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문화에 한발 다가가다

‘사물학Ⅱ : 제작자들의 도시’ 전(展)

다양한 협업의 형태로 오늘날의 ‘제작 문화’에 관한 실험적이고 비평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6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물학Ⅱ : 제작자들의 도시’ 전(展)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작자들은 어떻게 도시의 사물, 사람, 풍경을 바라보는지 알 수가 있다.

지역성과 제작문화에 관한 이야기

‘사물학Ⅱ : 제작자들의 도시’ 전시장은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첫 번째 섹션은 지역성과 제작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관람객들은 염승일의 ‘메이드인문래’를 접하게 된다. 문래동은 60년대 철공소가 들어서면서 한때 100여개 공장이 있던 곳이다. 염승일 작가는 이 지역의 특색을 살려 스텐레인스를 이용한 조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문래동의 모습을 구현해 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뒤로 보면 영상도 나온다. 전시 개관일에 행해진 퍼포먼스 영상이다. 문래동에서 사람들의 움직임과 사물 접촉 모습 등에 대한 작가적 해석이 더해진 시각 예술이다.

염승일의 '메이드인문래'

염승일의 ‘메이드인문래’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다음은 인사이트씨잉의 ‘성수동 프로젝트’이다. 성수동은 수제화의 메카이다. 작가들은 이 점에 주목했다. 구두를 만드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수제화 만드는 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징이라면 가죽 위해 수제화 공정 네트워크가 그려져 있고 그 공정 지점마다 책임자의 신발이 실로 연결되어 벽에 부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신발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보이지 않는 복잡하고 유기적인 생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청계천 뒷골목을 2년 취재한 영상 작품인 박경철의 ‘청계전 메둘리 아시바’는 쇠라는 물성을 감각적으로 담아냈고, 김상기의 ‘제작연대기’는 기능올림픽에 한국이 처음 참가한 1967년부터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면서 개인들의 제작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메이커 문화와 연관된 공간

두 번째 섹션은 기술과 만들기이다. 현재 불고 있는 메이커 문화와 연관된 공간이기도 하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토마스 트웨이츠의 ‘토스터 프로젝트’이다.  영국작가인 토마스 트웨이츠는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제품들이 얼마나 많은 공정을 거치고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상 제품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너무 복잡하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싼 토스트기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외로 토스트기의 부품도 404개나 됐다. 결국 모두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플라스틱, 철, 구리’ 등으로 축약해 직접 재료를 구해 만들기 시작했다. 직접 광산에 찾아가 철을 구해와 전자렌즈에 철을 제련했고 구리를 얻어내기 위해 폐광산 옆 강가에서 생수통에 물을 담아와 전기분해로 구리를 얻어내기도 했다. 플라스틱 원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석유회사에 전화해 현장에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할 수 없이 폐플라스틱을 녹여 금형을 뜨기도 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어떻게 원재료를 얻는지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만들고 실험했던 생수통, 전자렌지 등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토마스 트웨이츠의 ‘토스터 프로젝트’

토마스 트웨이츠의 ‘토스터 프로젝트’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인공위성으로 유명한 송호준의 ‘OSSI-1 인공위성 제작 기술들’이라는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인공위성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 작품이 아니다. 인공위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제조 기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공위성의 동작원리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전선 선택, 전선 벗겨내기, 납땜하기, 알루미늄 가공, 스프링가공, 위성 안테나 만들기 우주에서 동작 가능한 접착제 선택 등에 것들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태양광 시뮬레이션 제작물에 발걸음이 멈춰진다. 인공위성 제작하려면 인공위성이 우주에 떠 있으려면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계산을 해야 하는데, 이때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 시뮬레이션을 위한 도구 제작 부품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논문을 찾다가 야구장 조명을 이용하면 태양광 시뮬레이션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 작가는  야구장 램프와 비슷한 조명을 청계천 어느 상가에 구하며 된다. 작가는 어느 상가에 구했는지를 직접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번호를 모두 매겨 놨다.  다른 부품도 마찬가지이다. 인공위성에 쓰였던 부품을 전시하고 이에 번호를 붙여놔서 어떻게 구했는지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관심 있는 제작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최태윤의 ‘손으로 만든 컴퓨터’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최태윤의 ‘손으로 만든 컴퓨터’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그밖에도 컴퓨터의 작동 원리의 핵심인 반복과 추상화에 숨겨진 시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최태윤의 ‘손으로 만든 컴퓨터’는 트랜지스터와 I.C. 접합 회로를 등을 사용해서 컴퓨터를 만드는 방법과 그 작동 방식을 동영상과 만화로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는데, 이 작품들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미디어버스×신신의 ‘복합기’는 가정용 복합기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책자와 인쇄물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홈 프린팅(셀프 출판)의 미적이고 기술적 가능성을 살펴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디랩의 ‘베이커 미디어’는 제빵 도구, 디지털 영상, 그리고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빵 굽기와 시식 행사를 통해 ‘제작’이라는 행위가 쉽게 우리가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사회를 반영한 제작공동체들의 작품 전시

세 번째 섹션은 제작공동체이다. 리슨투더시티는 2009년부터 낙동강을 답사하면서 도시가 만들어지고, 도시가 유지되기 위해서 무엇이 희생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여 강의 변화를 기록하고, 강과 그 주변의 식물과 동물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곳 전시실에 놓인 ‘강과 생명’은 그 연구들의 결과물이다.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것은 리슨투더시티가 만든 정수기이다. 내성천의 모래 공극률이 높아 2급수까지 정화가 가능한 이 정수기 제작품이다. 공극률이란 암석이나 흙의 용적을 100으로 했을 때, 그 안에 포함되는 틈의 용적이다. 그래서 모래가 많을수록 우리는 더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래를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파내어 버리고 있다. 게다가 물을 정수하기 위해 화학약품을 쓰게 되고 결국 우리는 그 화학약품을 우리가 먹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도시를 유지하기 우리가 버리는 것이 종국에는 우리에게 독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리슨투더시티의 '강과 생명'

리슨투더시티의 ‘강과 생명’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다이아나밴드의 ‘사물행진’은 어른을 위한 놀이방이다. 전구를 이용한 마이크, 휴대폰 터치감을 이용한 피아노 반주 시설, 보행기를 응용한 악기 연주 등으로 구성된 하나의 공간이다. 이 장소에서는 관객들이 이 작품들을 만지고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 이 섹션에서는 안내도도 있다. 이광호 & 서플라이 서울의 ‘제작을 위한 안내’이다.  총 6명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서플라이어가 참여하여 각자 6가지 특정 사물의 제작을 위한 안내도를 만들고 이를 데이터화시켜 전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사실 서플라이 서울은 온라인 공간으로 국내 해외 작가의 작품 소스가 있고 매뉴얼도 있다. 그래서 다운 받을 수 있고  이후에 다시 수집해서 엔차 창작으로 이어지도록 제작의 즐거움을 느껴보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청개구리 제작소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은 자연이 사회간접자본으로 다루어지는 시대에 벌어지는 여러 기술들을 리서치 한 책을 바탕으로 일반 자연이 정말 자연인지 도시의 풍요를 선전하기 위한 장치인지를 묻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섹션은 제로랩의 ‘제작을 위한 제작’ 작품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 공간에는 전시 공간 전반의 연출을 위한 전시 집기의 디자인 및 제작, 일부 참여 작가의 공간 연출 협업, 그리고 아카이브 섹션의 집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카피 카피 룸’이라고 이름 붙여진 만큼 이 전시장을 어떻게 구성했는지에 대한 설계도면과 참고 책들을 실제로 복사해서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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