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해님달님 전래동화 패러디가 유행한 적이 있다. 오누이가 아무래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호랑이가 “택배왔다”라고 외쳤더니 문이 바로 덜컥 열렸다는 내용. ‘아빠왔다’는 소리보다 ‘택배왔다’는 소리가 더 반갑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택배 기사는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이다.
물류 전문 매체인 CLO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배송 건수는 약 20억 4666만개에 달한다. 7만여명의 택배 기사가 하루에 80번 가까이 일반 가정이나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몇년 후에는 택배 기사가 아닌 로봇이 문앞에 서있을지 모른다. 지상을 보행하는 것은 물론 하늘에서 내려오고, 땅 속에서 올라오는 배송 로봇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국제물류산업전에서는 운송 로봇과 드론 배송 로봇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로봇들은 미래형 첨단 배송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CJ대한통운이 선보인 것. 특히 최대 500kg의 상품을 시속 3.6km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인간 협업 기반의 운송 로봇 시스템 시연에서는 많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로지스틱스4.0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미래 비전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3월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의 CEO로 취임한 김석환 대표는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로봇 제작업체와 협력해 드론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규 정비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1~2년 뒤에는 고객들이 드론 배송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자신했다. 물류센터에 로봇을 배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드론이 주춤하는 사이 배송 분야에서 지상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국제물류산업전에 참여한 CJ대한통운의 로봇과 드론 배송 시연 장면 ⓒ CJ대한통운
아직 검토와 초기 준비 수준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로봇 배송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목전에 두고 있다. 주목은 하늘을 나는 드론 배송이 먼저 받았지만 실속은 지상 배송 로봇이 챙길 태세다. 드론 배송의 경우 아마존이 영국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 본격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터프한 항공 규제로 인해 업계에서 쉽사리 서비스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이 주춤하는 사이 지난해 말부터 지상 로봇이 빠르게 배송 서비스 분야로 파고들었다. 거리를 자율 주행하는 지상 배송 로봇은 음식 배달에서는 이미 상용서비스가 이뤄졌으며 소포 배달, 상품 배송 등에서도 상용화를 염두에 둔 거리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주 정부도 드론과는 달리 지상 배송 로봇에 대해서는 허용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 저스트잇(JustEat)은 지난해 말 영국 런던에서 최초로 로봇 테이크아웃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레스토랑에서 저스트잇의 주문을 받을 때 로봇 배송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공되며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로봇이 식당에 도착한다. 직원이 로봇 내부 짐칸에 배달할 음식을 넣으면 배송이 시작된다. 고객은 배달이 시작될 때, 로봇이 도착했을 때 각각 문자메시지를 받는데 이때 함께 전송된 코드를 통해 로봇의 짐칸을 열 수 있다.
전세계적인 피자 체인인 도미노 역시 조만간 피자상품을 인근에 배달할 수 있는 자율 로봇을 개발해 서비스에 들어갈 방침이다. 6개 바퀴를 장착하고 포장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이 로봇은 독일과 네덜란드 일부 도시에서 도미노 매장 1마일(1.6km) 반경 이내 구역에서 피자를 배달한다. 카메라, 센서 및 기타 기술을 사용해 거리를 탐색하고 장애물 회피, 도로 보행 등을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도미노그룹 CEO 돈 메이지는 “로봇 배송은 향후 도미노의 핵심적인 성장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도 최근 로봇으로 식료품을 배달하는 테스트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다. 바퀴 달린 배송 로봇은 배터리로 구동되며 시간당 6.4km를 이동할 수 있다. 테스코의 로봇은 반경 4.8km 이내의 매장이나 배송 허브에서 물품을 운반하는데 고객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진행상황을 추적할 수 있다. 로봇에는 GPS 기술, 9개의 카메라, 장애물 감지 센서 등이 탑재돼있으며 최대 20cm의 경사를 오르고 20cm 깊이의 눈속에서도 보행한다.
영국 배송 서비스 업체 에르메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소포 배달이 가능한 로봇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함부르크에 이어 최근 런던 거리를 따라 소포를 배달하는 테스트를 진행한 에르메스는 “드론에 비해 지상 로봇이 실용적인 접근”이라며 “대도시, 교외 지역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봇 소포 배달은 5~30분안에 이뤄지며 비용은 60센트(약 860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스위스 우정서비스 역시 올해 9월부터 로봇 배송 서비스의 시험 운영에 들어간다. 베른, 비버리스트, 쾨니즈 등 3개 대도시에서 시험할 예정이며 테스트 기간 중에는 실제 배송 물건은 실리지 않으며 사람이 동행한다.
