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이 천연두를 세계에 퍼뜨렸다?”

1400년 전 바이킹 유해에서 천연두 바이러스 발견

과학자들이 바이킹 유해의 치아에서 천연두 균주를 발견함으로써 이 치명적인 질병이 적어도 1400년 동안 인류를 괴롭혔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증명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세인트존스 칼리지를 비롯한 국제 과학자팀은 북유럽 곳곳에서 발견된 바이킹 유해 치아에서 새로 추출한 바이러스 균주의 유전체 염기 서열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23일 자에 발표했다.

천연두(smallpox)는 감염된 사람의 호흡이나 기침으로 분출된 작은 습기방울(droplets)을 통해 사람과 사람 간 직접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감염자의 3분의 1이 사망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영구적으로 상처(곰보)가 남거나 눈이 머는 무서운 질병이다.

이 전염병으로 인해 20세기에만 전 세계에서 3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천연두는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1980년에 공식적으로 근절됐고, 종식이 선언된 첫 번째 인체 질병이기도 하다.

1400년 전의 바이킹 유해에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발견됨으로써 바이킹들이 유럽 전역을 포함한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천연두를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이킹의 침범을 묘사한 러시아 화가 니콜라스 뢰리히의 ‘바다로부터의 손님’. 1901년 작. © Wikimedia /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갤러리

“바이킹, 배로 여러 곳 여행하며 천연두 전파”

이번 연구는 케임브리지대 세인트존스 칼리지 교수이자 덴마크 코펜하겐대 소재 룬드벡 재단 지구유전학 센터장인 에스키 윌러슬레프(Eske Willerslev) 박사가 주도했다.

윌러슬레프 교수는 “바이킹 유해의 이빨에서 찾아낸 새로운 천연두 변종 바이러스의 유전자 구조를 확인한 결과, 20세기에 근절된 현대의 천연두 바이러스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하고, “바이킹이 유럽 지역을 넘어서 활동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천연두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새롭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현재 비행기로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를 빠르게 전파시키듯 바이킹은 배로 여러 곳을 다니며 천연두를 퍼뜨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윌러슬레프 교수는 “바이킹 유해에서 추출한 1400년 된 유전 정보는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리올라 바이러스(variola virus)의 진화 역사를 알려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연두는 20세기 초까지 유럽과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박멸되었으나 아프리카와 아시아 및 남미에서는 풍토병처럼 남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67년 오늘날 코로나19 통제를 위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접촉 추적과 대중 홍보 캠페인을 통해 박멸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러나 천연두가 궁극적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세계적인 백신 보급 덕분이었다.

천연두에 감염된 1200년 전의 바이킹족 유해. 스웨덴 동해안 섬인 욀란드에서 발견됐다. © The Swedish National Heritage Board

처음에 동물로부터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

역사가들은 천연두가 기원전 1만 년 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천연두 바이러스가 17세기 이전에 존재했다는 아무런 과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었다.

천연두 바이러스가 어떻게 처음 인간에게 전파됐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코로나19와 같이 동물로부터 옮겨온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논문 공저자인 코펜하겐대 지구유전학 센터 마르틴 시코라(Martin Sikora) 교수는 “천연두가 나타난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가장 오래된 이 킬러 바이러스 변종을 시퀀싱 해서 천연두가 바이킹 시대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시코라 교수는 “천연두 바이러스들이 치명적이어서 이번에 표본을 추출한 바이킹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죽은 바이킹들은 확실히 혈류 속에 천연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고, 1400년 뒤에 우리가 이 바이러스들을 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과학자들이 아직 DNA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으나 이번 발견 이전에 천연두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천연두를 일으키는 바리올라 바이러스입자의 투사전자현미경 사진. © CDC/ Dr. Fred Murphy; Sylvia Whitfield

바이킹 유해 치아 샘플에서 바이러스 게놈 재구성

연구팀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러시아 및 영국의 11개 바이킹 시대 매장지와, 오랫동안 무역 거점이었던 스웨덴 동해안 섬인 욀란드(Öland)의 여러 유적지에서 바리올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천연두를 발견했다. 그리고 네 개의 샘플에서 거의 완전한 바이러스 게놈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논문 제1저자의 한 사람이자 룬드벡재단 지구유전학 센터 바이러스학자인 라세 비너(Lasse Vinner) 박사는 “이 바이러스의 유전적 구조를 이해하면 이 바이러스와 다른 바이러스들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신종 바이러스 질병과의 싸움에서 유익한 지식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너 박사는 “천연두의 초기 버전은 유전적으로 수두(pox) 가계도의 낙타두창과 설치류의 타테라두(taterapox)와 같은 동물 수두바이러스에 더 가깝다”며, “바이러스 진화를 보여주는 현대의 천연두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바이킹 시대에 이 질병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정확히는 모르며, 수억 명이 사망하고 상처를 입은 현대의 악성 바이러스와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킹의 탐험 경로(파란 선). 바이킹은 노련한 항해술을 활용해 유럽의 대부분과 지중해, 북아프리카, 소아시아, 북극, 북아메리카까지 진출했다. © Wikimedia / Bogdangiusca

“십자군 통한 천연두 유입 맞지 않을 것”

논문 시니어 저자의 한 사람이자 베를린 샤리떼 의대 바이러스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 병원체 진화 센터 바이러스학자인 테리 존스(Terry Jones) 박사는 “수두바이러스에는 많은 미스터리가 있는데, 바이킹 유해에서 유전적으로 다른 천연두를 찾은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이런 천연두 계통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으며, 학계에서는 천연두가 서기 600년 전에도 서유럽과 남유럽에서 정기적으로 발병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고 덧붙였다.

존스 박사는 “우리는 천연두가 북유럽에도 널리 퍼져 있었음을 이번에 증명했고, 유럽으로 귀환하는 십자군이나 다른 사건들로 인해 천연두가 유럽에 처음 유입됐을 것이란 이론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에 대한 기록은 종종 모호한 반면에 이번 발견은 천연두의 확인된 존재 날짜를 1000년 전으로 끌어올렸다는 것.

영국 세인트존스 칼리지 대규모 묘지에서 발견된 10세기에 학살된 바이킹 유해도 이번 연구에 활용됐다. © Thames Valley Archaeological Services

샤리떼 바이러스 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는 논문 제1저자 바바라 뮐레만(Barbara Mühlemann) 박사는 “천연두의 고대 균주는 현대 바이러스와는 매우 다른 활성 패턴과 비활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바이러스가 더 약하거나 혹은 더 위험한 계통으로 분기 및 변이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이번 연구에서는 바리올라 바이러스가 진화 과정에서 취한 단계들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스 박사는 “동물이나 식물이 멸종되면 돌이킬 수가 없으나, 돌연변이는 다시 일어나거나 되돌릴  수 있다”며, “바이러스는 변이 되거나 동물 저장소에서 인간으로 옮겨올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동물원성 감염병(zoonosis)이 언제나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윌러슬레프 교수는 “천연두는 현재 근절됐으나 내일 동물 저장소에서 다시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말하고, “오늘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와 병원체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인간을 괴롭힌 일에 대한 작은 스냅사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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