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밍크고래 유전자가 밝혀지다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19)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 11월 25일자 온라인 판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국내외 24개 기관이 참여하여 우리나라 근해에 사는 밍크고래(Minke whale)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세계 최초로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밍크고래 유전체와 고래목의 수상생활 적응’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고래 종류의 생리적, 형태적 특성을 분자 수준에서 밝힌 최초의 연구 결과라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동해에서 잡힌 밍크고래의 근육조직에서 DNA를 추출해 2만605개의 유전자를 분석하였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산소의 양이 적고 염분이 높은 바다에서 살기 위해 젖산의 양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산소 결핍에 대처할 수 있는 유전자가 발달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육상에 살던 포유류가 어떻게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화석 연구를 통해 원시고래는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신생대 팔레오세(Paleocene epoch) 말기나 에오세(Eocene epoch) 초기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오세는 지금으로부터 약 5,600만 년 전부터 3,390만 년 전에 해당한다. 밍크고래는 지금으로부터 약 2,600만 년 전부터 700만 년 전까지인 마이오세(Miocene epoch) 말기에 출현하였다.

고래의 조상은 바다생활에 적응하면서 형태적으로 변화하였다. 원시고래는 지금의 고래와는 달리 콧구멍이 머리 앞쪽에 있었지만, 바다에서 생활하면서 뒤쪽으로 이동해 머리 윗부분에 자리하게 되었다. 이러한 진화로 헤엄치면서도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지 않고도 숨 쉴 수 있게 되었다. 고래 조상인 원시고래는 크기가 곰만 한 육식동물이었으나, 진화하면서 몸집이 점점 커졌다. 물속에서는 부력을 받기 때문에 몸무게가 늘어나더라도 움직이는 데 큰 불편이 없다.

에오세 말기에 나타난 고래는 길이가 25m나 되었다. 당시 고래들은 지금 고래처럼 유선형으로 날씬해졌고 앞다리가 지느러미 모양으로 진화되었으며, 뒷다리는 퇴화되었다. 꼬리도 헤엄치기에 알맞게 꼬리지느러미로 변하였다.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수컷의 생식기는 평상시에 몸 안쪽에 들어가게 되었다.

고래는 크게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나뉜다. 수염고래는 고래수염을 가지고 물속의 동물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를 걸러 먹는 종류이고, 이빨고래는 범고래나 돌고래처럼 이빨이 있어 다른 큰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종류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흰긴수염고래(대왕고래)가 속하는 수염고래 종류는 모두 덩치가 큰 고래들이다.

▲ 지난 2월 25일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계류장에서 발견된 새끼 밍크고래. ⓒ연합뉴스


밍크고래는 수염고래 종류 가운데 작은참고래(pygmy right whale)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종류다. 그렇더라도 갓 태어난 새끼 밍크고래의 몸길이는 2.4~2.8m나 돼서 사람보다도 크다. 다 자라면 보통 몸길이가 약 10m, 몸무게는 10톤까지 나간다. 밍크고래는 6~8년을 자라야 번식할 수 있으며, 임신기간은 사람과 비슷하여 10개월이다. 어미고래는 5~10개월 동안 젖을 먹이며 새끼를 돌본다. 밍크고래의 수명은 보통 30~50년이다.

밍크고래라는 이름은 1804년에 지어졌으며, 노르웨이의 포경선원 이름 Meincke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쇠정어리고래로 부르기도 한다. 밍크고래는 북방밍크고래(Balaenoptera acutorostrata)와 남방밍크고래(Balaenoptera bonaerensis) 두 종으로 분류된다. 학자에 따라서는 북방밍크고래를 북대서양밍크고래, 북태평양밍크고래, 그리고 난장이밍크고래 등 세 아종으로 더욱 세분하기도 한다. 태평양 연안과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발견되는 북방밍크고래는 지느러미에 하얀색 줄무늬가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등 쪽은 짙은 회색이고 배 쪽은 하얀색이다.

밍크고래는 다른 수염고래 종류에 비해 개체수가 많기는 하지만 점점 감소하고 있다.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대형 고래를 잡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래잡이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 관련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앞으로 밍크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으므로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종으로 분류하였다.

포유류인 고래는 육상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대기 중의 산소를 이용해 폐호흡을 한다. 그래서 바다 속에 살지만 숨을 쉬기 위해서는 바다표면으로 머리를 내밀어야 한다. 바다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산소 부족으로 인한 생리적인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구 결과로 고래가 생리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유전자가 밝혀졌다.

과학자나 의사들은 인간과 같은 포유류인 고래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비결을 알아내면, 비슷한 조건에서 일어나는 저산소증이나 심혈관질환 등 인간의 질병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요즘은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생물을 만든 신의 설계도를 복제하고 있다. 과학소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인간이 고래의 유전자를 받아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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