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서 가장 큰 별자리 ‘바다뱀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3월 둘째 주 별자리 이야기

정월대보름 달이 조금씩 기울어지더니 어느덧 저녁 하늘에서 달이 사라지고 새벽하늘에 가느다란 그믐달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제 밤하늘에는 화려한 겨울 별들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봄 별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

봄이 오는 것을 가장 먼저 느끼게 해 주는 별은 바로 북두칠성이다. 겨울철 1등성들이 서쪽 하늘로 옮겨갈 무렵, 북동쪽 하늘에는 겨울철 내내 지평선 근처에 머물던 북두칠성이 봄철의 1등성들을 이끌고 높이 떠오른다.

이때 남쪽 지평선 위로 붉은 별 하나가 외롭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별이 바로 이번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인 바다뱀자리의 으뜸별 알파르드이다. 바다뱀자리는 밤하늘에 있는 88개의 별자리 중  가장 큰 별자리로 겨울 별자리 뒤에 보이기 시작해서 여름 별자리 앞까지 이어져 있다. 알파르드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 큰 별자리에서 실제로 눈에 띄는 별이 알파르드 하나뿐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 주에는 봄철의 외로운 별 알파르드를 중심으로 밤하늘에서 가장 큰 별자리인 바다뱀자리를 찾아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노인성

이번 주는 저녁 하늘에서 노인성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남쪽 지평선이 트인 곳에서는 3월 8일을 기준으로 저녁 8시를 전후해서 정남쪽 방향에서 잠깐 이 별을 볼 수 있다. 노인성은 예로부터 사람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해서 수성(壽星)으로 불렸고, 남쪽 지평선 바로 위에서 보인다고 해서 남극성(南極星)으로도 불리기도 했다. 노인성은 워낙 보기 힘든 별이어서 이 별을 보면 운이 좋아 장수한다는 의미로 장수별로 알려지기도 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가장 큰 별로 그려진 노인성. Ⓒ천문우주기획

밤하늘에서 두 번째로 밝은 노인성은 남반구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별이다. 서양에서는 용골자리의 으뜸별인 카노푸스(Canopus, -0.65등급)로 알려진 노인성은 온 하늘에서 가장 밝은 시리우스(-1.45등급)가 남쪽 하늘에 가장 높이 떴을 때 그 아래에서 찾을 수 있다.

3월 8일 저녁 8시 기준 남해안에서 볼 수 있는 카노푸스의 위치. Ⓒ 스텔라리움

어느 지역에서 별이 가장 높이 뜨는 고도는 (90도 -관측자의 위도 + 별의 위도)이다. 예를 들어 북위 37도인 지역에서 태양이 천구의 적도(지구의 적도 바로 위)에 오는 춘분날(태양의 위도 0)의 태양의 남중고도는 (90도 – 37도 + 0도)로 53도이다.

별의 고도 계산하는 방법.

적위(별의 위도, 천구의 적도로부터의 각도)가 약 -52.5도인 노인성은 가장 높이 떴을 때도 위도가 37.5도(90 – 37.5 – 52.5 = 0) 이상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다. 서울의 위도가 37.5도 이기 때문에 실제로 서울에서 노인성을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높은 산으로 올라가면 지평선의 고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노인성을 볼 수 있는 한계 위도는 고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주도의 경우 위도가 33.5도가 안 되기 때문에 남쪽 지평선 위로 보름달 지름(0.5도)의 약 8배인 4도(90-33.5-52.5=4) 정도의 고도까지 노인성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특정 장소에서 같은 별이 같은 방향에서 보이는 시간은 한 달에 2시간씩(보름에 1시간씩) 빨라진다. 1년 12달이 지나면 24시간이 빨라지기 때문에 결국 1년 전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방향에서 같은 별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번 주 저녁 8시에 정남 쪽 하늘에 보인 노인성은 이달 하순이면 이미 볼 수 없게 된다. 1년 중 노인성을 볼 수 있는 기간은 10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이다. 저녁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이번 주가 노인성을 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노인성의 남중 시간(날짜 뒤의 숫자는 시간, 우리나라 기준). Ⓒ 이태형

노인성의 고도는 위도가 북쪽으로 1도 높아질 때마다 지평선에 1도씩 가까워진다. 남해안의 경우 위도가 약 35도로 제주도보다 1.5도 높기 때문에 해안가에서 보더라도 노인성이 남쪽 지평선 위로 2.5도 정도밖에 높이 올라오지 않는다. 고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볼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제주도에서는 남쪽 지평선에서 남중 시간을 전후로 2시간 이상을 볼 수 있지만, 남해안만 되더라도 볼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이상 줄어든다.

