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

브뢰헬과 루벤스의 ‘미각’

인체의 감각 기관은 여러 가지 외부 자극에 의한 반응에 따라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으로 분류된다. 오감 중 미각은 혀에 분포하는 미세포에 따라 짠맛, 단맛, 쓴맛, 신맛을 감지한다.

미각은 배고픔을 해결하기보다는 맛을 위해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발달하게 되는데, 서양에서 미각을 발견한 시기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사이다. 16세기,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의 베니스 상인들이 동방에서 가져온 향신료를 많은 사람들이 맛보게 되면서 요리가 발달하게 되고, 미각은 프랑스에 의해 발달하게 된다.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시스는 프랑스 왕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이탈리아 상류층들이 즐겨 먹었던 동방의 향신료와 일류 요리사들을 데리고 온다. 당시 이탈리아 상류층들이 즐겨 찾았던 향신료는 금보다 비싼 샤프란, 후추, 약재로 쓴 계피, 설탕 등이었다.

메디시스의 이국적인 음식은 곧 프랑스 상류층들의 입맛까지 바꿔놓았다. 또한 중세 시대의 단순한 요리들은 더운 요리, 찬 요리, 구운 요리 등으로 구분됐으며, 행사 규모에 따라 50여 가지의 음식이 등장했다고 한다.

▲ <미각>-1617-1618년, 유화, 목판에 유채, 64*108, 프라도 미술관


브뢰헬과 루벤스의 ‘미각’은 풍요로운 음식을 통해 ‘오감 시리즈’ 중 미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화면 중앙, 여인은 커다란 식탁 끝에 앉아 각종 음식을 맛보고 있고 사티로스는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다. 음식의 맛을 보는 여인은 미각을 상징하는 ‘미각의 여인상’을 의미한다.

사티로스가 포도주를 따르고 있는 것은 포도주가 음료수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정화 시설이 없어, 전염병 때문에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화면 오른쪽에는 커다란 나무 쟁반에 담겨 있는 멧돼지를 비롯해 닭, 꿩, 거위, 공작 등 죽은 동물들이 바닥에 가득하다. 동물들은 사냥에서 잡은 먹을거리를 나타낸다.

육류는 16~17세기 프랑스 식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재료다. 당시 사냥이 일상생활이었기 때문에 육류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 즐겨 먹었다. 왜가리, 꿩, 백조 등 여러 동물을 먹었지만 말만큼은 먹지 않았다. 교회에서 말은 식용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다양한 육류와 달리 생선은 화면 왼쪽 거울 아래에 조금밖에 없다. 당시 생선은 보존하기 힘들어 구하기 힘든 음식이었다.

화면 왼쪽 그림 뒤에 음식 재료와 물병이 놓여 있는 곳이 살강이다. 살강은 오늘날 찬장으로 식사 준비와 식사 사이, 중간 단계에 먹는 음식을 놓아두는 곳이다. 또한 살강에 늘어놓은 그릇은 주인의 부를 나타낸다. 이 작품에서 도자기와 유리잔은 부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살강 뒤 거울을 통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미각의 여인상 위에 걸려 있는 그림에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거울과 그림은 작품의 주제인 미각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음식과 여러 사물을 통해 미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오감 중 미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들도 함께 그림으로 나타냈다. 거울은 시각을 상징하며 왼쪽 꽃향기를 맡는 여인이 그려진 그림은 후각을 상징한다.

대 얀 브뢰헬(1568~1625)과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이 작품은 루벤스 공방에서 제작됐다. 당시 정물화로 명성이 높았던 브뢰헬은 인간의 오감에 해당하는 사물을 그렸으며, 루벤스는 등장인물과 작품의 전체 구성을 맡았다.

두 사람은 바로크방식에 따라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사물을 과도하게 늘어놓았다. 과장되지만 사물 하나하나 세부 묘사가 뛰어난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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