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와 함께한 천문학, 한국 천문학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사타, 국제천문연맹총회에 가다 ④] 손상모 박사 등 국내외 천문학자, 참가 시민들과 운영진 ‘모두’의 이야기

대중관측 행사와 체험부스에서는 시민들 뿐 아니라 외국인 천문학자들까지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8월에 성료된 국제천문연맹총회(IAU 총회)는 대중들을 위해 준비한 풍부한 프로그램들로 ‘모두를 위한 천문학’이란 취지에 걸맞았다. 특히 9일의 공개 관측 행사와 체험부스를 통해 부산 시민들뿐 아니라 해외에서 방문한 참가 천문학자들도 함께 즐기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참가한 시민들의 진솔한 소감 외에도 총회에 참가한 국내외 천문학자들과 이번 국제천문연맹총회의 성료를 위해 고군분투한 운영진과 자원봉사자까지,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린이들부터 해외 천문학자들까지 마음을 뺏긴 체험부스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 2022 국제천문연맹총회(IAU 총회)는 한국천문학회와 한국천문연구원의 주관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2주간에 걸친 일정 중 특히 8월 9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열린 공개 관측 행사와 체험 부스에는 부산 시민들과 IAU 총회 참가 천문학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공개 관측 행사 및 체험부스는 한국천문연구원 외에도 가야별연구소와 부산시가 함께 주최하고, 가야별연구소 및 부산과학기술협의회의 주관으로 이루어졌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에서 마련한 부스 ‘항성과 행성’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부산과학기술협의회에서는 ‘항성과 행성’ 체험 부스와 ‘별자리 램프’ 만들기 부스를 준비했다. 특히 ‘항성과 행성’ 체험 부스는 직접 몸을 움직이며 놀이를 통해 배우는 참신한 콘텐츠로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이민영 박사는 “부스를 운영하는 선생님들은 과학문화거점센터를 통해 발굴한 민간활동자로, 행사에 사용된 키트도 민간 과학문화 활동가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라 설명했다. (과학문화활동 민간주도 과학문화 관련기사 링크 바로가기)

가야별연구소에서 마련한 망원경 만들기 부스는 어린이들 뿐 아니라 시민들, 국내외 천문학자들에게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가야별연구소에서 대중 관측과 함께 마련한 ‘눈으로 보고 만져 보는 우주, 천체망원경’ 부스에서는 망원경을 제작하고 직접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망원경 제작 체험은 어린이들뿐 아니라 총회에 참가한 천문학자들에게도 인기를 끌며 높은 퀄리티로 호평을 받았다. 외국에서 한국을 방문한 총회 참가자들이 특히 좋아했고, 국내 천문학자들 또한 부스에 들러 망원경을 만들어가기도 했다.

망원경 만들기 부스는 미국에서 온 IAU 총회 참가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국제천문연맹총회(IAU)의 개발을 위한 천문학 분과(OAD) 소속 아르미니 파타타니안 씨는 만들기 체험에 대해 “구성이 매우 디테일하면서도 만들기가 쉽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서 개최된 IAU 총회에 대해서도 “과학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 기쁘다”며 감상을 밝혔다.

