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미래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주의보

[과학으로 보는 환경과 에너지] 바다뿐 아니라 공기, 토양 통해 체내 축적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미세’한 것들의 공격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우리나라 서쪽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성은 이제 전 국민이 이해하고 있는 과학 상식이 되었다.

2019년 1년간 우리나라 전국에서 971번의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가 내려졌다. 안타깝게도 이제 한반도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미세한 것들의 위협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세먼지만큼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할 또 다른 작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름 그대로 미세한 크기의 플라스틱이다. 일반적으로 좁쌀 크기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뜻한다. 화장품이나 세안제, 연마제 등에 많이 들어있다. 스티로폼이나 페트병 같은 플라스틱 제품이 잘게 부서지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석유 문명의 산물은 조각이 되어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이름으로 바다와 대기, 땅속에서 생명체를 공격하고 있다.

조용하고 고요하여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과학자들은 머리카락 두께 정도 크기 또는 그보다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생물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작을수록 위험해져서 세포에 침투하기도 한다. 미세 플라스틱 관련 연구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메커니즘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미세플라스틱은 미세먼지와는 다르게 먹는 것을 깨끗하게 관리하면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실수로 섭취하더라도 소화기관을 통과하여 배설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1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으면 그중 9개는 소화기관에서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지만 1개는 체내 흡수되어 혈관 속으로 들어간다.

음식에 들어있는 유해한 물질이 소화기관을 통해 인간의 몸에 흡수되는 것은 공포스러운 사실이다. 혈관 속으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염증, 장애 등 질병을 일으키고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공격은 먹거리를 통해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걷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과학자들이 분석한 공기 속에는 합성섬유 성분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검출된 200~600마이크로 미터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은 가벼워서 대기 중에 부유할 수 있고 사람이 쉽게 흡입할 수 있는 크기다. 입자 크기가 크다면 코에서 걸러지거나 반사적인 재채기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기가 작다면 무방비로 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공격은 땅속에서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토양 속 미생물이 미세플라스틱을 만나면 움직임이 둔화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땅 속 미세플라스틱은 토양 밀도를 감소시키고 미생물이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는 연구가 독일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사실 가장 두려운 것은 바다 미세플라스틱이다. 하와이 북쪽이나 일본열도 동쪽 태평양 바다에 떠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섬의 문제만이 아니다. 오늘날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그 속에 사는 바다생물들은 불가피하게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어 있다.

2017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물고기의 뇌에 침투하여 축적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미세플라스틱이 뇌에서 발견된 연구는 큰 의미가 있다. 뇌는 생명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장기다. 그래서 생명체의 뇌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 등이 있어서 외부 물질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것을 방지한다. 뇌질환 치료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이 장벽을 뚫고 치료 약물을 뇌에 도달시키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한다.

그런데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이 장벽을 뚫고 뇌 속으로 들어간다. 아직 인간의 뇌에 미세플라스틱이 침투하여 발견되었다는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미세플라스틱과 관련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고도의 산업 기술로 생산된 미세플라스틱이 음식물을 통해 인간에 섭취된 기간은 아직 짧을 것이며,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오염물질로 인식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로서는 인간 뇌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수년간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유의미한 조사대상을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뇌조직 검사해야 하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자란 물고기나 식재료를 계속 섭취하면 머지않은 미래, 인간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될지 모른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협은 이제 시작 단계다. 일본 큐슈대 아추히코 이소베(Atsuhiko Isobe) 연구진은 태평양 수면에서 미세플라스틱의 농도가 2030년에는 현재보다 2배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60년에는 4배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019년 1월 호에 실렸다.

연구결과에서는 특히 우리나라 남해와 일본 부근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부는 편서풍대에 위치해있고, 서쪽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국가 중국이 있다. 동쪽에는 일본과 태평양이 있고, 해류는 시계방향으로 돌아 남해바다에 미세플라스틱을 모이게 한다.

2013년 10월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제도가 도입된 것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바다 미세플라스틱 주의보’ 발령 제도가 도입될지 모른다. 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되면 수영, 물놀이, 낚시가 금지될 것이다. 수심이 깊어 수영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수역이라 금지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녁 식탁에 오를 생선을 구매할 때 미세플라스틱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할 것이다.

미래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분포 예측도. 우리나라 남해를 포함한 바다 위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2066년이 되면 2016년 현재보다 4배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 Isobe, A., Iwasaki, S., Uchida, K. et al. Abundance of non-conservative microplastics in the upper ocean from 1957 to 2066. Nat Commun 10, 417 (2019).

현대인들에게 환경문제는 일종의 전쟁이다. 과거 발생한 인류의 전쟁이 개인과 집단의 탐욕에 의해 시작된 것처럼 현대 환경문제의 원인도 대부분 유사하다.

미세플라스틱은 인류가 좀 더 편리한 생활을 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올가미일지 모른다.

오늘날 미세플라스틱의 공격은 육해공에서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은 공세가 점차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문제는 고요하고 거대하게 다가온다. 경제 위기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환경문제다.

바다의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바다로 배출하는 국가 근처에 위치하고 해류가 그것을 우리의 앞바다에 농축시킨다면, 마치 매일 아침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듯 언젠가는 바다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매일 확인할 날이 올지 모른다.

미래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주의보가 먼 상상 속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가장 위험한 것은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모를 때다. 그러나 다행히 과학은 인간에게 닥쳐올 위험을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미세플라스틱의 공격 또한 그렇게 막아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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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2)

  • 김민석 2020년 4월 23일12:51 오후

    플라스틱 문제, 정ㅁ라 심각하네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서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거나 신소재를 빨리 개발하면 좋을것 같네요. 과학자 분들, 응원합니다.

  • 이원지 2020년 4월 23일10:28 오후

    그럼 바다를 떠돌아다니던 미세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따라서 다시 인간한테 올 수도 있는데…불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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