미국은 지상 배송 로봇에 대해 일부 주가 사용을 승인하면서 조만간 상용 서비스가 기대된다. 지난 2월 버지니아주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배송 로봇을 합법화했다. 버지니아주 의회는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 SB 1207을 승인하고 올해 7월 1일부터 발효키로 했다. 배송 로봇은 드론과 달리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필요한 경우에만 원격 모니터링하면 된다. 다만 시속 16km를 초과할 수 없으며 22kg미만의 무게까지만 배송이 가능하다.
지난 4월 아이다호주 역시 배송 로봇을 허용했으며 발효 시기, 배송 관련 규정은 버지니아주와 비슷하다. 위스콘신과 플로리다주도 지상 배송 로봇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상용서비스 및 테스트를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는 배송 로봇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상 배송 로봇 서비스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스타십 테크놀로지라는 로봇 스타트업이다. 도미노, 테스코 등 위에서 언급한 모든 기업과 미국의 지방정부기관들이 스타십 테크놀로지와 협력해 테스트를 하거나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영국 그리니치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스카이프 공동창업자인 아티 하인라(Ahti Heinla)와 야누스 프리스(Janus Friis)가 2014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현재 에스토니아에서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 50개 도시에서 배송 로봇에 대한 테스트를 마쳤으며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의 도어대시, 워싱턴D.C의 포스트메이츠를 협력사로 두고 있다.
스타십의 로봇은 키 61cm에 6개의 바퀴를 갖고 있으며 최대 9kg까지 상품을 싣고 시간당 6.4km 이동한다. 스타십에 따르면 100대의 배송 로봇을 운영 관리하는데 필요한 인력은 1명뿐이라고 한다. 스타십은 올해 1월 다이믈러AG가 주도하는 시드 펀딩에서 172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스타십 이외에도 미국 스타트업 디스패치, 영국의 로봇아카데미, 일본의 ZMP, 스위스의 텔레리테일 등이 지상 배송 로봇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디스패치의 배송 로봇인 캐리는 속도는 스타십과 비슷한 시속 6.4km이지만 45kg짜리 배송품을 최대 4개까지 실을 수 있어 용량이 더 크다. 현재 멘로칼리지 등에서 우편물과 소포를 배달하는 테스트를 벌이고 있으며 앤드리슨 호로비츠 벤처캐피탈로부터 약 200만 달러의 초기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영국의 로봇아카데미는 최근 자율주행 배송 로봇인 ‘카-고’를 개발하고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영국 정부로부터 공공도로 테스트 허가를 받아 6월 중순 런던 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ZMP 역시 ‘케리로 딜리버리’ 배송 로봇을 개발하고 수퍼마켓, 약국, 패스트푸드 업체 등과 함께 실증 실험에 들어갔다. 기능은 스타십 등 기존 업체와 비슷하다.
스위스의 텔레리테일은 단거리 배송이 위주인 다른 업체와 달리 장거리 배송까지 포괄한다. 최장 50마일(약 80km)까지 배송이 가능하며 도시 외곽이나 농촌 지역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됐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주행한다.
하늘에는 드론, 땅에는 지상 로봇이 있지만 지하 터널을 통해 배송하는 개념도 등장했다.
아마존은 올초 컨베이어벨드와 진공튜브를 갖춘 지하터널을 통해 물건을 배송하는 특허를 출원하면서 배송에 대한 기존 관념을 깨뜨렸다. 아마존의 아이디어가 실제 현실로 구현될지는 미지수지만 지상의 교통혼잡을 피할 수 있고 안정적인 배달이 가능한 컨셉이라는 차원에서 눈여겨볼만 하다.
영국 기업 몰 솔루션은 이미 지난해부터 지하 터널로 물건을 배송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노샘프턴 지역에 터널을 뚫어 선형 유도모터를 사용해 물건을 배송하는 형태다.
지하 배송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엘론머스크가 하이퍼루프 진공관 수송 시스템 개념을 제안한 것도 터널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차원의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물류창고의 픽업에서부터 각 가정에 도착하는 라스트마일까지 물류 전 과정에 로봇 바람이 불고 있다. 드론이든 지상로봇이든 지하터널 배송이든 우리나라도 향후 5~10년안에 물류 배송 분야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은 아니지만 서비스 혁신과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급격한 충돌없이 어떻게 로봇화를 이뤄낼지 고민하는 것은 지금 시작해도 이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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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달로 가는 1차 관문을 통과한 다누리는 올해 12월 31일 달 상공의 임무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 5개월간 항해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다누리는 이날 오전 8시 8분 48초 미국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 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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