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미술, 과학기술을 만나 한층 더 확장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3) 미술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코로나19는 미술 전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비대면을 권고하는 가운데 2020년에 개막이 예정됐던 많은 미술 전시와 행사들이 취소 또는 연기되거나 아예 온라인 전시로 전환된 것.

이렇게 한동안 멈춘 미술 전시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아트 컬렉티브 ‘teamLab(이하 팀랩)’이 전개하는 ‘teamLab: Life’가 개막했다는 소식이다.

팀랩은 아트,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수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으로, 미디어아트를 기반으로 프레임에서 벗어난 영상을 구현한다. 팀랩의 이번 전시 역시 주제에 대한 디지털적인 구현, 관람자가 개입하여 작품 속 대상의 반응을 유도하며 자연스럽게 주제 속으로 융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처럼 사각 프레임을 벗어나 관람객의 손길로 매번 다른 아름다움과 가치를 보여주는 작품들. 이것은 물감의 질감과 붓의 터치가 캔버스에서 앙상블을 펼치는 기존의 미술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이 또한 미술이 펼쳐내는 아름다운 ‘마술적인 세계’이다.

아트 컬렉티브 ‘teamLab’은 주제에 대한 디지털적인 구현, 관람자가 개입하여 작품 속 대상의 반응을 유도하며 자연스럽게 주제 속으로 융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teamLab

미술의 ‘0’, 인류의 문명과 함께

미술은 문명의 발생과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인류 최초의 미술은 2만 5000년 전 선사시대에 그려진 그림들로,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그림들은 인류가 거주 생활을 시작하면서 예측 불가한 자연의 힘을 통제하고, 풍요와 번성을 바라는 주술적 의미를 담아서, 대상의 분신(alter ego)을 만드는 목적으로 그려졌다. 미적인 의미도 없었거니와 표현 방법도 정교하지 않았으니, 그저 그림이 실물과 정확하고 충실하게 일치시키는 ‘모사’에서 출발한다.

아르놀트 하우저(Arnold Hauser)는 당시의 미술에 대해 “근대 인상주의의 출현이 있기까지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직접적이고 순수하며 어떠한 이지적인 작용이나 제약도 받지 않는 형태로 시각적인 인상을 재현하고 있다”고 평한다. 다시 말해 자연주의와 닮은 모습이다.

이후 고대, 중세로 접어들면서 종교화를 성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색채와 도구를 이용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술은 단순히 대상의 재현일 뿐만 아니라 사유의 표현이며, 상상력의 산물이 되었다.

인류 최초의 미술은 2만 5000년 전 선사시대에 그려진 그림들로,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림은 알타미라 동굴 벽화 ⒸMuseo de Altamira

미술에 과학을 더하다

미술은 작품을 창조하는 상상력이 작가 개인의 몫이라면, 미술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분히 물질적이며, 기술적이며, 매체적이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기성품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느냐를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했던 때에 비하면 최근의 미술 표현 방법은 매우 다채롭다. 여기에는 과학의 공이 무척 크다. 실제로 ‘사조’로 차별되던 전통적인 미술의 영역은 사진, 미디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한층 더 확장됐기 때문이다.

미술과 과학이 만나 획기적으로 등장한 비디오 아트는 컬러 TV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능해진 장르다. 종이 캔버스에 그림 그리던 미술 작품을 ‘송출’의 개념으로 제작한 비디오 아트는 소리와 비주얼의 융합과 변주를 통해 관람자의 시각, 청각까지도 일깨운다. 미국 뉴욕을 무대로 활약한 故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 창시자이며, 최고의 비디오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종이 캔버스에 그리던 미술을 ‘송출’의 개념으로 제작한 비디오 아트. 사진은 故 백남준의 ‘찰리 채플린’(2002) Ⓒ백남준

또 최근에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을 접목한 작품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스마트폰 앱, 태블릿 등의 디바이스 앱에서 작품의 코드 정보를 인식시키면 가상의 오브제가 등장하면서 실제 작품과 연동된, 혹은 다른 조합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기존의 작품이나 전시를 증강현실을 통해 서비스하는 것만이 아니라, 해당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한 작품들이 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제프 쿤스(Jeff Koons)는 스냅챗과 협력하여 ‘Art All Around You(당신 주변에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쿤스는 특정 GPS에 위치 태그 하면 자신의 시그니처 작품인 ‘풍선개(balloon dog)’를 볼 수 있는 필터를 제작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세계 곳곳, 미술관이 아닌 곳에서 미술작품을 볼 수 있는 것, 작가와 관람자가 쌍방향으로 작품을 공유하는 것, 과학기술을 통해 가능해진 ‘마술’이다.

제프 쿤스(Jeff Koons)는 스냅챗과 협력하여 ‘Art All Around You(당신 주변에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Jeff Koons

이들 작품을 두고 예술성과 가치를 논쟁하는 일,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미학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평가는 잠시 차치하도록 하자.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는 예술가들과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새로운 창작 방식의 시도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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