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미래 먹거리 발굴 박차…판 바꿔나가겠다”

[과학과 기술 인터뷰대담]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대 담>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박상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과학과기술 편집위원)
          류준영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과학과기술 편집위원)
          오승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기획관리본부장

“연구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조직을 67개로 나눴습니다. 5명 혹은 1명이 팀장이자 팀원인 팀도 있어요. 부임한 후 조직개편에 가장 큰 공을 들였습니다. 인사평가도 개인평가 대신 팀 평가로 전환했습니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 원장의 조직개편은 의례 새로 원장이 선임되면 자연스레 이뤄지는 조직 변화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기존 연구센터 인원은 대부분 30명 이상이어서 내부적으로 연구 효율성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360여 명의 박사급 인원을 5명 내외 총 67팀으로 나눴고, 열흘에 걸쳐 각 팀의 연구목표와 앞으로의 추진 전략에 대한 발표를 들었어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딱 감이 오더군요.”

지휘자 역할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의 정책과 공약, 쟁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기존 ‘질서와 관행의 깨뜨림’의 서막과 같은 것이었다. 흔히 “직원을 위해”라는 기관장들의 ‘립 서비스’ 차원은 아니란 게 분명했다. 박 원장이 다르게 느껴진 지점은 ‘시선의 높이’다. 안으로는 젊은 연구자들, 밖으로는 데이터 과학, 양자기술, 수소 안전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가리켰다.

“부서장의 나이도 대폭 낮췄습니다. 지금 본부장들은 평균 50대 초반인데 연구소장 중 한 명은 40대 초반을 뽑았습니다. 연구역량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난 연구자들에게 팀을 이끌게 해 조직에 활동성을 더욱 불어 넣었습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모든 직원이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 원장은 현장을 누비며 구성원들의 손을 붙잡았다. 조직 내부의 여론을 읽으며 강약 수위를 조절하면서 조직개편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대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책이 나온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뒤따른다.

“트러스트 인덱스(Trust Index : 신뢰지수) 조사를 했는데 KRISS 재직 6~10년 차 사람들이 가장 불만이 많았습니다. 처음 입사 후 만족도가 50%~60%대에 이르렀다가 점점 감소하는 거죠. 그러다 6년부터는 20% 대로 뚝 떨어집니다. 직원들이 불만이 많았던 건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마지막 세대가 연구원의 중심축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젊은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기보다 윗세대들의 요구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그러다 4~5년이 지난 후 자기와 함께 박사과정을 밟았던 친구들은 더 좋은 연구성과를 내는 것을 보니 비교가 되는 거죠. 아마 정부출연연구기관 대부분이 비슷할 겁니다.”

박 원장은 후보 출마 전부터 직원들의 요구를 끊임없이 탐구했다. 5060세대와 젊은 세대, 과거와 미래라는 두 단어가 자연스레 배치된다. 젊은 연구자들의 전적인 지지를 얻어 내부 결집을 이뤄내면 그의 비전엔 탄력이 붙는다고 믿었다.

대덕에서 가장 오래된 KRISS 답지 않은 다음 발걸음도 관전 포인트다.

“구글과 IBM처럼 양자컴퓨팅을 연구할 수는 없어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죠. 이를테면 양자광학을 이용하는 방법, 원자를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KRISS는 이와 같은 기초연구를 모두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이 모든 연구를 하면서 차후에는 양자컴퓨터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소 기술들에 대해 세계 최고 실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조직은 고객에 맞춰진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고객은 국민이다. 그들에게 신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일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공공기관만의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수소 사회로 먼저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수소 안전을 위한 연구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상업적 기술 개발은 물론 국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공적 연구도 중요합니다.”

