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공급할 물이 필요하면 밟는다?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30) 머니메이커와 대나무 펌프

물 부족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다른 분야의 기술들처럼 수처리 관련 기술도 과거에 비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현시점의 물 부족 문제는 오히려 20세기보다 더 악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전 세계 인구의 10%라 할 수 있는 약 7억 명 정도가 물 부족 문제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밟기만 하면 물을 기를 수 있는 펌프가 개발되었다 ⓒ prweb.com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밟기만 하면 물을 기를 수 있는 펌프가 개발되었다 ⓒ prweb.com

이 같은 물 관련 문제를 해소하고자 전 세계 과학자들이 소매를 걷어 붙이고 나섰다. 이들은 물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기술을 활용한 수동식 펌프를 개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펌프 보급으로 수확량 늘면서 주민들 수입 증가

미 스탠포드대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위를 받은 ‘마틴 피셔(Martin Fisher)’ 박사는 저개발 국가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적정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했다가 평생의 동지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닉 문(Nick Moon)’으로 가구와 설비를 제작하는 엔지니어였다.

피셔와 문은 케냐 주민들을 빈곤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농사를 체계적으로 짓는 방법을 알려주다가 일의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가장 시급한 점은 농사가 아니라 농사를 안정적으로 지을 수 있도록 물을 공급하는 것임을 파악한 것.

케냐라고 해서 전 지역이 모두 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지하수가 어느 지역이나 존재했고, 일부 지역은 저수지도 존재했다. 선진국이라면 관개 시설을 확충해서 농지에 물을 대고 뺄 수 있었겠지만, 저개발 국가여서 그런 인프라를 갖추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셔와 문이 떠올린 것은 펌프였다. 원래 펌프는 지하수 수량이 풍부한 지역에 고정한 뒤 물을 퍼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케냐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역을 옮겨 물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이들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주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수동식 펌프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머니메이커(moneymaker)라 명명된 이 휴대용 수동식 펌프는 핸들을 손으로 잡고 펌프에 달린 페달을 발로 밟아주면, 물이 펌프를 통해 올라오도록 설계되었다.

이 같은 구조에 대해 피셔 박사는 “손잡이를 아래로 누르면 피스톤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 압력으로 지하수 바로 위에 있는 밸브가 열리게 된다”라고 밝히며 “지하수가 어느 정도 올라오면 피스톤이 내려가며 원상복귀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지하수가 밖으로 쏟아져 나오게 되는데, 머니메이커 펌프는 7m 아래에 있는 물을 수원 위로 14m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소개했다.

머니메이커의 구조와 부품은 지극히 간단하다 ⓒ moneymakerpumps.org

머니메이커의 구조와 부품은 지극히 간단하다 ⓒ moneymakerpumps.org

머니메이커를 사용하면 8시간 동안 8000㎡ 넓이의 밭에 물을 공급할 수 있으므로, 이전에 비해 훨씬 넓은 지역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또한 건기에도 과일과 채소 같은 농작물을 경작할 수 있으므로, 가구의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머니메이커는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만 작동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전력 공급 기반이 취약한 저개발 국가에서는 머니메이커가 대단한 환영을 받고 있다.

실제로 머니메이커의 사용으로 물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게 되자, 농산물 수확량이 대폭 증가하게 되었다. 수확량의 증가는 농장의 수익을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졌고, 그 결과 농장의 규모도 더욱 확대될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결과는 이들이 머니메이커를 제조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에서 나타났다. 당시 이들이 세운 기업은 아프로텍(Approtec)이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이었는데, 이 회사는 훗날 신규 비즈니스의 성지라 불리는 킥스타트(Kick Start)의 전신(前身)으로 유명하다.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킥스타트가 이룬 성과는 실로 눈부시다. 킥스타트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이 펀딩 전문 기업을 통해 창출된 비즈니스는 17만 개가 넘고 9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빈곤에서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셔 박사는 “케냐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은 열심히 일하고 헌신적으로 농사를 짓는데 불구하고 관개 시설이 부족하여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라고 언급하며 “머니메이커 기술은 빈곤을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농부들의 수익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라고 소개했다.

족동식 펌프의 원조는 대나무 페달 펌프

머니메이커처럼 발로 밟아 물을 길어 오르는 펌프를 ‘족동식 펌프’라고 한다. 족동식 펌프는 선진국에서 운동기구로 사용하는 ‘스테퍼(stepper)’와 그 모습이 매우 유사하다.

머니메이커가 족동식 펌프의 대표적 모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보다 앞선 모델로는 방글라데시의 농부들이 사용하는 ‘대나무페달펌프(Bamboo Treadle Pump)’가 있다.

대나무페달펌프는 논밭에서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간이 수동 펌프다.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만 펌프를 움직이기 때문에 전력이 필요 없다. 또한 철이 아닌 대나무로 제작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방글라데시 농가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대나무 페달 펌프  ⓒ dongseo.ac.kr

방글라데시 농가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대나무 페달 펌프 ⓒ dongseo.ac.kr

전력을 공급할 인프라도 부족하지만, 설령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펌프가 철이나 비싼 소재로 제작된다면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에게는 초기 설치비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나무페달펌프는 가격이 저렴하고 농작물의 수확을 늘려 수입이 2배 정도 증가하기 때문에 설치 후 6개월 안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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