 나온 면역세포 중 우선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자연살해세포’로, 흔히 NK세포라고 부른다. 암세포를 죽이는 기능이 있으며, 병원체에 감염이 되어버려 되돌릴 수 없는 우리 몸속 세포를 죽이는 일도 한다. 부작용이 없는 항암제나 각종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자주 응용되기 때문에 신문이나 방송에 자주 등장한다. 특정 병원체를 기억하는 기능이 없어서 선천성 면역으로 구분한다.

T세포, B세포가 그렇게 중요한 이유

우리 몸 속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그래픽 ⓒGettyImage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신이 주목받으면서 새삼 자주 언급되고 있는 T림프구 세포(T세포)와 B 림프구 세포(B세포)이다. 이 두 가지 세포가 이른바 ‘후천성 면역’의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T세포는 다시 도움 T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 기억 T세포, 조절 T세포 등으로 나뉜다. 도움 T세포는 우리 몸에 항원, 병원체가 들어왔을 경우 그것을 인식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가장 먼저 항원을 인식해 다른 면역세포들과 함께 항체반응 시스템을 끌어내는 사령관 같은 일을 한다. 이 세포가 일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사실상 후천성 면역을 만들지 못한다. AIDS 바이러스인 ‘HIV’가 이 세포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독성 T세포의 경우는 감염된 세포나, 유전자 변이 등을 일으킨 세포를 제거하는 일을 한다. 사실상 자연살해세포와 하는 일이 비슷한데, 항체를 이용해 감염 세포의 형태를 기억하기 때문에 일단 한 번 겪었던 질병이라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밖에 기억 T세포라고 부르는 것도 있는데, 이 세포는 사실 도움 T세포나 세포독성 T세포 중 일부가 침입했던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기억한 채 동면에 들어간 경우다. 다음에 같은 병원체가 들어오면 재빨리 깨어나 가진 정보를 퍼뜨려 T세포들이 더욱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으로 공격을 할 수 있게 돕는 일을 한다. 이 밖에 조절 T세포라는 것도 있는데 자가면역질환을 억제하고, 다른 T세포가 병원체와 싸우다가 과다하게 반응해 주위의 정상적인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도 하고 있다.

B세포는 사실상 백신 기능의 핵심이다. 항체를 생산하는 공장이기 때문이다. 항체는 우리 몸속 단백질 조직으로, 몸 밖에서 항원(병원체)이 들어오면 항체가 여기 대응해 병을 물리친다. 백신을 맞아 ‘항체가 생겼다’는 말은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 몸속 항체는 5종류

우리 몸 속에 들어온 병원체를 항체가 감싸고 있는 모습. ⓒGettyImage

그렇다면 B세포가 만드는 항체는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항체는 현미경으로 보면 Y자 모양으로 생겼는데, 이 Y자 끝에 붙은 갈고리 덕분에 항체는 항원(병원체)의 표면에 달라붙을 수 있다. 혈액 속에 존재하다가 병원체가 들어오면 그 주위에 달라붙으면서 둘러싸게 된다.

항체에 둘러싸인 병원체는 제대로 활동하기가 어렵게 되므로 세포를 찾아 들어가지 못해 결국 죽는 경우가 많다. 또 ‘보체’라는 작은 드릴 같은 분자를 활성화해 감염 세포에 구멍을 내 터져 죽게 하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항체가 달라붙어 있는 병원체는 호중구 등의 대식세포들이 순식간에 찾아내 공격할 수 있다. 낯선 침입자를 경찰이 찾아내기 쉽게 지명수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어떤 병원체를 공격할지 T세포가 결정하면, B세포가 만든 항체가 달려들어, 우리 몸속 다른 면역세포들과 함께 합심해서 병원체를 공격하는 시스템이다.

항체의 종류는 전부 다섯 가지인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면역글로블린G’가 꼽힌다. 보통 IgG라고 적는다. 그 밖에 IgM, IgA, IgE, IgD도 있다. 이 중 치료나 예방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IgG다. 우리 몸속 항체의 대부분은 IgG이다. 태반을 통과할 수 있으므로,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일한 후천성 면역 물질이기도 하다. 백신과 별도로 IgG를 치료제로 맞는 경우도 많은데, 자가면역질환,중증 감염증,골수이식 등의 면역 · 감염과 관련된 질환에 폭넓게 처방된다.

IgM은 Y자 갈고리 5개가 연결된 형태인데,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하며 빠른 초기면역을 이끄는 효과가 있다. 또 IgA는 비율이 10~15% 정도로, 침이나 눈물 등 점막 부위의 면역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IgE나 IgD의 경우 우리 몸속에서 대단히 극미량이 존재하며, 아직 정확한 역할 등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다. 알레르기 증상 등에 관여하거나, B세포의 기능을 보조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면역은 결국 인체가 병과 싸우는 기전을 연구하는 것이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방법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기능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분명 아직 미지의 분야이기도 하다. 하루가 멀다고 면역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고 있고, 그 원리를 채용한 백신과 신약개발 역시 이어지고 있다.

(765)

태그(Tag)

전체 댓글 (1)

  • 김진호 2021년 5월 3일6:00 오후

    백신을 맞을 때, ‘면역강화제’라고 하면서 IgG를 함께 맞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하면 도움 T세포가 공격할 항원을 지적했을 때 더 빠른 항체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내용이 나온 논문을 볼수 있을까요? 백신을 만들때 면역강화제를 넣지만 면역글로브린을 같이 맞는다는 말을 처음 들어봐서 여쭤봅니다.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