이미 3년간의 밑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린 박 원장은 KRISS의 새로운 위상을 만들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는다. 위기일수록 창의적·적극적 행정이 필요하다. 박 원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인터뷰 후 그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 1996년부터 KRISS에서 재직하며 나노소재평가센터장, 부원장 등을 역임한 그에게 어쩌면 전에 없던 힘든 싸움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를 필요로 한 곳에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박 원장과 조직의 입장이 무엇이든 분명한 게 하나 있다.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국민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논할 수 없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박상욱 제15대 원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2월 취임하시고 기관 현황 파악 및 계획 수립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취임 소감과 함께 2020년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현민 KRISS 캠퍼스는 색색의 꽃들과 푸르른 나무들로 봄기운이 완연합니다만 저의 임기 시작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 대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후 조직 개편, 기관 목표 설정,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등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이 시기를 곧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습니다.

KRISS는 지난 45년간 모범적인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KRISS는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측정표준 연구를 통해 국가 과학기술산업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KRISS가 지금까지 쌓아 온 훌륭한 유산을 계승함과 동시에 급변하는 세계정세 변화의 흐름에 맞춰 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KRISS의 미래 50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표준주도 성장’ 을 실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제가 지향하는 KRISS는 전 지구적 새로운 이슈를 포착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월성 연구소, 명확한 성과 창출 목표를 가지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연구소,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연구소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추진하는 것은 전체 연구원 조직에 팀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개별 단위의 연구에서 벗어나 팀플레이를 통해 연구역량을 극대화하고, 연구자 간의 유기적인 협력 연구를 통해 연구원의 미션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동시에 연구자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효과적으로 지원해 주는 시스템을 마련해 명실 상부한 수월성 있는 세계를 선도하는 팀, 그룹, 연구소를 육성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연구원 내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을 만들고, 이를 통해 주도적으로 연구원 미래 비전을 만들어가는 상생의 문화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류준영 조직 개편에 참고한 게 있습니까.

박현민 ‘경제학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책에는 5명 이하의 팀 성과가 가장 좋다고 나옵니다. 제 경험에서도 연구자 5명, 박사후연구원(Post-Doc) 2명, 학생연구원 5명 등 총 12~13명 정도면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팀에 5명 정도로 생각했지만, 1명에서 8명까지 다양하게 팀이 구성되었습니다. 조직개편을 위해 미래발전위원회를 신설했는데 그 위원들을 시니어급 우수연구원 반, 젊은 연구자 중에 우수한 연구성과를 낸 우대연구원 반으로 구성했습니다. 원내 구성원들의 균형 있는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죠. 미래발전위원회는 앞으로도 기관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류준영 장단점이 확실하겠습니다.

박현민 팀 간 벽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퍼포먼스를 서로 나눌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바꾸면 됩니다. 팀 간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늘어납니다. 팀 제도는 당면한 이슈에 더 빠르게 대응하고 처리할 수 있습니다.

류준영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의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KRISS는 1975년 설립 이래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반도체, 중화학공업, 조선, 항공,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의 품질 향상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는데요, KRISS가 앞으로 산업기술 변화에 어떠한 계획과 비전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박현민 KRISS는 한국의 중화학공업의 발전과 그 맥을 같이 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 가장 최적화된 지원을 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해왔고 측정표준을 통해서 조선, 항공,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를 견인해 온 분야의 수출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분야에서 측정표준, 측정기술을 고도화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여 선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주력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언론의 주요한 주제였던 소재 분야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반도체 소자의 3D 미세공정 고도화에 따른 어려움 등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비 분야에서도 KRISS 반도체측정장비팀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반도체 제조공정용 측정장비 및 진단센서를 연구 개발해 보급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제조업 기반사회에서 데이터 기반사회로 이행하는 산업 생태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의 신뢰성 평가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AI(인공지능) 기반 연구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일반 텍스트 데이터뿐만 아니라, 이미지 데이터, 동영상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그 불확도를 산정해 데이터의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 기술을 개발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확한 AI 분석을 위한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KRISS의 세계적 우수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 목적형 KRISS 선단형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입니다. 우선 양자연구 분야에 개방형 연구조직을 구성하고 재원과 연구 장비, 시설을 집적화하고 연계해 미래의 한국형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중요한 수월성 연구 분야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류준영 미래기술로 양자컴퓨팅을 꼽으셨습니다.

