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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도 서로 통신한다

통신 분자 분비해 침입 전략 구상

은밀한 침입자인 바이러스에 대해 얘깃거리가 될 만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는 처음으로 바이러스가 서로 통신을 한다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이 통신은 친족과 자손들에게 남기는 일종의 ‘우편물’(posts)로, 바이러스들은 이것을 읽고 감염과정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지난 19일자에 발표됐다.

많은 바이러스들은 숙주를 감염시킨 후 선택에 직면한다. 즉 얼마나 빨리 복제를 하고, 감염과정에서 침범한 세포를 완전히 죽일 것인가 말 것인가, 혹은 휴면상태에 들어가 때를 기다릴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에이즈 바이러스(HIV)나 헤르페스를 비롯해 수많은 다른 인체 감염 바이러스들은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하며, 실제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파지 바이러스들도 세포에 침입할 때 이와 비슷한 결정과 마주하게 된다.

박테리아 세포에 부착된 박테리오파지의 전자현미경 사진. 바이러스의 모양과 크기는 coliphage T1. 사진 :Wikipedia / Dr Graham Beards

박테리아 세포에 부착된 박테리오파지의 전자현미경 사진. 바이러스의 모양과 크기는 coliphage T1. 사진 :Wikipedia / Dr Graham Beards

간단한 메시지를 정교한 전략으로 전환

바이러스들이 공격을 통해서 얻는 즉각적인 충족을 넘어 휴면상태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와이즈만 연구소 분자유전학부 로템 소렉(Rotem Sorek) 교수팀은 바이러스들이 세포 감염과정에서 주변에 작은 분자들을 분비하며, 다른 바이러스들이 이 분자들을 잡아채 ‘해독’(read)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이러스들은 실제 이 방법으로 간단한 메시지를 매우 정교한 전략으로 바꾸어 그들의 공격을 조율한다는 것이다.

소렉 교수는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들 사이의 통신을 거의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파지에 의해 감염된 박테리아들 사이의 통신 흔적을 찾고 있었는데, 우리가 발견한 작은 분자들이 사실은 박테리아가 아닌 파지들이 내보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통신의 증거를 찾기 위해 실험실에서 박테리아를 배양해 이 박테리아들을 파지로 감염시켰다. 그런 다음 박테리아와 파지를 배양기 밖으로 걸러내고 배양액 속에 분비된 가장 작은 분자들만 남겨놓았다.

그런데 연구팀이 걸러진 배양액에 더 많은 박테리아를 배양하고 이들을 같은 파지로 감염시키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새로 투입된 파지들은 박테리아를 죽이지 않고 휴면상태에 들어가 버린 것.

박테리오파지가 박테리아 세포에 DNA를 주입하는 과정을 그린 그림.  자료 :Wikipedia / Dr Graham Beards

박테리오파지가 박테리아 세포에 DNA를 주입하는 과정을 그린 그림. 자료 :Wikipedia / Dr Graham Beards

통신 펩타이드, ‘아르비트리움’으로 명명

소렉 교수와 연구생 조하르 에레즈(Zohar Erez)가 이끄는 연구팀 및 스태프 연구원인 질 아미타이(Gil Amitai) 박사, 이스라엘 생물학 연구소 이다 레비(Ida Levy ) 박사팀은 그 통신 물질을 분리해 마침내 그것이 펩타이드로 불리는 작은 단백질 조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그것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확인해내고 기능하는 방식도 밝혀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 펩타이드들이 매우 밀집해 있으면 파지들은 휴면을 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이 펩타이드들에 라틴어로 결정을 뜻하는 아르비트리움(arbitrium)이란 이름을 붙였다.

소렉 교수는 “감염 초기에는 바이러스들이 빠른 증식과 숙주 살해의 길을 택하는 것으로 보이나, 이것이 너무 과열되면 후세대가 감염시킬 숙주들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므로 바이러스들이 전략을 바꿔 휴면기에 들어간다”며, “우리가 발견한 분자들은 각 세대별로 이 밀집된 아르비트리움 분자에 양을 더 보탬으로써 연이은 세대끼리의 통신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시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 바이러스들이 이전에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를 감염시키는데 성공했는지를 ‘카운트’ 할 수 있어 그에 따라 어떤 전략이 제 때 적합한 지를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수행한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로템 소렉 교수. 사진 : Rotem Sorek's Lab

연구를 수행한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로템 소렉 교수. 사진 : Rotem Sorek’s Lab

통신 메시지 가로채 질병치료 등에 활용 가능할 듯

연구팀은 이 펩타이드들이 휴면 생활주기의 유전적 저해제인 특별한 바이러스 단백질과 결합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결합으로 휴면기 저해제가 비활성화돼 전체적인 균형이 휴면상태로 전환되게 된다.

연구팀은 하나의 파지에서 이 같은 통신 분자를 확인한 다음 10여개의 관련 파지들에서도 유사한 분자들을 발견했는데, 각 파지들은 서로 약간씩 다르게 통신분자를 부호화했다. 소렉 교수는 “우리는 파지-특이적인 통신 부호를 해독해 냈다”며, “각 파지 종들은 같은 종류의 파지들만이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분자 ‘주파수’로 방송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의 연구팀이 발견한 파지에서의 통신 기반 휴면 전략은 더 넓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렉 교수는 “우리는 인체 감염 바이러스들이 어떻게 휴면에 들어가는지를 실제 알지 못하며, 파지가 쓰는 유사한 전략을 인체 감염 바이러스들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인체 감염 바이러스들도 같은 방식으로 서로 통신하는 것으로 밝혀지면 이 메시지들을 가로채는 방법을 배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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