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에 이산화탄소를 가두다

철 성분 투여, 실용적 효과 검증

최근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저장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독일의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AWI)를 주축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8년간의 분석을 통해 철 성분을 이용할 경우 플랑크톤의 증식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됨은 물론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도 실용적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최근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저장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morgueFile free photo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쟁이 심각해짐에 따라 그동안 과학자들은 철 성분을 바다에 비료처럼 투입함으로써 미세한 수중생물의 성장을 촉진해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저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실제로 몇 년 전 뉴질랜드 해안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하는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8㎢ 면적에 8톤의 광물을 투하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플랑크톤의 양이 6배 증가했고, 주변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유기체들은 철 성분에 의해 성장이 촉진되는데, 이처럼 증가하는 영양분으로 인해 성장하거나 질소가스를 유기질소로 전환함으로써 광합성을 하는 동안 수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이와 같이 미세한 수중생물의 성장을 촉진할 경우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문제는 유기체에 흡수된 이산화탄소가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장기간의 저장이 가능한지 여부다. 철 성분을 바다에 뿌렸을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모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왔다.

4주만에 규조류 증식 정점에 달해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해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 넓이 40마일의 차단된 소용돌이 물기둥에 14톤의 황화철을 투여한 후 5주 동안 식물성 플랑크톤의 발달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 4주차에 식물성 플랑크톤인 규조류의 증식이 정점에 달한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규조류가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지 않고 한데 모여 끈적한 덩어리를 형성하며, 죽어서는 가라앉는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가라앉은 규조류의 50% 이상이 수심 1천 미터 아래의 깊숙한 곳까지 가라앉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규조류에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심층수대에 수세기 동안 그대로 저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로써 철 성분을 이용해 바닷속 미생물을 대량 증식시켜 바다 속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술이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지구공학 기술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이 자칫하면 해양생물은 물론 포유류와 인간에게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웨스턴온타리오 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바다에 뿌리는 철 성분이 독소를 내뿜는 ‘스도니츠키아’ 플랑크톤의 번식도 수십 배나 왕성하게 한다는 것.

이 플랑크톤이 내뿜는 도모이산은 신경독소로서, 이에 중독될 경우 기억상실을 유발할 뿐더러 목숨을 잃게 하는 패독증에 걸리게 된다. 또한 도모이산은 먹이사슬을 통해 게나 물고기는 물론 최고 단계의 포식자인 포유류와 인간에게까지 전달된다.

때문에 이번에 규조류의 증식 및 사후 그 사체가 심층수대에 가라앉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국제 공동 연구진도 이 기술을 적용하기 이전에 과연 실제로 실행 가능한 기술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다숲 조성 기술 특허출원 증가

이밖에도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저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인공어초 등을 이용해 연안에 대규모의 해조류를 자라게 하는 바다숲 조성 기술도 그 중의 하나이다. 해조류는 광합성을 할 때 지상에서 같은 면적의 열대 숲이 연간 저장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1~2배의 양을 저장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 저감에 매우 유용하다.

일례를 들면 포스코가 여수시 거문도 덕촌리 어장에 철강 슬래그로 만든 인공어초 500여 기를 설치한 결과, 최근 2년 만에 주변 대비 10배 이상의 해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철강 슬래그는 철 생산의 원료인 철광석, 유연탄 등이 고온에서 용융돼 쇳물과 분리된 후 얻어지는 친환경 부산물로서, 광합성과 단백질 합성의 필수요소인 칼슘과 철의 함량이 높아 해조류에 최적의 생육조건을 제공한다.

또한 수심 8미터 이내의 얕은 바다에 사는 바다풀 ‘잘피’의 경우 지상의 숲이 흡수하는 것보다 3배나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는 사실도 최근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잘피는 바다식물 가운데 유일하게 뿌리로 영양을 흡수하고 햇볕을 받아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인데,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그중 10%로 영양분을 만들고 나머지는 해저면 아래의 모래에 저장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특허청(청장 김호원)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이 같은 바다숲 조성 기술이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인공어초 및 해중림(海中林 ) 기술의 출원건수만 보더라도 2001년 이전에 210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2년 이후 621건으로 약 3배 정도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특허출원된 주요 기술로는 해중림 패널 33건, 슬래그를 이용한 인공어초 78건, 이산화탄소 저감용 재로 및 세라믹 분말을 이용한 인공어초 161건 등이 있다.

한편 지난 4월에는 약 5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영구 저장할 수 있는 해양퇴적층이 울산에서 동쪽으로 60~90㎞ 떨어진 대륙붕 인근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됐다. 50억 톤이면 우리나라가 CCS(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방식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연간 감축 목표량의 150년치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이산화탄소 저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모래 알갱이 사이에 일정 수준 이상의 틈새 공간이 있어야 하며, 위에는 주입된 가스가 누출되지 않도록 진흙 퇴적층이 존재해야 한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내에 이곳의 상세 지질구조를 파악하고 2014년경 시험시추를 거쳐 2015년경 저장 대상지를 최종 확정해 고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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