박현민 지금 과학기술계는 데이터 사이언스로 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3차 산업 관련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KRISS가 10년 뒤에는 어떤 연구를 해야 할까요. 이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KRISS가 미래의 국가 산업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를 준비해야 합니다. KRISS의 주요 임무는 정확한 측정표준을 통해 정확한 측정값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와 연결지어 생각한다면 미래에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평가해 줄 뿐 아니라 머신러닝, 딥러닝 등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결과가 정확한지 평가해 주는 연구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측정 대상이 물질이 아닌 데이터로 바뀌는 것입니다.

류준영 하지만 양자컴퓨터, 데이터 사이언스 등은 지금껏 KRISS가 축적해온 인프라와 경험과는 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박현민 참조 표준이라는 게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실험 데이터 있지 않습니까.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들을 모아 이 데이터 값들을 믿을 수 있는지 정확성과 불확도 등을 통해 평가합니다. 그 후에 이를 사용하기 편리한 형태로 가공해서 다른 사람들이 참조할 수 있는 표준으로 만들어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플라tm마에 대한 실험을 해서 관련 데이터가 나온다면 이 데이터들을 믿고 쓸 수 있는지 신뢰성을 확인해 주고 오픈하는 겁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데이터를 의심 없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10여 년 전부터 물리, 화학, 의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평가하여 공공데이터로 개방하고 보급해 왔습니다. 나아가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의료분야 등 국가적 수요가 높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AI 관련 연 구를 주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채용하려 합니다. 지금은 시작 단계이지만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미국 국가측정표준기관(NIST)과 영국 국가측정표준연구기관(NPL)이 최근 이와 같은 일을 시작했습니다. KRISS도 머지않은 미래에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박상욱 KRISS는 지금까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맏형 역할을 해왔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간의 벽허물기가 중요한 과제라 생각됩니다. KRISS가 다학제적 연구소가 되어가고 있으니 좀 더 솔선수범한 역할을 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박현민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조직개편을 하면서 이사회에 발표한 내용 중 하나가 ‘개방형 플래그십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하면 ‘CDMA’,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면 ‘소형원자로’와 같이 대표적인 연구 성과물이 있습니다. KRISS를 떠올렸을 때도 이러한 대표적인 연구성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이것이 바로 ‘양자’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양자연구분야는 KRISS에서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은 아닐 것입니다. 개방 연구를 통해 타 출연기관 연구자도, 대학 연구자도 자유롭게 오가며 협업 연구를 할 수 있는 오픈형 연구조직을 육성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은 연구과제 중심의 팀제 조직개편 단행, 양자 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박상욱 최근 KRISS가 제안한 나노안전측정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나노 물질이 향후 각종 산업과 사회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제사회의 선도적 표준을 확보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국가 측정표준 확립을 넘어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표준연의 국제사회 진출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궁금합니다.

