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의 살충제 내성은 어떻게 유전되나

이종 화합물 노출로 변화된 장내 미생물군 전달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에 노출된 말벌은 장내 미생물군에 변화가 생기며, 이로 인한 살충제 내성이 대를 이어 이어진다는 연구가 나왔다.

변형된 미생물군이 말벌에게 살충제 내성을 부여함으로써 살충제에 노출되지 않은 아래 세대에까지 이 내성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생명과학저널 ‘세포 숙주와 미생물(Cell Host & Microbe)’ 4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 따라, 인간과 동식물의 살충제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숙주-미생물군 간 상호작용 연구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미국 하버드대 로버트 브러커(Robert Brucker) 박사는 “몇몇 생체 이물(xenobiotics) 화학물질에 한 번 노출됐어도 장내 미생물군이 영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노출 위험이 없어져도 미래 세대로 이어지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살충제에 노출된 말벌의 장내 미생물군에 변화가 생겨 발현된 살충제 내성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나왔다. ⓒ Wikimedia / Richard Bartz, Munich aka Makro Freak

면역력과 행동 등 변화돼

농작물에 영양을 공급하고 해충을 방제하는데 사용되는 농약들은 많은 유기체들에게 가장 큰 위협을 가하는 생체 이물(異物) 가운데 하나다.

이번 연구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농약인 아트라진(atrazine)이 사용됐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아트라진은 숙주 동물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으나, 그런 환경적 이종 화합물이 장내 미생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러커 박사팀은 한 말벌 종(Nasonia vitripennis)에 대해 36세대에 걸쳐 급성 및 지속적인 아독성의 아트라진에 노출시키고 그에 따른 영향을 조사했다.

말벌의 전사체와 단백질체 분석 결과, 농약이 새로 뿌려진 경작지와 하천에서 벌이나 나비 같은 수분 매개체들이 맞닥뜨리는 것과 비슷한 농도인 아트라진 300ppb에 노출되면 말벌의 면역력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행동이 변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요약이 담긴 논문 표지. ⓒ CellPress

살충제 내성 36세대까지 이어져

300ppb의 아트라진에 노출된 1세대에서는 말벌의 박테리아 공동체 구조가 변화돼 미생물 다양성과 전체 박테리아 양이 증가했다. 또한 30ppb의 더 낮은 농도에 노출됐어도 미생물군에 변화가 일어나 세대로 계속 이어졌다.

아트라진 노출군 자손들에게 6세대 동안 아트라진이 들어있지 않은 먹이를 먹였어도 미생물군은 부모 세대의 미생물군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관찰됐다.

브러커 박사는 “이 같은 결과는 아트라진에 급성 노출된 뒤 혼란을 일으킨 미생물군이 노출이 제거된 뒤에도 여러 세대에 걸쳐 상속된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또한 36세대에 걸쳐 30ppb의 아트라진에 연속 노출시키자 아트라진에 의한 치사율이 10배 감소하고, 이전에 전혀 접촉 경험이 없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내성도 증가했다.

25세대가 지난 뒤 일부 말벌군을 아트라진이 섞이지 않은 먹이로 전환시켰는데, 놀랍게도 아트라진 내성은 36세대를 통해 이어지며 계속 유지됐다.

유기체의 장내 미생물 관계를 표시한 도해. ⓒ Brucker Lab / Harvard univ.

장내 미생물군 변화가 원인

다른 실험을 통해 이 같은 말벌의 아트라진 내성 증가는 변화된 미생물군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말벌의 장내 환경을 무균 상태로 유지하자 아트라진 내성이 제거됐다. 반대로 아트라진에 노출된 말벌의 미생물군을 아트라진에 노출되지 않은 말벌에 이식하자 내성이 생겼다.

브러커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전반적으로 여러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아독성 농도에 노출된 군체에서 생길 수 있고, 미생물군이 이런 내성 형성을 용이하게 해주며, 이것은 숙주동물이 이전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다른 살충제에 대해서도 내성을 갖게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말벌의 장내 미생물 조사 결과 아트라진 노출은 특히 희귀한 장내 세균인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와 슈도모나스 프로테젠스(Pseudomonas protegens)의 밀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트라진 분해 박테리아를 아트라진에 노출되지 않은 말벌에 공급하면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

브러커 박사는 “새로운 독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생태 적응의 신속한 한 경로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살충제 노출은 미생물군의 기능적, 유전적 변화를 일으키므로 생체 이물 노출을 평가할 때 그리고 독성에 대한 잠재적 대책으로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를 수행한 하버드대 롤랜드 연구소 로버트 브러커 박사.ⓒ Brucker Lab / Harvard univ.

이종 화합물의 다세대 노출에 대한 숙주-미생물군 연구 필요

1950년대 이후 야생의 벌 같은 수분 매개체들은 수십 세대에 걸쳐 아트라진에 노출됐다. 특히 박테리아의 아트라진-대사 유전자는 살충제에 노출된 야생 벌 집단에도 존재한다.

브러커 박사는 “이런 결과들은 수십 년 동안의 습관적인 노출을 고려할 때 이번 연구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야생 꿀벌 집단이 생체 이물 노출에 반응해서 생긴 미생물-숙주 관련 변화를 반영한다”며, “수분 매개체 집단들은 이미 여기에 적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궁극적으로 이런 결과들은 숙주의 행동과 대사 스트레스, 면역 능력 그리고 숙주-미생물총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러커 박사팀은 앞으로 말벌의 적응 과정에서 어떤 유전자좌가 선택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독소 내성 혹은 미생물군 조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구 결과를 활용해 꿀벌들이 다제 살충제 노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생균제도 개발할 예정이다.

브러커 박사는 “숙주-미생물군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모든 살충제의 노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고,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간과 동식물, 곰팡이와 박테리아에 대한 생체 이물 노출 위험이 증가하는 점에 비추어 이런 이종 화합물의 다세대 노출에 대한 더 많은 숙주-미생물군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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