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바다에 떠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과학으로 보는 환경과 에너지] 러시아, 세계 최초 부유식 원자력발전소 건조…전기 생산

역사는 말한다. 인간은 과학기술을 통해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간다고.

에너지의 세계도 그러하다. 인류 문명이 대륙 시대에서 해양 시대로 확장된 것처럼 에너지의 세계도 그러하다.

인류 문명이 과학기술로 개발한 가장 고도의 에너지 생산방식 중 하나는 원자력발전이다. 세상이 보이지도 않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도 대단하지만 그 속의 핵을 분열시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마치 인간이 신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처럼 보이게까지 했다. 그렇게 개발된 원자력 에너지 기술로 2018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의 22%가 생산된다. 전 세계에서는 10%, OECD 국가에서는 18%의 전기에너지가 원자력 에너지로부터 나온다.

태양광, 풍력, 지열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지만 우리 세계의 경제와 산업이 구동하는 데에 원자력 에너지가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 2011년의 일본 후쿠시마, 1986년의 소비에트연방 체르노빌(Chernobyl),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에서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인류에게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각국의 정부가 탈원전을 깊이 고민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고 발생 시 재앙 수준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대 산업사회가 원자력 에너지를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원자력발전만큼 적은 양의 자원으로 고밀도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 1그램으로 석탄 3톤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사회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생산해야 한다. 인구가 증가하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가 건설되었다. 인류의 시야는 확장되어 극지와 바다에도 손길이 닿기 시작했고, 그곳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했다.

러시아는 원자로와 터빈, 핵폐기물 저장소까지 갖춘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자력발전소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를 건조하여 러시아 북극 인근 도시 페벡(Pevek)에 정박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 Rosatom

최근 러시아는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라는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를 개발했다. 물 위에 띄울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다.

길이 144미터, 폭 30미터 크기의 선체에는 2개의 소형 모듈형 원자로가 설치되어 총 70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하루 24만 세제곱미터의 바닷물을 담수화할 수 있는 설비, 방사능 핵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는 바다 위 또는 바닷가 어디든 고밀도 전력이 필요한 곳에 찾아가서 전기를 공급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육지에 발전소를 건설하기 어려운 북극을 포함한 해양자원지, 도서지역 등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육지 발전소 건설 시 발생하는 민원 문제 등에서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장거리 송배전으로 발생하는 전력손실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세계최초 부유식원자력 발전소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 구조와 내부에 설치된 KLT-40S 원자로. ⓒ OKBM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많다. 바다 환경은 육지보다 녹록지 않다. 바다 위에 떠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해상 악천후에 직접 노출되어 있고, 바닥이 평평한 선체는 쓰나미나 폭풍에 취약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육지에서보다 대응하기도 어렵다.

1950년대 건조되어 사용되었던 소비에트 레닌 원자력 쇄빙선에서 핵연료봉이 녹는 사고가 발생하여 바다에 방사능이 유출되기도 했다. 오늘날 개발된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는 안정성이 뛰어난 소형 모듈형 원자로와 저농도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지만 만약의 사고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과학자들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도하고 있다. 보다 안전한 원자력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원자로 냉각재를 물이 아닌 납을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을 차폐하기 위해서다.

부유식 원자력발전소 개발의 배경에는 미개발 에너지 자원이 있다. 바다는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자원의 보고다. 북극은 자원에 목마른 선진국들이 관심을 높이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다. 상자를 열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

세계 역사의 흐름은 에너지 자원을 누가 쟁취하느냐로 결정되어왔다. 오늘날이 디지털 문명과 4차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해도 이 부분은 아직 유효하다. 북극과 인접해있는 러시아는 바다에 띄울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가장 먼저 개발했다. 그리고 중국도 남중국해 자원 개발을 위해 부유식 원자력발전소 개발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역사가 말해주듯, 과학기술은 에너지 문명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다. 그 문명이 지구환경과 인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미래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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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김지영 2020년 5월 7일4:58 오후

    술술 잘 읽힙니다. 맹문이가 보아도 눈이 번쩍 떠질 만큼 상당히 유익한 글이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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