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백신으로 감염성 질병이 아닌 암을 해결할 수 있다?

백신의 발전



백신(vaccine)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제너(Edward Jenner, 1749-1823)이다. 영국 시골마을의 인기 있는 의사였던 그는 유사 이래 인류를 가장 많이 괴롭혀 온 질병의 하나인 두창(천연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뚜렷한 해결책 없이 일단 걸렸다 하면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얼굴에 보기 싫은 흉터를 남기고 생명을 건질 수 있을 것인지가 오로지 신의 뜻에 달려 있던 시절에 그는 우두에 감염된 사람은 평생 두창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우두를 인체에 접종하는 종두법을 개발함으로써 인류를 두창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그것이 바로 1796년 5월 14일의 일이었다.



이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후 프랑스의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는 제너의 방법을 개량해 닭 콜레라, 탄저, 광견병에 대한 예방백신을 개발함으로써 질병 예방에 지대한 공헌을 했을 뿐 아니라 다른 감염성 질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초지식을 제공함으로써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감염병 연구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제너의 종두법에서 힌트를 얻어 감염병에 대한 자신의 첫 번째 업적이라 할 수 있는 닭 콜레라 예방법을 개발한 파스퇴르는 닭 콜레라 연구에 사용한 약독화된 균을 백신(vaccine)이라 명명했고, 자신이 고안한 방법을 예방접종(vaccination)이라 이름 붙였다.

파스퇴르가 이와 같은 이름을 붙인 것은 제너가 종두법을 개발할 때 우두에 걸린 암소로부터 예방용 물질을 얻은 것을 기념해 자신이 개발한 방법을 명명하면서 라틴어로 암소를 의미하는 vacca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 세기 이상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수많은 백신이 개발되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감염병으로부터 인류는 거의 해방되었다. 두창이 지구상에서 사라졌고(물론 재유행의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는 1979년에 박멸을 선포했다), 소아마비도 거의 사라져가는 질병이 되었다. 20세기 말부터 새로운 종류의 전염병이 출현하고는 있지만 신생아용 책자에 나와 있는 백신 접종 안내서대로 예방접종을 받기만 하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병에 대한 공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인체에 해를 일으키는 미생물 병원체를 약화시키거나 사멸하여 제조하는 고전적인 백신뿐 아니라 DNA 백신, 암백신 등과 같이 새로운 개념의 백신도 개발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감염성 질병이 아닌 다른 질병도 백신을 이용한 예방접종으로 질병 발생을 원천봉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킨다



1910년에 라우스(Francis Peyton Rous, 1879-1970)는 우연히 찾아 온 농부로부터 닭다리 근육에 발생한 육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라우스는 닭다리에 발생한 육종 조직을 갈아서 용액에 담은 후 세균을 포함하여 덩어리가 큰 물질을 모두 걸러냈다.



그리고 남은 용액을 닭다리에 주사한 결과 닭다리에 육종이 발생함을 확인하여 1910년 11월에 열린 학회에 그 사실을 보고했다. 아마도 용액 속에 들어 있던 세균보다 훨씬 작은 바이러스가 닭다리에서 암을 일으킨 것이라는 이 발표는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험결과들이 부족하여 서서히 잊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자 라우스의 연구결과가 세균을 걸러내지만 더 작은 바이러스는 걸러내지 못하여 용액 속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닭다리와 같은 새로운 숙주세포 내에서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라우스는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로 196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가 밝혀졌으며 B형 간염 바이러스(간암), C형 간염 바이러스(간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임파종), 헤르페스 바이러스(비인강악성종양 등), 인체 유두종바이러스(자궁경부암) 등이 인체에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암임이 알려졌고, 라우스가 발견한 육종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여러 바이러스가 아직 인체에서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으나 원숭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동물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암 예방을 위한 바이러스 백신 개발



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해결하기 위한 백신을 개발하여 투여함으로써 암을 억제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그럼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간암에 걸리지 않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왜냐 하면 간암의 원인은 B형 간염 바이러스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도 간암의 원인이 되며, 민물고기 회를 잘못 먹었을 때 감염될 수 있는 간흡충(간디스토마)과 같은 기생충을 포함하여 간암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B형 간염 백신을 접종받는 경우 B형 간염에 대한 간암 발생은 억제될 수 있지만 다른 원인에 의한 간암 발생으로부터 해방될 수는 없다.



위에서 예를 든 인체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 중에는 B형 간염과 C형 간염 백신이 개발되어 있고,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백신은 유용한 것이 개발되지 않았으며, 헤르페스 바이러스용 백신은 개발 중이고, 인체 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 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유용한 것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우리 나라 여성에게서 호발하는 5대 암의 하나로 인체 유두종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빈도가 높으므로 최근 국내외에서 전해지는 백신 개발 소식은 앞으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가지게 한다. 참고로 미국 질병통제센터에서는 작년 11월에 어린이들을 위한 백신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저명 학술지 란셋(Lancet) 10월호에는 소녀들에게 예방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실리기도 했으며, 미시간주 의회에서는 9월에 모든 소녀에게 예방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모든 백신이 한 번의 접종으로 평생 예방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은 바이러스에 의한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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