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으로 인류의 길을 열다

[백신의 모든 것] (1) 우리가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백신’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고, 잘못된 정보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백신 이야기’를 총 1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2019년 말 이후, 우리는 1년 반 이상 미증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친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졌고, 해외에 있는 가족은 전화기 속 목소리로만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업무상 만났던 사람은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기억해야 했다. 올해 들어 백신(예방약)이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지긋지긋한 혼란의 종식까진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며, 지금은 백신 그 자체로 새로운 혼란이 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바이러스 감염과 더불어, 이제는 어떤 백신이 더 좋은 것인지, 나에게 맞는 백신은 어떤 것인지까지 가늠해야 한다. 백신은 무엇이고,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무엇일까? 우리는 백신을 꼭 맞아야만 할까?

면역=병원체에 대응하는 우리 몸의 신비

백신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사람의 몸속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 이른바 ‘병원체’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병에 걸렸을 때 ‘감염이 됐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감염이란 병원체, 즉 병을 일으키는 것들이 몸에 들어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독성물질 등의 축적, 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 유전질환, 알레르기 질환 등을 제외하면, 우리 몸이 아프고 힘든 경우는 대부분은 병원체와 관계가 있다.

병원체란 말의 정의를 미생물학 전공 서적에서 찾아보면 ‘기생생물이나 그들의 산물에 의해 숙주의 몸 일부 또는 전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게 변화되는 것이 감염성 질환이며, 이러한 상황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해 감염이란 뭔가 ‘다른 생명체, 혹은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본래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체(항원)에 대응하는 기능이 있다. 이를 ’면역’이라고 한다. 흔히 면역을 약물 또는 주사를 투약해 충전(?) 해야 하는 ‘힘’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래 우리 몸이 외부인자에 대해 방어하는 현상을 말한다.

백신보급은 감염병 예방의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전체 인구의 70%가 면역을 갖고 있으면 질병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GettyImages

우리 몸속에는 면역에 관여하는 여러 종류의 세포가 있고, 병원체의 종류에 따라 제각각 대응하며 이를 물리친다. 세상엔 수없이 많은 미생물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 대부분, 이 면역반응 덕분이다. 항원이 들어오면 우리 몸속에선 이것과 싸우기 위한 당단백질(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결합해 만들어진 물질) 질이 생겨나는데, 혈액과 림프에 저장되어 있다가 신체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곳으로 이동해 병원체와 싸운다.

그렇다면 병원체란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일부 곤충 포함), 병원성 균류(곰팡이류) 이다. 위생상태가 좋아진 현대에 기생충에 의한 질병을 찾기는 어렵고, 균류로 인해 질병도 비교적 우리 몸속의 대응 시스템이 잘 움직이는 편이다. 다만 체내 면역시스템이 접근하기 어려운 피부병(무좀 등)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자주 보인다. 즉 현대에 들어 우리 몸이 뭔가에 감염돼 크게 고통받는 경우는 대부분 세균, 또는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세균의 경우 효과 좋은 항생제가 많이 개발돼 있어 현대에는 치료가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아직도 치명적인 세균 감염 질환이 많이 있고,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슈퍼박테리아’ 등으로 치료에 애를 먹기는 하지만 사실 세균감염을 통해 일어나는 질병은 약 그 자체가 없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의학이 그만큼 발전한 덕분이다. 더구나 장티푸스나 콜레라, 백일해 등의 백신이 이미 나와 있는 경우는 어릴 때부터 미리 백신을 맞게 되므로 일생 예방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 질환은 왜 치료하기 어려울까

반대로 바이러스는 현대에도 아직 문제가 되는데,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은 그 크기가 너무나도 작기 때문이다. 세포의 경우 사람의 세포 바깥에 존재하고, 크기가 커 세포 속으로 들어오기 어렵다. 세포의 밖 혈액이나 체액 등에 머무는 일이 많고, 어쩌다 세포 속으로 들어와도 세포막 안까지만 들어올 뿐 세포핵 등으로 침입하지 못한다.

이와 달리 바이러스는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 대표적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인 ‘리노 바이러스’는 크기가 30나노미터(㎚)에 불과하다. 1㎚가 10억분의 1m이니, 30㎚라면 겨우 3억분의 1m 정도다. 웬만한 체세포에 비하면 수백 분의 1 정도로 작은 크기이고, 더구나 입체이니 수백~수천만 분의 1 크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세포 속에 자리잡게 되는데, 세포 안에서 마치 세포를 공장으로 삼아 자기 자신을 계속 복제해 생산한다. 그리고 결국은 세포마저 죽이고, 복제한 바이러스를 다시 주위의 다른 세포를 추가로 감염시키며 계속 숫자를 불려 나간다.

