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자율주행로봇, 심해 탐사를 부탁해

심해 탄소순환 장기 모니터링 기회 열려

자율주행 탐사로봇이 심해 탐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지난 달 사이언스 로보틱스지에는 심해 탐사 자율주행로봇 밴틱 로버(Benthic Rover II, BR-II) 개발 소식이 게재됐다.

미국 몬트레이베이수족관연구소(MBARI) 연구팀은 자율주행로봇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수심 4,000m를 탐사하며, 심해의 탄소순환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로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그간 막대한 비용과 극한의 환경 요인들로 인해 장기 모니터링이 어려웠던 심해에 대한 연구가 확대될 기회가 마련되었다.

몬트레이베이수족관연구소(MBARI) 연구팀은 자율주행로봇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수심 4,000m를 탐사하며, 심해의 탄소순환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로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MBARI

심해는 기후변화의 완충지대

심해는 지구의 탄소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후 변화로부터의 완충지대로 알려져 있다.

매년 지구에서 발생하는 수십억 톤의 과잉 이산화탄소 중 약 25% 이상은 바다에 흡수된다. 해수면을 통해 흡수된 탄소는 블루카본(Blue Carbon)으로 불리며 해양 플랑크톤과 해양 생물의 먹이사슬을 통해 심해로 이동해 저장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심해는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저지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영향을 완충하는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심해의 탄소 순환 과정과 주기별 이벤트를 자세히 모니터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물론 현대에 이르러 첨단 과학 장비의 개발과 해양학 발전으로 미지의 세계로만 여겨졌던 심해 연구가 속속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극한의 환경 조건으로 시계열적 데이터를 정량화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뿐만 아니라 심해 탐사를 위해서는 잠수정, 해저로봇, 심해탐사센터 등의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도 탐사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심해 탐사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상을 운항하는 해양탐사선에서 센서를 바닷속으로 내려보내 수온, 염분, 탁도 등의 해양 환경을 측정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사용되는 정도다.

하지만 이번 MBARI 연구진이 개발한 해양탐사로봇 로버는 기존의 심해 탐사와는 다르게 혁신적인 이동식 실험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탐사로봇 로버는 기존의 심해 탐사와는 다르게 혁신적인 이동식 실험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MBARI

심해의 극한 환경을 누비는 로버

MBARI 연구진이 개발한 로버는 길이 2.6m, 너비 1.7m, 높이 1.5m의 크기로 최대 6,000m 수심의 압력과 낮은 수온, 부식에 강한 티타늄과 플라스틱 및 내압성 폼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자율주행에 가장 큰 걸림돌인 전력 소비를 아이폰과 유사한 2와트 수준으로 낮춰 설계함으로써 추가 전력 공급이 없어도 약 1년간 탐사가 가능하게 됐다.

폴(Paul) MBARI 연구팀 엔지니어는 “심해의 극한 조건에서 작동해야 하는 물리적 문제 외에도 미상의 대상과 충돌 없이 1년 동안 작동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컴퓨터 제어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로버는 물속으로 투입되면 약 2시간가량 자유 낙하하여 4,000m 심해의 목표 지점에 도달한다. 그리고 로버의 고무바퀴가 해저 표면의 충격을 최소화해 해저를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다.

로버의 전면부에 설치된 카메라가 드넓은 심해 환경을 10m 간격으로 촬영하고, 장착된 챔버를 통해 48시간 동안 수온과 산소 농도, 전류 속도, 침전물의 산소 소비량(SCOC)를 측정해 기록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이러한 측정 패턴은 약 1년간 반복되며, 복귀 후에는 배터리 교체와 데이터 다운로드, 정비를 마치고 또 다른 구역의 탐사를 위해 재투입된다.

이 같은 로버의 활약에 대해 셔먼(A.D.Sherman) MBARI 연구진은 “지난 7년에 걸쳐 활약한 로버는 수년간의 테스트와 유지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성능이 입증된 최고 기술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미 2015년부터 7년간 수심 4,000m 깊이에 있는 수중관측소 ‘Station M’에서 로버의 기록을 지속해서 축적해오고 있다. ⒸMBARI

사실상 자율주행 심해 탐사 로봇은 절반 이상의 성공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5년부터 7년간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에서 225km 떨어진 관측소에서 로버의 기록을 지속적으로 축적해오고 있기 때문. 수심 4,000m 깊이에 위치한 수중관측소 ‘Station M’은 심해 생태계를 연구하기 좋은 모델이며 시스템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기존의 단기 모니터링으로는 감지할 수 없었던 탄소순환 과정과 생물학적 변화를 측정해 정량화하는 데에 성공한 것은 관련 연구들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총 책임을 맡은 스미스(K.L. SMITH JR.) MBARI 수석과학자는 “자율주행로봇의 심해 탐사 성공으로 이제 이상 기후 변화에 놓인 지구의 생태 환경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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