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명저 읽기] 과학명저 읽기 29
1954년,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소장으로 근무하던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소 사무실 문을 나서다가 아인슈타인과 마주쳤다. 아인슈타인은 오펜하이머에게, 적대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청문회를 거치며 원자력에너지 위원회의 고문직에 머무르려 드느니 그냥 사직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을 했다.
아인슈타인은 오펜하이머가 조국에 충실했고, 계속 충성을 하려는 대가가 국가를 위협할 수 있는 인물로 낙인을 찍어 공직에서 몰아내려는 모욕적인 심문이라면, 원자력에너지 위원회 고문직을 사수하려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물었다. 게다가 수소폭탄의 개발을 위한 공화당 정부와 대통령 그리고 원자력에너지 위원회 위원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이어서, 그가 원자력에너지 위원회의 고문직을 유지한다고 해서 되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자신은 물론 가족들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절차를 고집했던 것일까.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던 애국적 과학자였으면서도, 냉전시대의 광적인 반공주의 열풍 속에서 한 달간이나 계속된 신랄하고 모욕적인 청문회를 거쳐 공적인 지위를 박탈당하고 시들어 버린 순교자로 그려져 왔다.
그런데, 사실 그의 반 미국적 행위에 대한 적대자들의 공격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으며, 정식으로 기소되어 재판이라도 받을 만 한 내용도 또는 증거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면서, 옆에 있던 조교에게 오펜하이머쪽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기 걸어가고 있는 바보 보이나.”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는 서로를 챙기거나 추켜세우는 사이는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은 고등연구원이 오펜하이머보다 훨씬 뛰어난 물리학자들을 제쳐두고 오펜하이머를 영입하는 데 반대했고, 오펜하이머는 나이 든 아인슈타인이 이미 물리학자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미 1951년 초 유럽의 벗들에게 그곳 미국에서 수년 전 독일에서의 재앙이 반복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인들이 저항할 힘을 잃고 묵종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표현하며 광적인 반공열기를 전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조국을 도망쳐 나와 세계를 떠돌며 살아 온,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상처를 입지 않는 두터운 피부를 지니고 있는 집시라고 불렀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오펜하이머는 집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쉽게 상처입고 겁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상처입고 겁 많은 사람이 왜 정부의 보안 위원회의 혹독한 추궁이 예상되는, 원자력에너지 위원회 고문직을 유지하기 위한 비밀취급 인가 재발급 신청을 하려 들었단 말인가? 아인슈타인이 오펜하이머에게 물러 설 것을 충고하려 들었던 게 순진한 오펜하이머에 대한 개인적인 동정만은 아니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아인슈타인이 “오펜하이머가 정부의 보안위원회에 협조함으로써 자신을 굴욕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유해한 과정 자체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밝힌다.
소개도서 : 카이 버드, 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사이언스북스,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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