그렇다면 항생제를 먹듯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바이러스에 걸린 병이 치료되는 것은 아닐까?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이것도 그리 쉽지 않다. 세균은 생명현상을 하는 엄연한 생명체다. 그러니 세균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약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사람의 세포를 공장으로 사용하는 유전전달물질로, 크기가 너무 작고 사람의 세포 속에 숨어 있어서 죽이기가 쉽지 않다.

바이러스가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 필요한 효소를 차단해 합성을 막는 방식의 약이 주로 사용되는데, 이 방식은 더 번식을 하지 못하게 하고 결국 몸속의 면역 시스템이 나서야 한다. 그것도 세포 속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만 골라서 죽일 수 없으니 ‘독성T세포’라는 면역세포가 나서 바이러스가 감염된 세포 자체를 죽이는 식으로 대응한다. 바이러스가 신경 등 중요 조직에 침범했을 경우, 치료 후에도 후유증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사람의 세포를 공장으로 사용하는 유전전달물질로, 크기가 너무 작고 사람의 세포 속에 숨어 있어서 죽이기가 쉽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기능이다. 누구나 몸 바깥에서 병원체(항원)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대응한다. 백혈구 등의 대식세포가 공격해 병원체를 공격하고, 이미 감염이 된 세포를 죽여 없애기도 한다. 열이 나고, 점액 등의 분비를 늘려 병원체가 씻겨 나가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반응도 면역의 일종이다.

이런 인체의 기본 기능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감염된 사람의 신체는 몸속에 들어왔던 병원체의 종류를 ‘기억세포’라는 특정 세포가 기억하고 있다가 인체 속 다양한 면역세포를 빠르게 생산해, 즉 항원(병원체)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들어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기억세포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평생 살아남는다. 백신은 이런 인체 기능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기억세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맞는 예방약인 셈이다.

문제는 일부 바이러스 질환이다. 일부 바이러스, 특히 감기나 그와 유사한 호흡기 바이러스 종류는 변이가 자주 일어난다. 특히 유전물질이 아닌, 유전전달물질(RNA)을 전달해 감염시키는 경우는 변이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편이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도 이와 같은 형태라서 백신 개발에 애를 먹었다.

첫 백신은 소에 생긴 고름, 이제는 첨단 유전자공학 결정체

백신을 처음으로 시작한 건 잘 알려진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다. 제너는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유가, 소가 걸리는 천연두와 유사한 ‘우두’에 노출돼 약한 증상만을 미리 겪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우두에 걸린 소에서 얻어낸 병원체를 예방약으로 사용했다. 사실 백신이라는 이름 자체가 암소를 나타내는 라틴어 백카(Vacca)에서 유래됐다. 이후 재너의 방식을 받아들인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r)에 의해 광견병 백신, 콜레라 백신 등을 개발했으며, 이어 수많은 연구개발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백신은 그간 다양한 종류와 방식이 개발됐다. 살아있는 병원체를 그대로 이용하는 약독화 생백신, 죽은 병원체를 이용해 면역반응만을 기대하는 사백신, 질병의 독소물질만을 뽑아내 사용하는 톡소이드 백신 등도 등장했다. 이 밖에 최근엔 병원체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 항원에 반응하는 부분만 뽑아내 주입하는 ‘재조합백신’이 최근 많이 쓰인다.

세계최초로 백신을 개발한 에드워드 제너가 자신의 아들에게 접종하고 있는 모습. 역사화가 어니스트 보드가 그렸다 ⓒEEA picture library/GettyImages

그렇다면 코로나19 백신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워낙 크기가 작고, 또 변이도 심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제약회사가 찾아낸 방법은 바이러스에 붙어 있는 ‘돌기’를 노리는 것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외피를 가지고 있으며, 그 주위에 ‘페플로머’라는 단백질로 된 돌기가 있는데, 이 부분을 이용해 사람의 세포에 흡착하고, 막융합을 일으켜 침입한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도 이 부분이 태양의 불꽃(코로나)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말이 자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원리를 채용해 코로나19 백신 중 상당수는 이 페플로머라 형태에 반응해 항체를 만들 수 있는 기억세포를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 전달물질을 이용하거나, 세포를 뚫고 들어가 세포 속 유전자에 필요한 정보를 끼워 넣는 기술을 이용했다. 바이러스가 세포를 조작해 자신의 세를 불리는 것처럼, 백신도 세포를 조작해 항체를 생성하도록 만든 셈이다.

일부에선 ‘나는 아직 젊어서 코로나에 걸려도 치명적이지 않고, 저절로 걸렸다 낫는다면 도리어 면역이 생기는 것이니 두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난 후천적 면역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장담하기 어렵고, 작은 변이만 일어난다면 언제든 다시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 의료진의 권장에 따라 정확하게 면역반응이 설계된 백신을 맞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유리병에 담긴 코로나19 백신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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