박현민 말씀하신 것처럼 KRISS의 나노안전성 기술지원센터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공동 제안한 ‘나노물질의 광촉매활성 측정법’이 나노기술 국제표준(ISO/TC229)에 채택되었습니다. 산화아연, 이산화티타늄, 탄소나노튜브 등 광촉매활성을 가지는 나노물질은 자외선과 반응하면 활성산소를 형성하게 되고, 이 활성산소는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나노물질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정확한 측정을 통한 인간에 대한 안전 관리는 물론, 국제표준을 통한 범국가적인 나노 안전망 구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국제표준 채택 은 KRISS의 기술을 중심으로 나노안전성의 표준을 선도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KRISS만큼 국제협력에 대한 뚜렷한 역할이 주어진 출연연이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KRISS는 대한민국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BIPM(국제도량형국)과 APMP(아시아태평양측정표준국제기구) 내에서 리더십 활동을 통해 글로벌 측정표준의 발전 방향과 전략을 선도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선진국, 개도국 해외측정표준기관과의 국제 공동연구 및 교육을 통해 국제 측정표준의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KRISS는 최근 들어 산업 및 사회적 이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ISO, IEC, 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글로벌 협력을 확대하고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화로 인해 측정표준기관 간 국제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시기입니다. KRISS는 앞서 말씀드린 나노 안전성 연구와 함께 미세먼지, 안전 등 세계 국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 분야에 대해 유럽-중국-미국의 삼국 국제협력 체계를 구축해 주도적인 글로벌 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오승원 최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인의 사회참여도 과학기술계에 중요한 이슈입니다. 국민의 행복 실현을 위한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KRISS의 역할은 무엇일지요.

박현민 신뢰성이 높은 측정과학기술을 개발해 국가, 사회적 현안 이슈에 대한 측정기반의 해결책을 적기에 제공해 주는 것이 KRISS가 감당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차원의 대형 재난·재해에 대응하고 국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안전, 의료안전, 방사능안전, 식품안전, 수소안전, 교량·철도 등 대형구조물안전과 같이 국민 생활 밀착형 이슈에 대한 해법을 제공하기 위해 최고의 측정기술의 연구를 통한 정확한 측정 결과를 제공하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18년 3월에 KRISS 가스분석표준그룹에서는 중국발 초미세먼지를 최초로 과학적으로 입증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중국 춘절 기간 동안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인 것을 발견,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하여 춘절 불꽃놀이에 사용한 폭죽과의 상관관계를 최초로 규명했지요. 작년에는 태아의 다운증후군을 판별하는 ‘비침습적 산전검사(NIPT)’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표준물질을 KRISS 연구진이 개발하여 산전검사의 품질을 향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바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직접 줄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상욱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가적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이에 과학기술계도 코로나19 극복과 대응 방안 마련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KRISS에서도 진단 정확도 향상을 위한 바이러스 유래 재조합 SARS-CoV-2 유전자 RNA 표준물질 개발에 착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연구의 진행 상황과 이외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어떤 연구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신지 궁금합니다.

박현민 KRISS 화학바이오표준본부 김세일 박사팀은 CEVI 융합연구단과 공동연구를 통해 표준물질 연구로 파생된 코로나19 유전자원을 개발하여 3월에 국가병원체 자원은행에 기탁했습니다. 이번에 기탁된 참조 시료는 분자 진단법 개발에 활용될 수 있고, 시험관 RNA 합성(In vitro transcription)을 통한 생산이 가능해 실제 바이러스 유전체 추출에 비해 쉽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 물적, 인적 투자를 통해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측정 기술 분야의 플랫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 및 진단기술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표준물질 개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와는 별개로 KRISS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KRISS 내에 입주해 있는 기업의 월 임대료를 6개월간 70% 감면해 주기로 하였고, 중소기업의 교정·시험 서비스 수수료를 50% 할인해 주고 있습니다. 또 KRISS와 협력 연구 중인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연구기술을 전수하고, 이들 중소기업 연구자의 인건비 일부를 KRISS 재원으로 지원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의 어려움을 KRISS는 국민과 같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류준영 지금 젊은 연구자들, 진학 및 취업에 감염병까지 여러 가지로 힘이 많이 듭니다. 희망을 줄 수 있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현민 요즈음 젊은 연구자들은 우리 세대보다 뛰어난 연구역량을 가지고 각자의 분야에서 굉장히 좋은 연구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여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배 연구자들이, 기관에서,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젊은 연구자들 스스로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다듬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서는 대학에서 배워 온 하나의 전공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인문과학, 사회과학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젊은 친구들의 사고의 방향이 항상 옳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열정을 포기하지 말고 우리의 미래를 견인해 주길 바랍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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