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분석해 코뿔소 멸종 막는다

나미비아의 검은코뿔소 감시하는 FIT 개발

멸종 위기종인 검은코뿔소가 남긴 발자국을 읽고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밀렵꾼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FIT(footprint identification technique, 발자국 식별 기술)’라고 불리는 이 소프트웨어는 SAS사의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JMP에서 실행되는데, 첨단 알고리즘을 사용해 코뿔소의 발자국을 100개 이상 분석할 수 있다.

코뿔소의 발자국은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마다 다르다. 때문에 FIT를 이용하면 코뿔소들이 마지막으로 관찰된 이후, 각자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이 시스템은 한 장소에서 촬영된 수많은 발자국들을 구별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통해 FIT는 특정 지역에 서식하는 코뿔소의 개체 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멸종 위기에 처한 검은코뿔소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발자국의 독특한 특징을 읽어내 검은코뿔소들을 추적, 감시할 수 있다. © WildTrack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듀크대학의 조 지웰(Zoe Jewell) 교수는 “일치하는 발자국을 찾으면 흔적을 남긴 개별 코뿔소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인간들이 코뿔소 가까이 접근하거나 생활을 방해하지 않고도 그들이 서식하는 모든 장소의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지웰 교수팀은 현재 나미비아 환경부와 협력해 야생동물 보호 운동가와 지역 관리자 및 가이드, 밀렵 감시요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검은코뿔소들을 추적하기 위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피어 제이(PeerJ)’ 최신호에 발표됐다.

나미비아에 전 세계 개체수의 90% 서식

나미비아에는 현재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검은코뿔소 개체수의 약 90%에 해당하는 20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이 코뿔소들은 법적으로 정부의 소유이지만, 실제로는 전국의 사유지에 분산되어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나미비아 정부의 단속 강화로 밀렵꾼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매년 30~50마리의 검은코뿔소들이 사냥되고 있다. 전통적인 의술에 사용되거나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져 아시아의 일부 암시장에서는 코뿔소의 뿔 1㎏이 7000만 원 이상의 고가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지웰 교수는 “비싼 뿔을 가진 코뿔소들이 나미비아의 오지에 흩어져 있어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나미비아 당국은 실종된 코뿔소들의 뼈나 사체를 찾을 때까지 밀렵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현생 하는 코뿔소의 종류는 모두 5종으로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검은코뿔소와 흰코뿔소, 아시아에 서식하는 인도코뿔소와 자바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가 있다. 그런데 검은코뿔소와 흰코뿔소의 피부는 둘 다 회색에 가까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사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피부 색상이 아니라 입술 모양이다. 검은코뿔소는 입술 끝이 가는 반면 흰코뿔소는 윗입술이 가로로 넓적하고 평평한 것이 특징이기 때문. 흰코뿔소라는 이름은 넓고 네모난 입술을 가리키는 아프리카 말에서 비롯되었는데, 초기 영국 탐험가들이 이 단어를 흰색을 뜻하는 ‘white’로 잘못 알아듣고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3가지 기능으로 검은코뿔소 감시할 수 있어

연구진이 개발한 FIT는 세 가지 다른 기능으로 동물들을 감시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발자국과 발뒤꿈치 패턴을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이미지와 비교해 일치하는 항목을 검색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야생에서 임의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다.

두 번째는 보호구역 전체의 발자국을 조사함으로써 해당 구역의 코뿔소 개체수를 추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통해 FIT는 해당 구역의 코뿔소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순찰차량의 수 등을 계산할 수 있다.

마지막은 FIT를 통해 분석한 발자국 이미지로써 개별 코뿔소 고유 발자국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밀렵꾼의 위협이 빈번한 지역이나 최근 들어 발자국이 나타나지 않은 지역 등에서 위험에 처해 있는 코뿔소 개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듀크대학의 교수이자 SAS사 JMP 사업부의 수석연구원인 스카이 알리바이(Sky Alibhai)는 “FIT는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에서 활동해온 추적 전문가들의 전통적인 생태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조 지웰과 스카이 알리바이는 영국 출신의 동물학자 부부로서, ‘와일드트랙(WildTrack)’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이끌고 있다. 이 단체는 현재 FIT와 인공지능을 포함한 모니터링 기법을 이용해 인도의 벵골호랑이, 중국의 자이언트 판다, 아메리카의 퓨마 등 전 세계에서 20개 이상의 동물 보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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