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구리를 배출하는 새로운 방법

난치병인 윌슨병 치료에 도움 기대

▲ 윌슨병은 희귀성 난치병이다. ⓒFreeImage

현재 국내에 300여 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윌슨병(Wilson’s disease)’. 희귀성 난치병인 윌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두 달 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수입업체가 윌슨병 치료제인 ‘트리엔틴(trientine)’의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

수입업체 관계자는 “제조사측에서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돼 국내에 건강보험 수가인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재 수입이 중단된 상태”라 밝혔다. ‘트리엔틴’은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돼 저렴하게 약을 구입할 수 있지만, 수입중단 사태가 계속될 경우에는 희귀질환센터를 통해 약을 구입해야 된다. 센터에서 판매하는 트리엔틴 가격은 한 병당 약 160만원이 넘는다.
 
구리가 배출되지 못해 생기는 윌슨병

윌슨병은 체내에 흡수된 후 배출되지 못한 구리가 간이나 뇌에 침범해 손상을 입히는 희귀성 난치병이다. 우리 몸 안의 구리는 미량이지만 ‘발달’과 ‘호흡’, ‘심혈관’ 기능에 필요한 필수 원소이기 때문에, 구리가 너무 적으면 치명적인 위험을 겪게 되고 너무 많을 경우에는 신경 장애와 장기 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다시 말해, 음식물을 통해 흡수된 구리가 몸 밖으로 적절히 배출되지 못하면 여러 장기에 침착돼 증상을 유발하게 되며 이처럼 간에서 몸 밖으로 구리가 배출되는 경로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을 윌슨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윌슨병은 일반적으로 출생시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5살이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소아기 때는 보통 간질환으로 나타나다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신경장애 증상을 일으킨다. 또한 간에서 축전된 구리가 뇌에 침착되는 경우에는 손떨림 증상이나 발음이 불분명해질 수도 있다.

구리 배출의 새로운 경로 파악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체 내에 구리를 포함하여 다양한 다른 광물들이 과량으로 쌓이면 이들을 간에서 수집하고 몸 밖으로 분비해 제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유일한 배출 경로로 여겨졌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배출 경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과학전문 매체인 ‘Science Daily’는 존스홉킨스 의대의 생리학 교수인 ‘스베틀라나 루트센코(Svetlana Lutsenko)’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윌슨병에 걸린 실험동물 연구를 통해 체내의 구리가 배출되는 경로를 추가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Science Daily’에 따르면 이 질병을 가진 환자들의 구리 배출경로가 손상됐을 때, 사람의 몸에서는 구리를 격리하여 소변을 통해서 몸으로부터 내보내는 분자형태의 또 다른 배출 방법이 생겨난다는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구리 수송분자의 발견

연구팀은 먼저, 쥐들에게 방사성 구리를 줬는데, 방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리가 쥐 들의 몸을 통과할 때 그것을 추적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간에서 구리가 한계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그 이후에 구리가 신장으로 보내지는 것을 발견했고, 동시에 간으로 구리를 수송하는 데 사용되는 단백질의 수준도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

▲ 윌슨병은 인체의 다양한 부위를 약하게 만든다. ⓒEurowilson.org


이런 연구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체내로부터 구리를 제거하기 위해서 또 다른 기전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고, 어떤 기전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구리가 어떤 분자들에 결합해 있는지를 알아보는 소변분석 실험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탐색을 통해 가칭 ‘소형 구리 수송자(small copper carrier, SCC)’라는 이름이 붙여진 미확인 분자를 찾아냈는데, 이후 더 많은 실험들을 통해 동물의 간 기능이 감소하면 혈액에는 더 많은 구리 수송분자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윌슨병 치료의 열쇠가 될 구리 수송분자

연구팀은 이제 구리 수송분자의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 중인데, 연구의 핵심은 구리 수송분자가 과연 환자들이 윌슨병을 앓고 있는 동안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표지가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 새로운 구리 배출경로가 발견됐다. ⓒFreeImage

연구팀의 일원인 로렌스 연구원은 “이런 분석결과들이 구리 수송분자가 실제로 몸에서 과량의 구리를 배출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물질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만약 과학자들이 혈액에서 구리 수송분자의 농도를 높이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통해 구리 배출을 늘림으로써 간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구리 수송분자가 희귀한 질병인 윌슨병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끌고 있는 루트센코 박사는 “정말로 구리 수송분자가 윌슨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윌슨병을 앓고 있는 소아 환자들이 고통스럽게 겪어야 하는 간 생체검사로부터 그들을 구해주는 선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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