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원조가 아닌 지식을 알려준다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14) 교육으로 계몽시키는 도구들

유대인의 경전인 탈무드를 읽다 보면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교훈이 나온다. 일시적인 자선을 베푸는 것보다는, 자립심을 키워 지속 가능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미의 가르침이다.

이러한 탈무드의 가르침은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변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원조만을 제공하는 것은 결국 이들의 앞날을 망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원조 외에도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URIDU.org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URIDU.org

하지만 문제가 있다. 주민들의 문맹률이 높다 보니 교육 수준이 낮고, 교육 수준이 낮다 보니 단순한 일에만 몰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을 교육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사람이라면 알아야 될 기본적인 교양과 지식을 가르쳐주는 mp3 플레이어와 프로젝터 시스템이다.

mp3로 생활에 필요한 지식 제공

mp3라고 하면 대부분 음악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mp3 플레이어는 음악을 재생하는 대표적 디바이스로 통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혁신적 음악 재생 기기로 대접을 받았지만,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사이에 벌써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동영상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즐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이 한참 지난 이 음악 재생 기기가 최근 들어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해 주는 기기로 사용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기본적인 생활정보를 알려주는 mp3 플레이어의 이름은 ‘삶을 위한 mp3(mp3 for life)’다. 이 기기에는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외에  자녀 양육과 안전,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400개 이상의 지식이 담겨 있다.

기존 제품들과는 달리 이 mp3 플레이어에는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음성으로 질문하면 스피커를 통해 답변을 해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햇빛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어서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성능에 대해 ‘삶을 위한 mp3’의 개발자이자 독일의 심리학자인 ‘펠리시타스 하이넨(Felicitas Heyne)’ 박사는 “질문과 답은 의학 전문가들이 엄선했고, 1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라고 소개하며 “쉽게 사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지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녹음했다”라고 밝혔다.

하이넨 박사가 ‘삶을 위한 mp3’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보게 된 한편의 다큐멘터리 때문이었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도의 ‘차야’는 제대로 먹지 못해 뼈와 가죽만 남아 있는 아이였다. 뒤늦게 식량을 구한 아이의 부모는 음식을 먹이려 해보았지만 아이는 입을 벌리지 않았고, 부모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여성의 지식 수준을 높여 교육열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인 ‘삶을 위한 mp3'

여성의 지식 수준을 높여 교육열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인 ‘삶을 위한 mp3′ ⓒ URIDU.org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다큐멘터리 촬영팀은 지역 내 보건소에 차야를 데려갔고, 그곳에서 설탕물을 마신 아이는 얼마 후 기운을 차리면서 음식도 섭취할 수 있었다.

하이넨 박사는 “사실 아이는 음식을 씹고 삼킬 기운조차 없어서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설탕물을 먹이는 간단한 행동이 차야를 죽음에서 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차야의 엄마는 설탕이 있었지만, 설탕으로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차야의 엄마에게 이런 간단한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위급한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하이넨 박사의 입장이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이후 커다란 충격을 받은 그녀는 경제학자인 남편과 함께 글을 모르는 저개발 국가 주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비영리 단체인 유리두(URIDU)를 세우고 기본적인 생활정보를 알려주는 음성인식 mp3 플레이어 개발에 착수했다. 이렇게 개발된 ‘삶을 위한 mp3’는 지역 시민단체를 통해 여성에게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여성에게만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하이넨 박사는 “여성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을 계몽하는 핵심축”이라고 소개하며 “가정의 중심인 여성을 지원하는 것이 가난과 굶주림을 뿌리 뽑기 위한 열쇠라는 것이 유리두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프로젝터로 교과서 없어도 수업할 수 있어

‘삶을 위한 mp3’가 저개발 국가의 여성들을 위한 교육 도구라면 ‘킨카주 마이크로필름 프로젝터(KMP, Kinkajou Microfilm Projector)’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 밤에도 공부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교육용 도구다.

KMP는 가성비가 뛰어난 효율적인 LED와 일정 용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마이크로필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휴대용 도서관’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언제 어디서나 도서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휴대용 도서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교육용 프로젝터 ⓒ Design that Matters

‘휴대용 도서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교육용 프로젝터 ⓒ Design that Matters

KMP는 수십 명에 달하는 한 학급의 학생들이 동시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큰 크기의 이미지 투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필기하는 시간과 관련된 자료를 찾는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비싸고 보급도 어려운 교과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KMP는 현재 방글라데시나 말리 같은 저개발 국가들의 시골마을에 공급되어 연간 3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지식을 배우는 학습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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