1452년 조선시대에 김종서 등이 펴낸 고려사절요에는 1170년(고려 의종 24년) 음력 3월 28일에 충주 죽장사에 노인성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다(甲申 忠州牧副使崔光鈞奏, “前月二十八日, 祭老人星于竹杖寺, 其夕壽星見, 至三獻乃沒.” 王大喜, 百官稱賀.). 하지만 음력 3월 28일이면 양력으로는 4월이기 때문에 노인성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고려사절요에 나오는 노인성 기록. Ⓒ 문화재청또한 충주 죽장사지(현 석종사)의 위도가 37도 정도이기 때문에  이 위도에서 노인성이 가장 높이 떴을 때의 고도는 0.5도이다. 0.5도의 고도에 있는 별은 지평선이 완전히 트인 곳에서만 볼 수 있다. 실제로 죽장사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충주 석종사 대웅전에서 바라본 정남 방향에는 낮은 산들이 있어 지평선 바로 위에 떠오른 노인성을 볼 수는 없다. 죽장사의 위치가 현재 알려진 위치와 다른 곳인지, 아니면 기록이 잘못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석종사 대웅전(죽장사 터)에서 바라 본 정남향, 우측 사진은 같은 시간의 태양 위치 . Ⓒ 이태형

새벽 달과 세 행성(3.10)

이번 주 수요일인 3월 10일 새벽에는 동쪽 하늘에서 그믐달과 세 행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다. 이날 달이 뜨는 시간은 새벽 5시 17분, 해가 뜨는 시간은 6시 51분이기 때문에 새벽 여명이 밝아오기 전까지 약 1시간 정도 시간이 있다.

수요일 6시 무렵 남동쪽 하늘을 보면 달의 왼쪽으로 세 개의 행성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달의 바로 왼쪽 위에 보이는 별이 토성(0.9등급)이고, 달의 왼쪽으로 조금 떨어져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목성(-1.5등급), 그리고 그 아래에 수성(0.3등급)이 있다. 비록 세 행성과 그믐달을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은 채 30분도 되지 않지만, 새벽하늘에서 그믐달과 함께 세 행성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이날이 지나면 달은 점점 가늘어져 토요일 저녁에는 태양과 같은 방향에 놓이게 된다. 이날이 바로 올해 음력 2월의 첫 번째 날이다. 다음 주부터는 음력으로 올해의 두 번째 달이 떠오르는 것이다.

3월 10일 새벽 6시 10분 경의 동쪽 하늘.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밤하늘에서 가장 큰 별자리 바다뱀자리

3월 8일 밤 11시경 남동쪽 하늘. Ⓒ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땅보다 봄을 먼저 느끼게 해주는 곳이 바로 밤하늘이다. 땅에서는 3월에 폭설이 내리기도 하고, 꽃샘추위로 다시 겨울이 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밤하늘은 지구의 공전에 따라 항상 정확하게 계절의 변화를 알게 해 준다.

북두칠성이 북동쪽 하늘 위로 높이 올라오면 드디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는 신호이다. 이 신호에 따라 동쪽 하늘에는 봄철의 1등성들이 등장하고, 겨울철의 1등성들은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서쪽 하늘로 자리를 옮긴다.

떠나는 1등성들과 새롭게 등장한 1등성들 사이의 남쪽 하늘은 마치 공연 막간의 휴식 시간처럼 고요함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을 자세히 보면 중간 밝기 정도의 별들이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주연을 꿈꾸는 조연들이 막간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처럼도 느껴진다. 이들 선이 만드는 별자리가 바로 밤하늘에 보이는 88개의 별자리 중 가장 큰 바다뱀자리이다. 바다뱀의 머리는 초저녁에 이미 겨울철 별자리인 작은개자리 옆에서 볼 수 있지만, 꼬리까지 전체적인 모습을 보려면 자정 무렵까지 기다려야 한다.

바다뱀자리의 으뜸별 알파르드(Alphard)는 외로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이른 봄 남쪽 낮은 하늘에서 홀로 붉은 빛으로 빛나는 2등성의 이 별이 유독 눈에 띄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이 별은 바다뱀의 심장이란 의미의 콜 히드라(Cor Hydra)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또한 우리나라의 옛 별자리 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남쪽 하늘을 지키는 주작(朱雀, 붉은 봉황)의 심장으로 이 별을 표시하고 있다.

바다뱀자리의 정확한 모습을 찾는 데 가장 좋은 길잡이가 되는 별자리는 사자자리이다. 사자자리의 1등성 레굴루스 아래에서 가장 밝은 붉은 색 별을 찾으면 그 별이 바로 알파르드이다. 주위에 밝은 별이 없기 때문에 알파르드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바다뱀의 머리는 레굴루스, 알파르드와 정삼각형을 만드는 서쪽(오른쪽)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바다뱀자리 찾는 방법 Ⓒ 이태형의 별자리여행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바다뱀자리는 헤라클레스가 그의 열두 모험 중 두 번째 모험에서 물리친 머리 아홉 달린 괴물 물뱀 히드라의 별자리로 알려져 있다. 레르나 지방에 살던 히드라는 하나의 머리가 잘리면 그곳에 새로운 두 개의 머리가 생기는 불사의 괴물로, 밤이면 수풀에서 나와 닥치는 대로 사람과 가축을 잡아먹었다. 물뱀으로 인해 레르나가 날로 황폐해지자 이 지역을 다스리는 에우리스테우스 왕은 헤라클레스를 시켜 이 물뱀을 처치하게 했다. 커다란 떡갈나무를 뽑아 몽둥이를 만든 헤라클레스는 레르나의 수풀로 들어가서 물뱀과 처절한 싸움을 벌였다. 30일간의 긴 싸움 끝에 헤라클레스는 물뱀을 처치하고 레르나의 사람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싸움이 끝난 후 헤라클레스는 맹독을 가진 물뱀의 피를 그의 화살에 묻히고 다녔는데, 그때부터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에 대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제우스신은 아들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물뱀을 하늘에 올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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