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들의 오디세이] 플루토의 이웃과 왜행성계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으로 자리 잡은 플루토(Pluto). 위성도 5개나 발견돼 이름이 붙었다. 카론, 스틱스, 닉스, 케르베로스, 히드라 모두 그리스신화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다들 짐작하듯 저승(冥界)의 지배자인 플루토와 인연이 있다.
스틱스(Styx): 이승과 저승을 갈라놓는 강이다.
카론(Charon): 죽은 사람들을 싣고 스틱스 강을 건너는 뱃사공이다.
닉스(Nix; Nyx): 밤의 여신으로 카론을 낳았다. 정확한 명칭은 Nyx. 하지만 다른 소행성에 이미 그 이름이 있기에 구별하기 위해 이집트식 표기인 Nix가 됐다.
케르베로스(Kerberos): 저승의 문지기 개로 머리가 셋 달린 괴물이다. 헤라클레스는 이 개를 지상으로 잠깐 데리고 나왔다.
히드라, 휘드라(Hydra): 저승을 지키는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뱀이다. 헤라클레스가 퇴치한다.
하지만 플루토는 행성으로 보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크기로 본다면 우리 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공전주기도 문제다. 종종 해왕성 안쪽으로 침범해 들어온다. 때문에 학생들은 태양계 행성 순서를 외울 때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인지 ‘수-금-지-화-목-토-천-명-해’인지 헷갈렸다. 더구나 자신의 절반 정도 크기인 카론의 인력에 이끌려 카론을 쳐다보며 자전을 했다(지구의 달도 지구에게 언제나 같은 얼굴만 보여준다). 행성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플루토가 행성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2005년 팔로마 천문대 연구팀은 플루토보다 더 큰 천체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2003년에 찍은 사진 속에서 이를 발견해 보고했고, 국제천문연맹(IAU)은 일단 ‘2003 UB313’ 라는 태명(?)을 붙였다.
언론은 즉각 태양계 ‘제10 행성’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발견자는 제10 행성에 걸맞은 이름으로 제나(Xena)란 이름을 미리 정해두었다. 당시 방영됐던 TV 드라마 속 여전사의 이름이었다. 다른 대안으로 플루토의 아내인 페르세포네(Persephone)도 떠올랐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2003 UB313를 태양계 제10 행성으로 인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그렇다면 이를 무엇으로 불러야 한단 말인가? 또 2003 UB313보다 작은 플투토는 어찌해야 하나?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고, 마침내 국제천문연맹은 결정을 내렸다. 행성을 새로 정의하면서 ‘행성도 위성도 아닌 애매한 천체들’을 새로 만든 ‘왜행성(Minor Planet, Dwarf Planet)’에 집어넣기로 한 것.
새롭게 마련된 국제천문연맹의 행성 기준에 따르면 2003 UB313는 왜행성에 속한다. 명명권을 가진 팔로마천문대는 2003 UB313를 에리스(136199 Eris)로 명명했다. 에리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불화(不和)의 여신이다. 에리스가 촉발시킨 천문학계의 논란을 생각해보면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에리스(Eris):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불화의 여신. 로마에서는 디스코르디아(Discordia)로 부른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황금 사과를 던진 여신이다. 가는 곳마다 불화와 분쟁을 일으킨다.
에리스가 던진 황금 사과는 플루토에게도 불똥을 튀겼다. 오래전부터 행성 자격 시비가 있었던 플루토는 직격탄을 맞고 에리스의 손에 이끌려 왜행성으로 주소를 옮겼다. 10개가 될 뻔했던 태양계 행성 수는 8개로 줄었다. 학생들은 ‘수-금-지-화-목-토-천-해’만 외우면 되니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거칠게 반발했다. 천문학계의 후발주자였던 미국이 태양계에서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 플루토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과학은 오류를 고치며 발전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플루토는 76년 만에 행성의 자리에서 내려왔고 왜행성 ‘134340 Pluto’가 됐다. 플루토의 위성인 카론, 닉스, 히드라는 각각 플루토(134340) I, II, III 라는 공식 명칭을 얻었다. 그렇다면 스틱스와 케르베로스의 이름은 어디로 간 걸까? 사실 케르베로스는 2011년, 스틱스는 2012년에 발견돼 명명됐다. 플루토가 왜행성으로 강등된 후 발견됐기 때문에 명칭 변경의 수난을 겪지 않았다.
이렇게 신분의 변동이 생긴 천체는 플루토가 처음이 아니다. 1801년에 발견된 세레스(Ceres)는 50년 동안 행성 대접을 받다가 소행성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다행히 2006년 왜행성으로 승급되긴 했다.
현재까지 태양계에서 확인된 왜행성은 세레스(Ceres ), 플루토(Pluto), 마케마케(Makemake), 하우메아(Haumea), 에리스(Eris) 총 다섯이다. 이 중 가장 큰 것은 에리스지만 세레스와 플루토에겐 행성에게만 부여된 기호를 가지고 있다. 한 때는 고귀한 신분, 즉 행성이었다는 흔적이다.
행성이었던 플루토의 기호는 P와 L을 합쳐 만들었다. P 와 L 은 플루토의 이름 PLuto의 첫 글자이기도 하지만 명왕성 플루토의 존재를 처음 주장했던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름들이지만 이름을 남기기 위한 학자들의 노력은 이토록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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