미국 ‘Sciaccess Inc.’의 대표 안나 보엘커 씨는 부산 IAU 총회에서의 여러 경험들에 대해 “살면서 가장 환상적이고 신나는(fantastic and wonderful) 경험이었다. 이전의 IAU 총회보다도 더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 대해서는 들어봤으나 잘 몰랐었다. 이번이 한국에 첫 방문이었는데 한국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특히 한국의 천문학자들이 우리 모두를 매우 환영하고 있다는 것과 우호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엘커 씨는 총회 기간 내 마련된 전시부스 이야기를 함께 하며 “Sciaccess의 대표로 와서 좋은 의견을 많이 받았고, 멋진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또한 좋은 협업을 이룰 수 있었고 새로운 협력자도 찾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한국의 역사 천문학이 정말 환상적(fantastic)이었다”며 감상을 밝혔다. (전시부스 관련 내용은 후속기사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JWST 손상모 박사가 본 대중 과학 확산과 한국 천문학의 미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프로젝트의 유일한 한국인 과학자이자 IAU 총회에서 대중강연을 하기도 한 손상모 박사와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IAU 총회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손상모 박사 또한 대중들을 위한 과학 확산 활동(outreach)의 중요성을 말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최초의 이미지다. 손상모 박사는 “어떤 천체를 촬영해 공개할지는 NASA에서 철저한 기밀로 부쳤기에 자신 역시도 공개된 이미지를 보고 대중들과 똑같은 반응으로 함께 감동했다”고 말했다. ©NAS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본래 미국의회 차원에서 NASA 예산안이 거절당하며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고, 부정여론도 많아 찬반이 거의 반반일 정도였다. 손상모 박사는 “7월 12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첫 이미지 공개 이후 여론조사 결과가 8대 2로 뒤집혔다”며 이를 “대중을 위한 과학의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손상모 박사는 이번 IAU 총회를 통해 느낀 바로 “천문학에 대한 국민들의, 특히 아이들의 관심이 많다고 느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후에 여러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거라 생각하니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래서 대중강연 및 대중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고, 이제까지 거절한 적이 없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외부에서 알기 힘든 세세한 부분들을 잘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인류 전체에 의미 있는 일이자 다함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일이기에 무척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거대 국제 공동 프로젝트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한국인 천문학자로서 한국 천문학계의 위상과 미래에 대해 묻자, 손상모 박사는 “NASA의 제안으로 NASA 섀도우 캠을 다누리에 실을 정도로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며 “누리호와 다누리의 성공적인 발사, 그리고 일정이 연기된 JWST의 시기적절한 시너지 효과로 인해 많은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한국에서 K-우주과학축제, 천문학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천문학의 미래에 대해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국가규모나 예산규모 면에서 거대 프로젝트를 단독진행할 수 있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미국 외엔 거의 없다. 한국의 최선은 계속 문을 두드려 같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다”이라 설명했다. 한국 천문학계의 현황에 대해서는 “해외 연구자들이 ‘아 한국은 원래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곳이었지’라며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스며들어가는 단계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천문학자들이 본 한국 천문학의 위상 변화

유럽우주국(ESA)의 천문학자 김민재 박사는 “최근 해외 유수 학회 등에서 한국 천문학에 대한 인지도가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해왔다. 김민재 박사는 “10여년 전만 해도 해외 유수 학회에 참석하면 유럽 및 북미권의 천문학자들 중 다수가 한국이라는 나라 이름 조차 생소해했다. 유명 프로젝트에 한국 천문학자들이 참여하는 경우 또한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김민재 박사는 “그러나 최근에는 유명한 프로젝트와 논문에서 한국 천문학자들이 매우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음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KASI(한국천문연구원)와 KARI(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미국의 NASA와 유럽의 ESA, 일본의 JAXA 등 대표적인 전문 우주 개발 전담 조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과학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국제학계에서 한국 천문학의 위상 변화를 전했다.

이외에도 IAU 총회에서 만난 한국인 천문학자들로부터 “과거 해외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하던 시절, 해외 천문학자들에게 한국(Korea)에서 왔다고 말하면 북한에서 왔냐는 질문이 먼저 돌아왔다. 대한민국을 생소해했다”거나, “시간이 지나 이제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위치한) 대전이 살기 좋은 곳이냐고 먼저 물어 올 정도로, 한국 천문학이 세계에 많이 알려졌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022 IAU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된 것은 한국의 천문학이 크게 성장했으며 국제 위상 또한 높아졌음을 알려주는 방증이자, 동시에 그 인지도를 더욱 높이는 계기이다. IAU 총회를 총괄하는 조직위원장 강혜성 교수는 이에 대해 “지난 20년간 한국 천문학계는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IAU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된 데는 천문학 발전에 있어 국내 학자들의 국제적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한국천문학회장 박명구 교수 또한 “이번 IAU 총회 개최가 많은 언론에서 소개되며 한국 천문학의 발전상을 우리 사회와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은 큰 성과”라 밝히며 “한국 천문학자들이 IAU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국제 천문학계에 더욱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AU 총회의 ‘모두를 위한 천문학’ 밤의 모습이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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